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증 있는 어른은 못 쓰는 레고 비디요 앱 프리뷰
올 3월 출시될 레고 비디요(VIDIYO)는 틱톡과는 다른 뮤직비디오 메이커 앱이다. 사람보다는 전용 피겨를 구매하고, 이 피겨를 인식시켜 춤을 추거나 효과를 주는 등으로 활용한다.
앱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캐릭터는 밴드 메이트 미니 피겨로 부르며, 특수효과는 비트비츠로 부른다. 밴드메이트 미니 피겨와 특수효과가 붐박스 형태 안에 포함된 세트인 비트박스도 있다.
밴드메이트 미니 피겨와 비트박스 내의 피겨들은 앱 내에서 춤을 추는 캐릭터가 된다. AR의 마커로 인식해 3D 캐릭터가 되는 셈이다. 만약 여러 피겨들을 갖고 있다면 밴드를 결성할 수 있고 밴드의 이름이나 앨범 커버 등을 직접 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무료 캐릭터도 있지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밋밋하게 생겼다. 어린이들은 이때 자본주의의 쓴맛을 보게 된다.
밴드를 결성하거나 비트박스를 인식시키고 난 뒤에는 음악을 고른 후 뮤직비디오를 만들게 된다. 음원은 유니버설뮤직그룹(UMG)의 것을 사용하므로 레트로 팝송부터 최신 인기곡까지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초기는 30여개 곡이 포함돼 있으며 2주마다 한곡씩 추가된다.
캐릭터가 하는 행동은 구매한 비트비츠에 의해 결정된다. 비트비츠는 각종 댄스, AR 효과, 배경 효과 등으로 이뤄져 있다. 단순히 춤이 아닌 화려한 효과들을 담고 있으며 이것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다른 뮤직비디오가 된다. 여기서 틱톡과 큰 차이가 나게 되는데, 사람이 직접 하고 사람에게 효과를 입히는 틱톡과 달리 천장을 뚫고 나가서 땅에서 등장하고, 금속 로봇처럼 변하고, 사람이 출 수 없는 춤을 추는 등 영화보다는 ‘톰과 제리’ 같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나 볼법한 과장된 효과가 주를 이룬다. 따라서 실물은 아니지만 사람의 3D 캐릭터를 사용하는 제페토와도 다르다.
퍼포먼스는 모두 비트비츠에 의해서만 할 수 있다. 영상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비트비츠 종류가 뜨고, 이것을 클릭하면 밴드가 춤을 추거나 퍼포먼스를 하는 식이다. 따라서 밴드메이트 미니 피겨를 갖춰 밴드를 결성했다면 비트비츠를 계속해서 더 구매해야 한다.
이렇게 여러 방식으로 영상을 편집하고 내부에 업로드하면 다른 소셜 미디어처럼 세로 스크롤이 가능한 피드에 업로드된다.
사실 어른이 하기에 이 소셜미디어는 당황스럽다. 뭔가 화끈한 것도 없고 뮤직비디오를 편집하는 것에서도 큰 재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현재 제공된 데모에는 캡처나 저장 기능이 없어 영상을 올릴 수는 없지만 카메라를 들고 사시나무 떨듯 손을 떠는 걸 보면 수전증 있는 어른이 쓸 앱은 아닌듯하다.
그러나 타깃이 레고를 좋아하고 살아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저연령층이라면 이야기가 다를 수는 있겠다. 이런 초점에서 생각해보면 별도의 밴드메이트 피겨 외에도 기존의 인기 레고 세트들을 찍고 레고를 만들어가는 과정 등을 앱에서 찍을 수 있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성을 하나 만든다고 하면 성을 만드는 과정을 타임랩스로 찍고, 성을 다 만들면 성주 피겨가 살아 움직이는 등의 행동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마인크래프트를 실물 레고로 하는 느낌이라면 어린이들이 이유식을 전폐하려고 하지 않을까.
1주일간 어른이 사용하면서 느낀 점이라면 밴드메이트들을 절대 바닥에 두지 말자. 밟으면 단전에서 고통이 올라온다.
어쨌든 레고의 비디요가 분명 특정 층에 소구될만한 앱인 건 사실이다. 비디요는 3월에 출시되며 밴드메이트 미니 피겨도 같은 시기 등장할 예정이다. 레고는 이 시기에 맞춰 밴드메이트 피겨 캐릭터 중 하나인 파티라마를 2월 19일 데뷔시키기로 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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