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진 대로 LG전자가 모바일 부문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 만약 LG가 스마트폰 부문을 처분하면 LG가 잃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다른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스마트폰 부문 철수가 어떤 파장을 갖고오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소니가 스마트폰을 계속 만드는 이유

국내에 LG가 있다면 해외엔 소니가 있다. 소니는 일본 내에서도 2019년 기준, 점유율 3위에 해당한다. 1위는 애플, 2위는 샤프가 차지하고 있다. 소니 역시 스마트폰 부문의 지속적인 적자로 인해 스마트폰을 접는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는 중이다.

소니는 2016년,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 스마트폰 시대에서 소니가 1, 2위를 하는 것에 미련을 갖고 있지 않다”며 “미래에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될 때 바로 변화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19년에 소니는 적자를 보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부를 생활가전 부서와 통합하기도 했다. 이에 외신들은 2018년 1조원 이상(약 9억4000만달러)의 손실을 입은 소니가 부서 실적을 통합 부서에 숨기는 의도라고 추측했다.

LG와 소니가 달랐던 점은 소니는 어쨌든 훌륭한 폰을 계속 만들어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소니는 다른 유명 제조사 대비 부족하지 않다. 또한, 소니는 삼성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과 관련된 여러 부서들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이 1억800만화소의 아이소셀 카메라를 만들자, 아이소셀 카메라를 주문한 샤오미 외 다른 제조사들은 소비자의 고화질 렌즈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소니의 6400만 혹은 4800만 화소 렌즈를 주로 사용했다.


영상과 음성 기술에서도 소니가 스마트폰을 계속 만들어야 할 니즈가 엿보인다. 소니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엑스페리아 시리즈는 그동안 영상 기술에 대한 많은 연구를 해왔고 좋은 결과물들을 내놓고 있다. 소니는 ‘스파이더맨’ 시리즈 판권을 보유한 영화사이기도 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에서 영상을 어떻게 소비할지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 또한, 워크맨 브랜드를 아직도 갖고 있는 소니는 360도 사운드를 갖춘 블루투스 스피커를 선보이거나, 애플이나 삼성보다 먼저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블루투스 이어폰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기술들이 스마트폰과 함께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소니는 또한 5G 시대를 염두에 두고 있기도 했다. 4G까지의 통신 방식과 다르게 5G는 산업 전체를 바꿀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자동화 공장이나 클라우드 산업, 게임 스트리밍, 자율주행차, C-ITS 등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엣지 디바이스(스마트폰, 자동차 등)가 통신망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테스트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도 스마트폰은 좋은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스마트폰은 통신 시대의 핵심 기기가 될 것이다. 대다수의 비스마트카에서 OS로 작동할 것이며(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 AR을 사용할 때 가격 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제품이 될 것이다. 스피커이자, 수화기이자, 메신저를 쓸 수 있는 도구다. 신용카드와 포인트 카드, 통장이기도 하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머신이며 라이다 센서를 통해 집안을 측정하는 도구(아이폰 12 프로)가 된다. 접근성 확보를 위한 첫번째 기기가 될 것이며, AI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가장 편리한 기기기도 하다. AI를 사용하기에도, 테스트하기에도(음성 명령, 카메라의 비전 AI, AR 게임 등) 가장 좋은 기기다. LG가 스마트폰을 포기한다는 것은 이 모든 것을 별개의 영역으로 발전시켜야 함을 의미한다.

샤오미의 Mi Home 유니버스

스마트폰을 포기하면 사라지는 또 다른 것도 있다. IoT 컨트롤 기기다. 대부분의 IoT 기기는 스마트폰으로 조작하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하다. OS를 갖고 있는 구글의 음성명령마저 구글 홈이 아닌 안드로이드 폰에서 더 쉽게 조작할 수 있다. 휴대성 덕분이다.

만약 스마트폰을 내친다고 해도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해 IoT 기기들은 조작할 수 있다. 그러나 OS 인터페이스 안에 통합하는 것은 어렵다. 예를 들어 음성 명령을 실행하지 않고 알림센터에서 바로 터치한다거나 하는 행동이 불가능해진다. 사실 안드로이드는 충분히 파편화돼있고 IoT 생태계 역시 파편화돼있다. 따라서 스마트폰과 가전을 굳이 같은 브랜드로 구매할 필요는 없을 수도 있다. 갤럭시 시리즈가 잘 팔리는 이유도 가전의 판매량과 직접적인 연관을 찾기는 어렵다.

이 방법을 멋지게 해결한 안드로이드폰 제조사가 있다. 샤오미다. 샤오미는 최초에 아이폰 카피 가성비 폰을 만드는 업체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가전을 더 많이 판매한다. 스마트폰 역시 충분히 만들고 있는데, IoT 서비스를 두가지 층위에서 실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샤오미 폰에서는 OS에 통합된 인터페이스로 샤오미 가전들을 조작할 수 있다. 다른 스마트폰에서는 Mi Home 앱을 통해 가전을 조작할 수 있게 했다.

샤오미와 LG의 차이점이라면, 샤오미 가전은 대부분 가성비 제품이라는 것이다. 저렴한 가격에 사면서 편의성까지 보장받는 셈이다. 그러나 LG 제품은 대부분 프리미엄 제품이다. LG가 스마트폰을 포기하면 프리미엄 제품인데 IoT 부문에서는 샤오미보다 떨어지는 결과를 낼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대표부터가 엔지이너인 샤오미와, 가전 부문에서 계속 대표를 뽑고 있는 LG는 모바일용 소프트웨어 제작 역량 차이가 있다. 샤오미는 다른 OS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플랫폼 SDK까지 내놓고 있을 정도로 IoT 부문에서 큰 발전을 이루고 있다. LG에게 이런 역량은 기대되지 않는다. 몇 년이 지난 뒤에 스마트폰의 위치를 통한 자동화로 돌아갈 샤오미 가전 대비 직접 명령을 내려야 하는 LG 가전의 IoT 기능이 얼마나 불편한지를 깨닫게 될 수도 있다.

인터페이스와 생태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기 위해서는 애플을 떠올리면 된다. 애플이 다른 제조사와 자동차를 만든다는 소식이 들리자 사람들이 열광한 이유는 애플이 생태계와 사용성을 얼마나 잘 만드는지를 이해하기 때문이다. 애플이 현대와 자동차를 만든다고 해서 애플이 자동차 전체를 만드는 것일까? 모터트렌드는 이에 대해 “애플은 자동차를 만드는 게 아니라 내장 부품을 만든다(Apple Isn’t Building a Car. It’s Building Its Guts)”라고 평했다. 현대자동차가 만든 저렴한 자동차에 애플의 브랜드와 사용성, 생태계가 얽힌다고 생각해보자. 사람들이 열광할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LG는 정말 스마트폰 부문을 판매할까

LG는 ‘롤러블’과 같은 훌륭한 해답을 내놓고는 있지만 이러한 혁신 기기를 계속 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건 사실이다. 모듈형으로 출시돼 부품을 갈아낄 수 있는 G5가 외신에서 큰 호응을 얻었지만 G6 제품은 G5의 모듈들과 전혀 호환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등장한 모토로라의 모토 Z4가 아직까지 현역 폰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위의 장점들을 계속 안고 가기에는 적자 폭이 너무 커진 문제도 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부문은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총 손실액은 5조원에 달한다. 그러니까 그냥 장점을 포기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LG전자 확인 결과 스마트폰 부문을 판매한다는 것은 확정이 아니라고 한다. LG전자측은 매각과 유지 등 “열려있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계속해서 스마트폰을 만드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시중에 있는 베트남 기업 인수설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