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손보는 디지털손보사로 변신 중?
지난해 출범한 하나손해보험이 디지털 손해보험사(손보사)로 탈바꿈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디지털 손보사와 디지털화를 진행하고 있는 전통 보험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인 가운데, 디지털손보사를 표방한 하나손보가 경쟁에 동참했다.
하나손보는 올해 디지털손보사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6월 출범 당시, 권태균 하나손보 사장은 ‘신생활보험 플랫폼’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발표한 바 있다. 모태인 더케이손해보험이 쌓아온 노하우에 하나금융의 금융자산 관리 노하우 등을 더해 디지털손보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하나손보는 기존 업무시스템의 디지털화에 나섰다. 태스크포스팀(TFT)를 꾸리고, 보험업무시스템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의 IT자회사 하나금융티아이가 주도해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최근 하나금융티아이는 서버, 스토리지, 백업 장비 및 솔루션 도입, 네트워크저장장치(NAS) 게이트웨이 구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놨다.
하나손보 관계자는 “오래된 업무시스템을 디지털화하기 위한 작업”이라며 “디지털 전환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을 포함해 보험사들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업무시스템 디지털화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 상품 구색도 늘릴 계획이다. 대표상품인 온라인 자동차보험 판매를 강화하고, 연내 미니보험 등 생활보험 상품을 내놓기 위해 준비 중이다. 디지털손보사, 법인독립보험대리점(GA) 등에서 간편하고 빠르게 가입할 수 있는 미니보험 상품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기 위한 의지로 풀이된다. 미니보험 상품은 생활밀착형으로 보험비가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주로 2030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나은행과 함께 야심차게 내놓은 방카슈랑스의 모바일 전용 상품도 준비 중이다. 방카슈랑스는 은행이나 보험사가 다른 금융 판매채널을 이용해 자사상품을 판매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지난해 12월, 하나손보는 하나은행의 스마트뱅킹 앱 하나원큐를 통해 기업성 일반보험 대면상품을 판매했다. 연내 방카슈랑스의 모바일 상품을 출시, 앞으로 모바일 상품에 더욱 주력할 계획이다.
업무시스템의 디지털화와 디지털 상품이 늘어나는 만큼 여기에 투입되는 IT인력, 디지털 인력도 계속해서 충원 중이다. 하나손보는 IT관련 인력을 지난해부터 상시 채용하고 있다. 현재 하나손보의 디지털 관련 인력은 총 55명이다. 디지털지원본부와 보험업무시스템 TFT를 포함한 인원이다. 하나손보 전체직원이 약 480명인 점을 고려하면, 디지털 관련 인력은 전체의 약 11% 정도다.
다만, 하나손보가 완전한 디지털손보사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디지털손보사의 주요 요건 중 하나는 영업인력의 유무다. 영업인력은 설계사를 말한다. 지금까지 전통 보험사들은 설계사를 통해 고객들을 모집해왔다. 그러나 디지털 손보사는 오직 플랫폼만으로 상품추천부터 가입, 배상 등을 하기 때문에 설계사가 필요없다. 당장 1호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해보험만 해도 설계사가 없으며 전체 인력 가운데 절반이 IT인력이다. 반면, 하나손보의 설계사는 약 100명으로 회사 측은 설계사 판매 시스템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하나손보가 출범 후 곧바로 디지털손보사로 전환하지 못한 것은 더케이손보 시절부터 이어진 관행적인 시스템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당장 모든 시스템을 바꾸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자동차보험 전문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해 하나손보로 명칭을 바꿨다. 더케이손해보험은 2003년 교직원공제회가 설립했으며 교직원 대상 자동차보험 전문 보험사로 출범했다. 이후 2014년 종합 손해보험사로 저변을 확대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교직원 전문 자동차보험사로서의 인식이 강하다.
한편, 올 하반기 카카오페이의 디지털손보사가 출범한다. 지난해 1월 영업을 시작한 1호 디지털 손보사 캐롯손해보험은 모바일 전용 상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전통 보험사들도 모바일에 특화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하나손보가 어떤 전략으로 디지털손보사로서의 색깔을 띌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