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모빌리티 플랫폼들이 ‘배달’을 품는 이유

공유 모빌리티 플랫폼들이 ‘도심 마이크로 물류 시장’으로 속속 진입하고 있다. 지난 20일 공유 전기자전거 플랫폼 일레클(운영사: 나인투원)이 배달 전용 멤버십 ‘딜리버리 패스’를 출시했다.

이어 28일 공유 전동킥보드 플랫폼 킥고잉(운영사: 올룰로)이 쿠팡이츠와 제휴하여 배달파트너 전용 요금제를 출시했다. 킥고잉은 ‘쿠팡이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배달 플랫폼들과 유사한 방식의 제휴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레클과 킥고잉 두 모빌리티 플랫폼 모두 ‘쿠팡이츠’와 우선 제휴했다. 쿠팡이츠는 제휴를 통해 별다른 마케팅 비용 투하 없이 ‘일반인 배달기사’ 편대를 확보할 수 있으며, 기존 운영하던 도보 배달기사의 배달 속도와 커버리지를 넓힐 수 있다는 편익이 있다.

이유 있는 모빌리티의 물류 진출

공유 모빌리티 플랫폼들이 뜬금없이 물류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아니다. 배달 플랫폼과의 제휴가 공유 모빌리티 플랫폼의 매출을 올리고 운영비용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된다고 판단했다.

먼저 킥고잉은 배달 전용 요금제 출시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기존 일상생활 이동용으로 킥보드 이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더해 배달용으로 킥보드를 제공한다면 자연스레 이용자 규모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복안이다. 이용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더 많은 숫자의 킥보드 편대를 운영할 수 있다는 뜻이고, 이는 곧 킥고잉의 경제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킥고잉 관계자는 “공유 전동킥보드 플랫폼은 기기를 늘리면 늘릴수록 규모의 경제가 나오는 비즈니스”라며 “어떤 고객이 목적지인 자택 근처에 킥보드를 갖다놓는다고 해서 그곳이 꼭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일 수는 없다. 때문에 일단 많은 기기를 보급해서 사람들 눈에 띄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기 하나의 회전율이 하루 최소 3~4회 이상은 나와야 우리의 이윤이 남는다”며 “때문에 일단 많은 기기를 보급, 사람들 눈에 많이 띄게 하여 앱 다운로드와 이용률을 동시에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레클은 배달 전용 요금제 출시를 통해서 기기의 ‘가동률’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코로나19 이후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공유 전기자전거 이용의 유휴시간이 돼버린 점심시간, 저녁시간의 자전거 이용률을 배달 전용 요금제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일레클 관계자는 “자전거 공유 서비스의 운영 유휴시간을 줄이는 용도로 배달 멤버십을 활용할 수 있다”며 “기존 일상생활 이동용으로 사용하는 자전거 이용에 공백이 생기는 부분을 배달로 채워서 전체적인 자전거 이용률을 활성화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킥고잉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겨울철 비수기 등에 생기는 가동률의 공백을 채우는 데 있어서도 배달 전용 요금제는 부가적인 효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동의했다. 다만, 이에 더해 그는 “가동률을 채우는 데만 집중하면 성수기에는 일반 고객이 못 탈 수도 있다”며 “킥고잉은 앞으로 배달 파트너와 일반 고객 모두 기기를 이용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계속해서 숫자를 늘려나갈 계획”이라 첨언했다.

요금제 설계에도 이유는 있다

공유 모빌리티 플랫폼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배달 전용 요금제를 설계했다. 하지만 일레클과 킥고잉 배달 전용 요금제의 공통점 또한 있다. 최대한 경제성을 만들 수 있도록 고민한 결과가 요금제에 반영됐다. 배달기사가 아닌 일반인이 저렴한 배달 전용 요금제로 이용을 하는 어뷰징을 막는 장치 또한 마련했다.

킥고잉 배달 전용 요금제(왼쪽)와 일레클 딜리버리 패스 요금제(오른쪽). 일레클 같은 경우 쿠팡이츠 전용 요금제로 1000원 더 저렴한 패스를 함께 발표했다.

일레클의 경우 특정 기간 동안 특정 시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정액제 요금제를 출시했다. 요금제는 크게 세 개로 1일 3시간 자유이용권 1만900원, 1주일 10시간 자유이용권 2만5900원, 1주일 20시간 자유이용권 3만5900원이다. 주어진 이용시간을 특정 기간 안에 모두 사용했음을 가정한다면 10분 이용시 이용요금은 각각 605원, 432원, 299원으로 계산된다.

일레클의 일반 이용 요금은 서울 기준으로 첫 5분 1100원, 이후 1분당 100원이다. 이를 10분 이용 요금으로 환산한다면 1600원이다. 요컨대 일레클 배달전용 요금제는 요금제별로 최대 62.2%(1일 3시간 자유이용권), 73%(1주일 10시간 자유이용권), 81.3%(1주일 20시간 자유이용권) 가량 기존 이용 요금보다 저렴하다. 물론 기간 내에 정해진 이용시간을 다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만큼 할인율은 줄어드는 구조다.

일레클 관계자는 배달을 안하고 할인 요금을 받는 어뷰징을 막기 위한 방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딜리버리 패스는 배달기사가 아닌 일반인이 일상생활 이동용도로 사용하기에는 효율이 그렇게 좋지 않다”며 “배달이 아닌 용도로 일레클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통상 전기자전거를 이용하면 1.2~2km 정도를 이동하고, 많이 타는 사용자는 하루에 5~6번 정도 탄다. 이 정도 이용하는 일반 이용자라면 딜리버리 패스 기간내 시간을 전부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 설명했다.

킥고잉의 경우는 조금 단순하다. 배달 전용 요금제에는 기존 요금제 대비 30%의 기본 할인이 붙는다. 서울 기준으로 킥고잉 기본요금은 잠금해제시 1000원, 이후 분당 100원이다. 이 비용이 배달파트너 전용 요금제를 사용할 경우 잠금해제시 700원, 이후 분당 70원으로 줄어든다. 여기 더해 쿠팡이츠 제휴 혜택으로 1500원 할인 쿠폰을 최대 4장 지급(쿠팡이츠 신규가입시 2장, 기본 2장)한다. 기존 킥고잉에서 가능했던 30분내 환승시 잠금해제 비용 무료는 배달 요금제에도 그대로 유지된다.

킥고잉 관계자는 “(어뷰징을 막기 위해서) 쿠팡이츠 앱과 연동이 돼 있다. 킥고잉을 할인된 배달 요금제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쿠팡이츠 라이더 앱을 온라인(주문받기 상태)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30% 할인은 기본적으로 킥고잉이 손해를 안 보는 요율로 결정한 것”이라 전했다.

일레클과 킥고잉의 배달 전용 요금제는 아직 테스트 단계다. 양사 모두 향후 이용자 피드백에 따라서 요금제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일레클의 경우 동절기(2월 28일까지) 배달 요금제 운영을 마치고 이후 요금제를 계속해서 운영할지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일레클이 배달 요금제를 출시한 이유 중 하나가 겨울철 공유 자전거 비수기에 맞춰 기기의 가동률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일레클 관계자는 “딜리버리 패스는 겨울철 한정 상품으로 출시했다. 2월 28일까지 운영을 하고 사라진다”며 “만약 고객 반응이 좋다면 2월 28일 이후에도 지속적인 운영을 할 수도 있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킥고잉의 경우 2월 5일부터 3월 5일까지 강남 지역에서 한 달간의 배달 요금제 테스트를 마치고, 테스트 결과를 기반으로 운영 지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요컨대 킥고잉은 공유 모빌리티 기기의 편대를 늘리고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수단으로 ‘배달 요금제’를 지속적으로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킥고잉 관계자는 “강남은 전체 1만3000여대의 킥고잉 운영 기기 중 2000여대가 밀집한 지역이자, 쿠팡이츠 배달 주문이 활발한 지역이라 테스트 지역으로 의미있다 판단했다”며 “킥고잉은 테스트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배달 요금제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것이다. 음식 배달뿐만 아닌 라스트마일 물류 수단으로 모빌리티 활용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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