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전력을 위한 GaN 반도체, 어디까지 왔나

GaN(갈륨 나이트라이드)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 CES 2021에 참가한 반도체 기업들 중 상당수가 자사의 GaN 반도체 시리즈를 선보였다. 디바이스의 성능 중 ‘저전력’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업계는 GaN 반도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현재 GaN 반도체 산업은 어느 정도까지 발전했을까?

우선 우리가 기존에 사용하던 반도체와 GaN 반도체의 차이부터 알아야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반도체는 실리콘 웨이퍼를 기반으로 한다. 주변의 전자기기를 생각해 보면, 대부분 특정 스위치를 켜고 끄는 과정으로 작동이 된다. 그 역할은 실리콘 소재가 담당한다. 실리콘은 평소에 전기가 잘 통하지 않지만, 외압을 가하면 전기가 흐르는 도체 성질을 띠게 된다.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실리콘은 반도체 기판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그러다 업계는 실리콘 단결정이 아닌 SiC(실리콘 카바이드)나 GaN(갈륨 나이트라이드)와 같은 화합물 반도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모바일 디바이스가 널리 보급되고 4차 산업이 발달하면서, ‘전력’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모바일 디바이스는 외부에서 전기를 공급받지 않아도 오래 가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의 온저항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온저항(impedence, 임피던스)이란 회로에서 전압이 가해졌을 때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값을 말한다.

SiC나 GaN은 실리콘에 비해 고온 안정성이 우수하며, 낮은 온저항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특성은 GaN에서 더욱 극대화된다. 시장조사기관 INI에 따르면, GaN 전력반도체 소자를 인버터로 활용하면 전체적인 에너지 손실이 실리콘 반도체에 비해 75% 줄어든다. 이는 곧 GaN을 사용했을 때 전력 효율이 증가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그간 시장에서 GaN 반도체는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가격 경쟁력’이 꼽힌다. 국내 GaN 에피웨이퍼 생산업체 아이브이웍스(IVWorks)는 인터뷰에서 “GaN 전력소자의 강점은 오래 전부터 검증되어 왔으나, 기존 전력소자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여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브이웍스가 생산한 6인치 GaN on SiC 에피웨이퍼 (출처: 아이브이웍스)

국내에서는 이전의 한계를 극복하고 GaN 사업에 시동을 거는 움직임이 보인다. 우선 아이브이웍스는 SiC 위에 GaN을 얹는 형태의 에피웨이퍼(EpiWafer)를 기존의 4인치보다 확대된 6인치 생산에 성공했다. 웨이퍼의 크기는 클수록 반도체의 생산성이 증가한다. 설명에 따르면, 추후 8인치 공정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생산성 향상과 품질 개선을 위해 ‘하이브리드-MBE(Hybrid-MBE)’기술과 결함감소 특허기술을 개발했다. 또한, 생산 관리를 위한 인공지능 시스템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이를 통해 아이브이웍스는 GaN 반도체 생산량을 높이고 경쟁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지난 18일에는 국내 반도체 및 배터리 제조기업 에이프로(Apro)가 GaN 전력반도체용 웨이퍼 생산을 위한 장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에이프로 관계자는 GaN 사업과 관련해 “GaN 반도체 산업은 미래 먹거리로, 이 분야에서 우리는 경쟁력을 갖추고자 한다”며, “장비는 올해 2~3월중에 입고되며, 본격적인 양산은 올해 하반기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국가 차원에서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5년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을 진행했고, 이후 2018년에 사업호연계기술개발사업 지원을 통해 GaN 양산기술 고도화를 지원한 바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약 5년 전부터 GaN 반도체에 대한 관심을 보였으며, 지난 2019년 10월에는 ‘차세대 GaN RF 전력증폭 소자 및 집적회로 기술 동향’을 포함한 논문을 발행했다.

세계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GaN 반도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업계에서도 GaN 반도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피니언, 온세미컨덕터, 로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다양한 시스템 반도체 기업이 GaN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GaN 사업 진행과 관련해 “아직은 SiC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GaN 반도체에 대해서 지속해서 연구 중이며,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 후 공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인턴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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