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저녁, 구글코리아에서 급하게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제목은,

“구글, 전 개발사 대상 수수료 반값 인하 전격 발표”

본문은 아래와 같이 시작한다.

“구글이 개발사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구글플레이 개발사에 15% 수수료를 적용하겠다고 15일 밝혔다.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반값 수수료’ 정책은 모든 규모의 개발사를 대상으로 기존 수수료의 절반인 15% 수수료를 적용한다는 파격적인 결정을 담고 있다. 이로써, 구글플레이의 30% 수수료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여기까지 봤을 때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구글이 구글플레이 인앱결제 수수료를 50% 인하하는 ‘통큰 결단’을 내린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2020년 전세계 구글플레이 매출은 43조원이 넘는데, 수수료를 50% 인하하면 20조원 이상의 수익을 포기하겠다는 것처럼 들리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는 “전 개발사” “반값” “전격 발표” 등과 같은 다소 자극적 표현으로 인한 오해였다. 구글의 발표를 구체적으로 보니, 보도자료의 제목이나 첫단락이 주는 느낌과는 좀 많이 달랐다.

구글은 오는 7월부터 구글플레이에서 발생하는 매출 중 11억원(100만 달러)까지는 수수료를 15%만 부과할 방침이다. 11억원 초과분부터는 기존처럼 30%의 수수료가 붙는다. 예를 들어 앱 개발사 연 매출이 20억 원이라면 11억 원에 대해서는 15%, 초과된 9억 원의 매출에 대해서는 30%의 수수료를 내는 방식이다. 즉 매출액 11억원이 넘는 앱 개발사는 연간 1억6500만원(11억원의 15%)의 수수료를 절약하게 된다.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이나 인디 게임개발사라면 1억6500만원이 적지 않은 금액이겠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라면 이 정도를 가지고 구글플레이 수수료가 크게 줄었다고 보기는 힘들 수치다.

예를 들어 카카오페이지의 지난해 웹툰웹소설 거래액은 5000억원을 넘겼다. 이중 구글플레이 거래액이 3000억원 정도라고 어림짐작해보자. 카카오페이지가 구글에 내야하는 돈은 약 1000억원에 달한다. 1000억원에서 1억6500만원 깍아준다고 해서 카카오페이지가 구글에 크게 고마워할 것 같지는 않다.

구글이 다소 과장된 어조의 발표를 한 이유에 대해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구글은 9월부터 디지털 재화를 거래하는 모든 기업에 인앱결제 시스템을 강제할 예정인데, 이에 대한 반발이 워낙 커서 이를 누그려뜨리려고 하는 것이다.

이미 비슷한 성공사례가 있다. 구글은 원래 신규 앱은 지난 1월부터, 기존 앱은 오는 9월부터 인앱결제 의무화를 추진할 예정이었다. 구글이 이와 같은 발표를 하자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관련 단체가 들고 일어났고, 정부와 국회 역시 구글의 수수료를 규제하는 ‘구글 갑질방지법’ 등을 제정할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구글은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을 신규 앱, 기존 앱 구분하지 않고 9월부터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거래가 일어나는 것은 대부분 기존 앱이기 때문에 신규 앱에 대한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이 9월로 연기된다고 해서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구글의 일정 연기가 발표되고 나자 인앱결제 강제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확연히 줄어들었고, 당장이라도 국회를 통과할 듯 보였던 구글 갑질방지법 제정 움직임 역시 약화됐다. 구글의 시간끌기가 성공한 셈이다.

이번에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까.

최근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구글 갑질방지법 제정 움직임이 다시 국회에 일기 시작했다. 야당이 다소 이 법 제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여권에서 강하게 밀어부치기 시작한 것이다. 여러 사안으로 정치적으로 수세에 있는 여당 입장에서는 구글 갑질방지법은 정치적으로 활용하기에 좋은 소재일 것이다. 특히 법 제정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야당에 ‘글로벌 외국계 기업의 편’이라는 프레이밍을 씌울 수도 있다.

앞서 과방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구글 갑질방지법을 논의하는 법안심사 소위에는 들어가지 않고 장외에서 “구글은 가까운 시일 내에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수수료를 15% 이하로 인하하라”는 요구사항을 발표한 바 있다.

구글의 이날 발표는 야당의 이런 요구를 수용한 듯한 모습을 보인다. 야당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한 구글을 더 압박하기 무색해질 것이다. 구글의 행보에서 왠지 정치가 느껴진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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