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은행은 왜 인증서 경쟁에 뛰어들었나

공인인증서 시대가 막이 내리자 사설인증서들이 시장선점을 위한 영역확대에 나섰다. 자체 서비스 외에도 금융, 공공 등으로 적용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금융권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이 2019년 7월 시장에 내놓은 ‘KB모바일인증서’는 KB금융그룹 서비스에 적용된 것을 넘어, 공공분야 민간전자서명 최종 시범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인증서로서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국민은행은 일찌감치 자체 인증서 개발 준비에 나선 곳이다. 지난 2018년 9월, 전자서명법 개정안의 국무회의 심의 소식이 알려지자 곧바로 자체 인증서 준비에 돌입했다. 결과적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자체 인증서를 내놨고, 가입자 수 633만명을 돌파했다.

현재 인증시장은 막강한 플랫폼 영향력을 가진 빅테크, 통신사 등이 시중은행을 압도하고 있다.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은행이 인증서 시장에서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는지, 강점은 무엇인지 등을 국민은행의 개인뱅킹플랫폼부에 문의해 답을 들었다.

KB국민은행은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인증서 개발에 착수하고 서비스를 출시했다. 어떤 점에서 인증서 시장의 가능성을 봤나

공인인증서는 보안프로그램 설치, 복잡한 암호설정, 1년 주기 갱신 등 이용자들의 불편사항이 항상 잇따랐다. 연말정산, 주택청약 등 공인인증서가 필요한 시즌에는 고객의 창구방문이 증가해 영업점 혼잡도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고객에 편리한 인증서를 제공하고자 출시한 것이 KB모바일인증서다.

복잡한 이용절차를 간소화하고, 첫 거래 고객도 영업점 방문이 필요 없는 ‘모바일 온리(Only)’ 프로세스를 제공하려 한다. 아울러 계열사 비대면 채널에서도 공통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통합인증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KB모바일인증서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였다.

KB모바일인증서, 타사 서비스 대비 강점은 무엇인가

비금융권 인증서의 경우 두가지 인증방법을 통해 발급하는 경우도 있으나 국민은행은 세가지 방식(휴대폰 본인인증, 신분증촬영·다른 인증서로 인증·1회용 창구 발급번호 중 택 1, 계좌인증)을 통한 정확한 신원확인 후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또 타 인증서들이 대부분 소프트웨어 저장 방식을 이용하고 있으나 KB모바일인증서는 하드웨어 저장 방식을 지원한다. 단, 기기가 지원하지 않는 경우 소프트웨어에 저장한다. 외부접근이 불가한 하드웨어 영역인 TEE(trusted execution environment) 또는 유심에 저장해 해킹 및 탈취로부터 안전한 것이 특징이다.

이용편의성이 KB모바일인증서의 경쟁력이다. 당행거래가 없는 고객이 영업점 창구 방문없이 통장신규, 인터넷뱅킹 가입, 인증서 발급까지 원스탑으로 손쉽게 거래할 수 있다.

타 인증서의 경우 보통 3년 이내로 유효기간을 운용하고 있으나 KB모바일인증서는 유효기간없이 계속 이용이 가능해 주기적 갱신의 불편함을 해소했다. 무엇보다 20년간 뱅킹 운영 경험이 축적된 제1 금융권의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보안환경이 장점이다.

은행 인증서 대부분은 자사 뱅킹 앱 및 계열사에 한정적이다. KB모바일인증서는 이를 포함해 공공기관 연계도 이뤄지고 있는데 앞으로 인증서 적용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 계획인가

국민은행이 지향하는 바는 고객이 인증서로 인해 금융생활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룹차원의 통합인증체계를 구축해 계열사 간 비대면 서비스의 인증장벽을 허물어 ‘원 펌(One Firm, 계열사 간 협업으로 하나의 회사처럼 움직이는 운영 체계)’과 동일한 고객경험 제공을 추구하는 것이다.

외부기관 연계와 관련해 금융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관이 우선 비즈니스 대상이다. 연말정산, 소득확인, 서류발급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공공기관은 인증서비스의 수요 및 고객 니즈와 관련하여 필수 제휴 대상이다.

아울러 은행과 금융시너지를 추구할 수 있는 증권, 카드, 보험 등의 타 금융기관도 제휴의 가치가 높다. KB모바일인증서는 이체, 펀드가입 뿐만 아니라 증권매매, 보험가입까지 종합금융 거래가 가능한 하나의 똑똑한 인증서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다.

 빅테크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시중은행의 강점은 무엇이며, 은행들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빅테크 기업의 인증서는 메신저 또는 통신과 같은 강력한 인프라 기반으로 경쟁력을 갖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은행은 20여년 인터넷뱅킹과 인증서비스를 운영해온 경험이 있다.

사고예방을 위한 고도화된 FDS 운영 및 전자금융배상책임보험 가입 등 고객보호 시스템은 KB모바일인증서 자체의 강점 이외 고객들이 신뢰할 수 있는 요소다. 또 고객들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전국의 영업점 창구는 은행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강력한 네트워크다. 노년층, 장애인 등 디지털소외계층도 콜센터가 아닌 대면을 통해 서비스 가입과 이용안내를 받을 수 있다.

은행 인증서가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해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풀뱅킹(Full banking)을 안전하게 지원하고 있는 만큼 금융에서의 KB모바일인증서의 가치는 입증됐다. 고객이 금융거래만큼은 KB모바일인증서를 떠올리는 것, KB모바일인증서는 믿고 이용할 수 있다는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자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사설인증서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궁금하다

전자서명법 개정안 시행 초기인 올해에는 중대형 ICT기업,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인증시장 참여 움직임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을 활용한 다양한 인증 신기술이 경쟁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서명법에서 요구하는 전자서명인증업무 운영기준 준수 사실 인정을 받기 위한 투자도 필요할 것이다. 시장안정화 단계 이후에는 고객수를 확보한 대형사업자 또는 금융과 같은 전문영역을 확보한 사업자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