신한은행이 배달앱을 만든다고?

신한은행이 배달 서비스에 뛰어든다. 요기요, 배달의 민족처럼 가맹점과 소비자를 이어주는 배달중개 성격이다. 따로 플랫폼을 만들지 않고 뱅킹 앱 내 음식 주문중개 서비스를 탑재한다. 은행에서, 그것도 뱅킹 앱에 배달 앱 서비스라니. 대체 어떤 의도일까.

가장 의문이 드는 것은 은행에서 배달중개 서비스를 할 수 있는지다. 원래라면 음식 주문중개 플랫폼 사업은 은행 고유업무와 연관성이 없어 은행법상 부수업무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가 신한은행의 ‘음식 주문중개를 통한 소상공인 상생 플랫폼’을 혁신 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면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

신한은행 배달 서비스의 방식은 기존 배달 서비스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뱅킹 앱 내 서비스를 탑재한다는 점에서는 조금 다르다. 신한은행 뱅킹 앱인 ‘쏠(SOL)’에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은행 배달앱의 차이점은 가맹점에 금융 서비스를 부가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은행 측에 따르면, 저렴한 플랫폼 수수료, 계좌기반 결제 시 실시간 정산을 통한 정산 기간 단축, 매출채권 담보대출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플랫폼에 입점한 가맹점이 신한은행 계좌를 사용할 경우 빠른 정산을 해주고 이렇게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금리 대출을 해주겠다는 의도다.

은행 측은 “다른 배달 앱과 달리 자행 계좌기반 결제 시 준 실시간 정산이 가능해 가맹점 소상공인들에게 좀 더 신속하게 매출대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며 “또 이를 기반으로 대출 시 우대금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신한은행의 궁극적인 목표는 배달 서비스 점유율 확대가 아닌,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배달 서비스를 통해 발생하는 매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평가 모형을 고도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상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제1금융권인 신한은행은 왜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은 주로 제2금융권에서 맡아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1금융권에서도 중금리 대출애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중금리 대출의 최대 목표로 삼고있을 정도다.

중금리 대출 시장은 전통 금융사가 가진 신용평가모델의 한계로 인해 발생한 사각지대다. 중신용자들에게 대출을 하고 싶어도 현재의 신용평가모델로는 정확한 평가가 어렵다. 이로 인해 핀테크 및 빅테크 기업들이 기회를 얻어왔다. 이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체적인 신용평가모델을 개발해 제2금융권보다 저렴한 이자, 대출 범위 확대, 플랫폼 연계 서비스 등을 내세우며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파이낸셜은 작년 12월 미래에셋캐피탈과 스마트스토어 사업자들을 위한 신용대출 상품을 내놨다. 대출 심사에는 자체 대안신용평가시스템을 활용한다. 대안신용평가시스템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단골고객 비중, 고객리뷰, 반품률 등의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대출상품 출시 한 달 만에 전체 신청 대상자 16%가 신청을 했다. 이 가운데 40%가 대출 승인을 받았다. 시중 금융사의 평균 대출 승인율을 상회하는 수치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시존 은행권도 빅테크 기업이 야금야금 금융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지켜만 볼 수 없는 노릇이다.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다만, 신한은행이 배달 서비스를 통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신한은행의 정책이 소상공인, 즉 가맹점에게만 집중되어 있는 점이다. 배달 서비스는 B2C 서비스로 소비자들을 먼저 끌어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저렴한 수수료를 내세운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을 모으지 못하면 매출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기 마케팅을 위한 비용 투자가 불가피하다. 주요 사업자들을 포함해 쿠팡이츠, 위메프오 등 신규 사업자들도 초반 고객을 모으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쳤다. 차별화된 소비자 대상의 프로모션과 혜택, 서비스를 선보일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존 은행의 마케팅과는 전혀 다른 마케팅 전략도 필요하다. 기존 은행의 마케팅은 브랜드 마케팅이 주였다면, 배달 서비스 마케팅은 퍼포먼스 마케팅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앱 구동 속도다. 생활 서비스인 배달앱 특성상 사용자들이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과거부터 지금까지 전통 금융사들의 뱅킹 앱은 보안을 이유로 앱 구동 속도가 느린 편이다. 이 점을 보완해 핀테크,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빠르고 간편한 앱을 내놨다. 여기에 자극을 받은 시중은행들도 간편뱅킹 앱을 내놨으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현재 신한은행은 배달 서비스 인프라 구축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인력 채용이 이뤄지는대로 고객·소상공인 전용의 배달 서비스 UX·UI를 기획·구현하고, PG 서비스·프로세스 개발에 돌입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매출데이터 기반의 신용평가모형을 고도화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금융상품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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