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배터리 공급망을 점검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미중 갈등과 업계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료품 4가지 공급망을 100일 동안 검토하라”며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미국의 경쟁력을 보호하고, 갈고 닦을 것”이라고 말했다.

CNBC는 “이번 행정명령은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등의 부문에서 미국이 얼마나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함”이라고 해설했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수급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국에 제재를 가하기 위함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공급망 검토인데 알고 보니 중국 견제?

실제 행정명령에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중국을 겨냥했다고 언급한 곳은 없다. 하지만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화웨이 SMIC를 비롯한 중국 반도체 기업에 제재를 가해 왔다. 이에 더해 반도체, 배터리와 함께 핵심 부품인 희토류도 언급했는 점에서,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발언했다는 점에서 이번 행정명령이 차이나 패싱(China Passing)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희토류는 주로 휴대전화, PC를 비롯한 IT관련 제품에 사용된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2020년 세계 희토류 중 58%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만큼 세계 각국이 중국 희토류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한국, 대만, 일본이 동맹국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희토류 부문에서는 호주가 협력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중국에 대한 견제는 계속해 이어지고 있다. 척 슈머(Charles Ellis Schumer) 미국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우리는 미국 반도체 산업에 새롭게 투자하고, 중국을 제치고 미국 일자리를 새롭게 창출하기 위해 입법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중국이 반도체 생산에서 우리(미국)를 앞지르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TSMC·삼성전자, 미국 시장 적극 포섭하나

이번 행정성명으로 한국과 대만, 특히 TSMC와 삼성전자가 분주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미국에서 수요가 큰 산업은 파운드리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센터장은 반도체 생산구조와 관련해 “한국, 대만의 경우 이미 파운드리 인프라가 구축돼 있기 때문에 미국, 유럽을 비롯한 반도체 기업이 단기간에 동일한 수준으로 생산력을 높이는 것은 어렵다”며 “그 여파로 우리나라 파운드리 사업도 상대적으로 유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당일 기자회견에서 “신뢰할 파트너와 더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며 협업 가능성을 열어 뒀다.

양사는 현재 적극적으로 미국 내 생산라인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TSMC는 지난 2020년 12월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 반도체 생산라인을 구축하기 위한 승인을 받았다. 2021년 2월에는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생산라인을 증설하기 위해 170억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1998년 준공한 반도체 생산기지 이후, 두 번째 생산라인을 추가하는 것이다.

TSMC와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미국 내 생산라인을 강화하는 데 적극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019년 팹리스 시장은 미국이 65%를 점유했다. 그리고 파운드리는 팹리스 기업을 주고객사로 한다. 따라서 TSMC와 삼성전자는 미국 내 생산라인을 강화해 고객사를 확보하고, 주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팔을 걷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한국은 배터리 부문에서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배터리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은 중국 CATL(점유율 24.2%)이다. 그 뒤를 LG에너지솔루션(22.6%), 파나소닉(19.2%), 삼성SDI(5.8%), SK이노베이션(5.5%)가 뒤따르고 있다. 결국 중국 기업에 제재를 가하게 되면 2위 기업인 LG 에너지솔루션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인턴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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