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인 번개장터가 한정판 신발을 리셀가에 판매하는 BGZT Lab을 열었다.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 같지만 그냥 번개장터를 영어로 쓴 것이다. 번개장터는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에 새로 연 더 현대 백화점에 매장을 열고 리셀 슈즈들을 전시한다.

더 현대는 여의도에 지나가다보면 짓다만듯한 건물이 보이면 그곳으로 들어가면 보인다. 이름은 파크원(제공=유선기)

BGZT 랩은 영 패션관인 지하 2층에 있다. 매장을 찾으려면 대충 귀금속이나 시계 브랜드가 널려있는 곳에서 찾으면 된다

BGZT 랩은 36평 규모로 더 현대의 다른 매장들보다는 작다. 그러나 젠틀몬스터 출신인 공간 디자이너 최도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이끄는 디자인 스튜디오 쇼메이커스가 인테리어를 진행했다. 젠틀몬스터하면 왠지 공구리 벽을 부숴놓았을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처음 관객을 맞이하는 것은 키네틱 월로, 슈프림과 나이키 협업 모델들을 전시하는 곳이다. 사실 신발 구경을 하고 싶은데 빛이 계속 반짝여서 신발이 잘 안 보인다. 슈프림 x 나이키 에어 모어 업템포, 슈프림 에어포스원 등 인터넷에서만 볼 수 있는 슈프림 신발들이 박스 내부에 전시돼 있다.

스니커즈 월은 초대형 매대를 연상케 한다. 벽 전체에 신발을 전시해놓고 직접 만져보거나 구경할 수 있다. 번개장터 내부에서도 인기가 있는 모델 216족을 전시한다. 오프화이트 x 나이키, 사카이, 피어 오브 갓, 스투시, 디올, 아크로님 등의 브랜드와 협업한 모델을 주로 전시한다. 전시된 상품은 비닐로 꽁꽁 싸매여 있지만 형태를 분간하기는 어렵지 않다.

실착은 불가능하지만 가격 검색은 아웃솔 부분의 QR코드를 찍으면 번개장터 앱으로 연결돼 확인할 수 있다. 가격은 국내 사이트 2곳, 해외 2곳을 참고해 산정하며, 매주 월요일 변동된다고 한다. 따라서 낮은 가격으로 신발이 나오면 빨리 매장으로 달려가야 한다.


스니커즈 월 안쪽 포디움에는 가장 희귀한 제품 12족을 전시한다. 디올하이, 오프화이트 시카고, 트레비스 스캇 조던, 에어이지2 레드 옥토버, 덩크 SB 로우 Staple NYC 피존, 마스야드 1.0 등의 제품을 전시 중이다. 이 상품들 역시 만져볼 수 있다. 실착은 불가능하지만 QR로 가격을 알아보거나 실물의 때깔을 구경할 수 있다. 내부 직원들은 스니커즈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이들로 구성되었으며, 내부 추천과 결제도 가능하다.

7000만원짜리 신발이다

7000만원짜리 신발을 만져봤다. 이 돈이면 원룸 전세 구한다 싶은 생각이 드는 걸 보니 기자는 마니아가 아닌 것으로 판명났다.

비싼 신발을 보고 오줌을 지렸다면 바로 옆에 있는 화장실로 가면 된다

이 매장 내에서 유일하게 실착이 가능한 존도 있다. 스니커즈 커뮤니티 풋셀이 선정한 가장 인기있는, 그러나 원룸 전세 정도는 아닌 스니커즈 20족을 전시한다. 실제로 신어볼 수 있고 옆의 거울(셀피 존)에서 착장을 확인할 수도 있다.

닐 바렛을 입은듯한 착각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의 거울은 사진찍기 쉽지 않다. 온통 역광 뿐이다. 옆의 화면에서 풋셀 회원들의 착장을 확인할 수 있다.


옆으로 돌아가면 취향 선반과 갤러리 월이 있다. 취향 선반은 신발 외에 다른 취미 상품을 전시하는 매대다. 오픈에는 베어브릭 콜렉션을 전시하고 있었다. 신발과 동일하게 QR로 가격을 확인하거나 구매할 수 있다.

그 옆에는 물건을 사서 택배로 보낼 수 있는 픽업 앤 드랍 존이 있다. 물건만 구매하면 BGZT 직원들이 포장을 해서 보내준다고 한다. 굳이 매장에서 사지 않은 물건이라도 캐비닛에 넣고 비밀번호를 전송하면 구매자가 와서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탑재하고 있다.

갤러리 월은 스트릿 아트를 전시한다. 모든 피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며, 현재는 스트릿 아트 아티스트인 지알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고, 피스당 100만원 내외의 가격을 책정할 것이라고 한다. 1500만원짜리 벽인 셈이다. 구매한 피스는 3개월 전시가 끝나면 배송받을 수 있다. 발이 세개라 신발을 신을 수 없는 슬픈 삼족오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번개장터는 왜 오프라인 매장을 세웠을까

태생부터 온라인에서 탄생한 번개장터는 왜 오프라인 리셀 매장을 세웠을까. 그리고 여러 품목 중 왜 신발 매장을 세웠을까? 이유는 번개장터 내부 매출의 10%가 스니커즈 리셀에서 나올 정도로 인기 시장이기 때문이다. 스니커즈는 디지털 제품 다음으로 번개장터에서 많이 거래되는 품목이며, 지난해 거래 건수 57만건, 거래액 820억원을 기록한 큰 시장이다.

리셀 시장은 깜짝 등장한 게 아니다. 과거부터 한정판 슈즈를 수집하는 이들이 많았으며, 소셜 미디어가 인스타그램 등 이미지 위주로 재편되자 더 큰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뿐이다. 특정 층에게 신발은 기능이나 편의성이 중요한 제품이 아닌 ‘정체성’이다. 번개장터는 이 시장을 잘 이해하듯 커뮤니티인 풋셀을 인수하고 번개장터와 함께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리셀 시장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실제로 만져보거나 구경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각종 콜라보레이션 제품의 경우 해당 매장(슈프림, 나이키, 디올 등)을 직접 찾아야 겨우 구경할 수 있거나 그마저도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뉴욕이나 LA 등지에는 슈프림 근처에 슈프림 리셀 숍이 있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에서는 이러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셀렉트 샵 외에 많지는 않았다.

번개장터는 이 매장으로 수익을 내려고 할까?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수익을 내는 사업이 아니다”고 한다. 번개장터가 리셀 사업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이곳을 마니아들의 놀이터로 만들기 위한 브랜딩 사업인 셈이다. 물론 수익은 기대하지 않지만 한정판 신발들의 경우 시계나 가방처럼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어 수익이 날 수도 있다고. 결국 번개장터가 원하는 것은 BGZT 랩의 수익화가 아닌 번개장터 내부 유입이다. 따라서 실착이 가능한 영역과 택배 포장 등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이 전략이 효과가 있다면 다른 지점으로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현대는 명품 패션 외에도 발렌타인 시향 존, 도산공원 인기 버거인 폴트 버거, 디스이즈네버댓 등의 스트릿 브랜드, 초대형 나이키와 아디다스 매장, 매거진 B 전시, 서점, 스타벅스, 각종 굿즈, 신선식품관 등을 구비하고 있는 ‘재미있는 백화점’이다. 26일 애플 코리아 두번째 매장이 열리는 IFC 몰과 인접해 있기도 하니 인적이 드물 때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지키며 둘러보길 권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