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후드는 왜 이용자를 향해 활을 쏘았을까

지난주부터 증권업계와 IT업계를 뜨겁게 달구는 주제가 있다. 바로 게임스탑 공매도 사태다. 미국의 개미투자자들이 월가의 헤지펀드와 전면전을 벌이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 것인데, 이 과정에 게임유통사와 핀테크 회사가 사건의 중심에 섰다. (사건에 대한 설명은 여기를 클리하세요.)

간단히 사건에 대해 설명하자면 월가의  헤지펀드가 게임스탑 주가가 떨어진다는 예측에 베팅(공매도)을 했고, 떨어지는 주가에 화가 난 개미투자자들이 집단적으로 게임스팟 주식을 매수해서 주가를 올려놓은 사건이다. 주가가 오르면 주가하락에 베팅한 헤지펀드는 큰 손해를 본다. 개미투자자들이 월가의 자본가들과의 싸움에서 통괘한 승리를 할 여건이 마련됐다.

그런데 갑자기 로빈후드가 끼어들며서 사건이 커졌다. 로빈후드는 개미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트레이딩시스템(HTC, MTS)인데, 갑자기 게임스팟 주식을 살 수 없도록 했다. 1위 HTS에서 주식을 살 수 없고 팔 수만 있으니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애써 올려놓은 주식이 다시 내려가자 개미들의 분노가 담긴 화살은 로빈후드로 향했다.

로빈후드는 어떤 회사?

로빈후드는 지난 2015년 3월 출시된 주식거래 앱이다. 창업자인 블라디미르 테네브와 바이주 바트는 2011년 월가 점령 시위(Occupy the Wall Street)를 보고 로빈후드를 기획했다. 모든 미국인들이 비용 부담 없이 주식 투자를 할 수 있게 하자는 게 설립 목표였다.

로빈후드는 주식거래를 위한 번거로운 절차를 없애 밀레니얼 세대에서 주식투자 붐을 일으켰다. 현재 1300만명이 넘든 고객이 로빈후드를 통해 계좌를 개설했으며 상당수가 기존에 주식을 거래하지 않던 밀레니얼 세대로 알려져 있다.

로빈후드는 주식거래 수수료가 없고 계좌에 최소로 넣어둬야 하는 금액도 없다. 게이미피케이션 기법을 활용해 게임하듯 주식투자를 할 수 있다.

로빈후드는 이용자들에게는 주식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데이터를 판다. 고객들의 주식거래 주문 데이터를 대형 증권사에 판매하는 것이 로빈후드 수익의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정보나 신용정보를 판매하는 것은 허가되지 않는데, 미국에서는 가능하다.

그러나 ‘수수료 무료’가 결국 조삼모사라는 지적도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로빈후드의 높은 (데이터) 가격 탓에 로빈후드 고객들의 주문은 다른 증권사보다 나쁜 가격에 처리됐다”고 지적했다.

로빈후드는 왜 게임스탑 매수를 막았을까?

로빈후드는 게임스팟을 비롯해 50여개의 종목에 주식매입 제한을 했다. 시간이 갈수록 제한이 완화되기는 하지만, 정부나 기관이 사이드카를 발동한 것도 아닌데 일개 거래 앱이 자의적인 판단으로 주식매입을 금지시킨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개미투자자들은 로빈후드가 월가의 자본과 결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을 벌였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로빈후드는 시타델이라는 증권사에 데이터를 팔아 수익을 얻는다. 시타델은 로빈후드의 최대고객 중 하나다. 그런데 시타델이 투자한 멜빈캐피털이 이번 게임스탑 공매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개미투자자들은 시타델이 멜빈캐피털을 구하기 위해 로빈후드에 압력을 넣었고, 로빈후드가 이를 받아들여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로빈후드 측은 강력 부인하고 있다. 로빈후드 측은 주식매수를 중단시킨 이유를 DTCC(Depository Trust & Clearing Corporation )에 내는 보증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으로 치면 증권의 결제를 담당하는 한국예탁결제원과 같은 DTCC라는 기관이 있다. DTCC는 주식의 소유권을 판매자의 중개인에서 구매자의 중개인으로 이전시키고, 현금을 반대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1주가 팔릴 때마다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뭉치로 모아서 거래를 중개한다. 이 때문에 로빈후드와 같은 앱에서 거래가 이뤄지면, 일정 시간(약 이틀)이 지난 후 매도인 측 중개인이 주식을 인도하고 매수인 측 중개인이 현금을 제공한다.

DTCC는 브로커에 보증금을 요구한다. 앱으로 거래를 하고 실제 결제가 이뤄질 때까지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로빈후드 이용자들은 마진거래(신용거래, 빚으로 주식을 사는 것)를 이용했다는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즉 빚으로 산 게임스탑의 주식의 변동성이 지나치게 높아진 것이다. 이 때문에 DTCC는 추가적인 보증금을 요구했다. 로빈후드 측에 따르면, 그 금액이 30억달러(3조3000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DTCC 입장에서는 마진거래가 폭증하자 위험성을 상쇄할 방안이 필요했던 것이다.

로빈후드는 24시간 안에 30억달러를 마련할 방법이 없었고, 결국 거래를 중단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후 로빈후드는 투자자들로부터 10억달러를 조달해서 보증금의 일부를 납부했다.

현재로서는 개미투자자들의 생각하는 것처럼 시타델의 입김이 영향을 미쳐 로빈후드에서 게임스탑 매수가 정지됐는지, 아니면 로빈후드 측 설명처럼 마진거래로 인한 DTCC 보증금 때문인지는 불명확하다.

미 의회는 청문회를 통해 이번 사태를 조사할 예정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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