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 오전 7시 40분(현지시간), 중국에서 출항하여 로테르담에 3월 31일 도착 예정이었던 대만 해운선사 에버그린이 운영하는 파나마 선적 컨테이너선 ‘에버기븐(EVER GIVEN)’이 강풍으로 인해 좌초(Grounding)됐다. 이집트 수에즈 운하 운영 당국은 선박을 예인할 때까지 수에즈 운하를 통한 항로 운영을 중단했다.

수에즈 운하에 좌초된 에버기븐 선박의 위성사진. 수에즈 운하는 지중해(유럽)와 인도양(아시아)을 빠르게 연결하는 항로다. 수에즈 운하를 통하는 항로는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는 항로 대비 약 6000km의 거리를 단축할 수 있다. (사진 : Sentinel Hub, Flickr)

이집트 당국은 예인선(TUG보트)과 굴착기를 활용하여 수에즈 운하에 좌초된 선박을 빼내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좌초 선박 운영사 에버그린 측은 25일 네덜란드와 일본의 인양 전문 업체에 현 상황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좌초된 선박의 모습. 컨테이너가 가득 실린 선박을 손상 없이 안전하게 빼내는 작업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사진 : Suez Canal Authority)

수에즈 운하의 가동 중단에 따라 유럽(구주) 항로를 오가는 국내 선사와 선박에 화물을 적재한 화주사의 업무 차질이 예상된다. 해운물류 플랫폼 밸류링크유에 따르면 현시점 수에즈 운하에는 약 185척의 선박이 좌초선을 기점으로 운하 남북으로 멈췄다. 밸류링크유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그 중 컨테이너선은 약 35척이다. 15척은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노선을 지나는 선박, 나머지 20척은 유럽 지중해와 중동을 오가는 선박일 것이라는 게 밸류링크유의 예측이다.

수출입 물류 플랫폼 트레드링스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재 수에즈 운하 사태로 멈춰선 선박들 중 국적 선사이거나 국내 항구를 기항하는 선박은 HMM의 ‘그단스크호’, 유코카캐리어의 ‘모닝 셀레스타’ 등이 있다. 트레드링스는 해당 선박에 국내 기업들의 화물이 실려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트레드링스의 해운물류 모니터링 시스템 ‘쉽고(ShipGo)’를 통해 수에즈 운하 앞에서 멈춰있는 HMM 그단스크호의 현위치를 파악했다.(자료 : 트레드링스)

문제는 좌초 선박 예인 작업이 지연됨에 따라서 적체되는 선대의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추후 예인 작업이 마무리 되더라도 대규모 함대가 풀림으로 항만에서의 병목 현상 발생까지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남영수 밸류링크유 대표는 “수에즈 운하에는 하루에만 50~60척 정도의 선박이 계속해서 움직인다”며 “예인 작업이 하루 지연될 때마다 그만큼의 선박이 적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밸류링크유, 트레드링스가 공통적으로 파악한 바에 따르면 수에즈 운하에 적체된 함대는 대부분 현장에서 예인 작업이 마무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예인 작업이 지금보다 더 길어진다면 수에즈 운하를 통하지 않고 아프리카대륙 최남단 희망봉을 우회하는 항로를 선택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봉을 도는 항로를 선택한다면 컨테이너선의 경우 약 7~10일 이상의 시간이, 벌크선이라면 2주 이상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해운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트레드링스 관계자는 “이번 수에즈 운하 선박 좌초로 인해 현재 수많은 수출입 선박이 계류 중이며, 일부 선사들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경유하는 노선을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만약 희망봉 노선을 우회한다면 7~9일 정도 딜레이가 예상되기에 유럽 수출입을 하고 있는 업체라면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희망봉 항로 우회를 검토하는 것은 맞지만, 일단은 예인 작업 진행 여부를 기다리자는 분위기”라며 “희망봉을 우회할 경우 추가적으로 걸리는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추가적으로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그 비용을 화주사가 보전해줄지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남 대표는 “업계에서는 희망봉을 돌아가는 항로를 선택하자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아직 해당 루트를 선택하는 선박들은 식별되지 않고 실현될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며 “10일 이상의 시간을 더 소모하면서 유류비와 용선료를 내는 것보다는 일단 예인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라 말했다. 그는 “지금은 선박의 손상 없이 조심스럽게 빼내려고 해서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라며 “만약 적체가 더 심각해지면 강압적으로 들어가서 선박을 예인하는 것도 고려할 것”이라 설명했다.

대응책은 있을까

현재 해운업계가 이번 수에즈 운하 사태와 관련하여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선사들은 이집트 현지 네트워크를 동원하여 예인 작업의 진척 상황을 파악하려고 하지만, 언제까지 적체가 지속될지는 아무도 쉽사리 예측하지 못하며 이집트 당국의 결정을 지켜보는 상황이다.

희망봉 우회 항로 선택 또한 필연적으로 시간과 비용이 추가된다. 때문에 선사의 결정이 쉬운 것은 아니다. 한 선사 관계자는 “혹여나 우회 항로를 선택했는데 이동 중에 예인이 끝나면 선박을 다시 돌리기도 애매하다”며 “누군가는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사람이 필요한데, 선뜻 나서는 이들이 없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수출입 물류비의 인상을 예측하는 업계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번 사태로 인한 운송 지연과 운항거리 증가, 적체된 선박에 화물이 적재된 화주사의 보상 신청 등에 대한 비용이 결국 물류비 인상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트레드링스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수출입 물류비는 다시 한 번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입 화주사라면 화물 지연 여부와 함께 운임의 변화도 지속적으로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수출입 물류 플랫폼 업체들은 우선 화주사, 선사, 포워더 등 관계사들에게 현재 상황을 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위성 AIS를 기반으로 현재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파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가이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출입 물류 플랫폼의 AIS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확인한 수에즈 운하 근방 적체현황. 윗사진은 밸류링크유의 카고아이를 통해, 아랫 사진은 트레드링스의 쉽고를 통해 모니터링한 화면이다.(자료 : 밸류링크유, 트레드링스)

트레드링스 관계자는 “트레드링스는 자사 화물 모니터링 시스템인 쉽고(ShipGo)를 통해 수에즈 운하 좌초로 멈춰선 선박들의 정보와 이동 경로를 지속 트래킹하고, 실시간 위치와 어느 정도 딜레이가 예상 되는지 관련 정보를 고객사들에 공유하고 있다”며 “유럽으로 운송되는 수출입 화물의 경우 상하이 및 싱가포르에서 환적(T/S)을 거쳐 운송되는 경우도 많아 해당 선박을 경유한 선박들도 지속적으로 트래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레드링스는 이와 함께 물류팀이 없는 중소기업도 수에즈 운하 좌초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전문 컨설턴트의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밸류링크유 관계자는 “아직 우리 화물이 수에즈 운하까지 도착한 것은 없어서, 우선 홈페이지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 관련 상황을 공유했다”며 “현재 상황이 궁금한 고객사라면 밸류링크유의 모니터링 시스템 카고아이를 통해서 수에즈 운하에 적체된 선박 현황, 운항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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