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인텔이 결국 선택한 구원투수 ‘팻 겔싱어’

인텔이 CEO를 교체한다. 새 사령탑의 주인은 현재 VM웨어를 이끌고 있는 팻 겔싱어 CEO다. 인텔은 13일(미국 현지시각) 2021년 2월 15일부터 팻 겔싱어를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팻 겔싱어는 원래 인텔에서 대부분의 커리어를 쌓은 인물이다. 18세에 인텔에 입사해 30년 동안 근무했다. 486 프로세서 설계자로 알려져 있으며, 인텔 최연소 CTO(최고기술책임자)를 역임하기도 했다.

팻 겔싱어 인텔 신임 CEO 내정자

그는 30년 동안 인텔에서 근무한 후 지난 2009년 EMC라는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겼다. 2005년 인텔이 새로운 CEO를 모색하던 당시 겔싱어도 그 후보 물망에 올랐었다. 하지만 COO(최고운영책임자)였던 폴 오텔리니가 CEO에 오르면서 갤싱어는 결국 2009년 인텔을 떠났다. 겔싱어는 EMC COO를 역임하다 지난 2012년부터 VM웨어를 이끌고 있다.

겔싱어는 2년 전에도 인텔 CEO 물망에 올랐었다. 당시 인텔은 CEO를 공개적으로 모집했는데, 많은 이들이 겔싱어를 유력 후보자로 언급했다. 이에 겔싱어는 트위터에 “나는 VM웨어 CEO인 게 너무 좋고 다른 곳에 가지 않는다. 미래는 소프트웨어다”라고 썼다. 이에 델테크놀로지스 마이클 델 회장은 “당신은 최고”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결국 돌고돌아 겔싱어는 인텔의 CEO 자리에 오르게 됐다. 30년 동안 인텔에 몸담았던 그에게 그 자리에 오르는 것은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갤싱어 CEO는 “인텔에서 경력을 시작하고 그로브(인텔 최초의 사원), 노이스(인텔 공동창업자), 무어(인텔 공동창업자)에게 배웠다”면서 “인텔이 미래의 기술을 계속해서 혁신할 수 있는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혁신을 가속화하고 고객과 주주들을 위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겔싱어 CEO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듯 보인다. 현재 인텔은 위기의 시기를 겪고 있는데, 이 위기를 금방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인텔은 반도체 제조 미세공정인 7나노 공정 전환이 지연됐다. 덕분에 AMD와 같은 경쟁사가 TSMC 파운드리를 이용해 인텔에 위협이 될만큼 점유율을 높였다. 아직 노트북과 서버 CPU는 인텔이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PC의 경우 AMD가 인텔의 점유율을 넘어섰다는 조사(패스마크 소프트웨어 1분기 CPU 벤치마크 점유율)도 나오고 있다. 전체 CPU 점유율도 AMD가 40%까지 올라왔다. 5년전에는 AMD 점유율이 20%를 넘지 못했었다.

또 파트너들이 인텔 생태계를 떠나려 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도 큰 위기다. 애플이 M1이라는 ARM 아키텍처 기반의 칩을 자체적으로 생산해 맥북과 맥미니에 탑재했다. 그로 인해 애플을 통한 신규매출이 점차 사라질 것이다.

‘윈텔’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영원한 친구일 줄 알았던 마이크로소프트도 인텔과 거리를 두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ARM 아키텍처 기반으로 자체적인 칩 개발에 적극적이다. M1 탑재 맥북이 엄청난 성능을 발휘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와 같은 행보에 더 가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위기는 기술과 관련된 부분이다. 미세공정 경쟁에 뒤쳐지고, M1 등에 비해 인텔 칩을 탑재한 컴퓨터가 느리다고 평가받는다.

기술 면에서 낮은 평가를 받는 것은 인텔 역사에 없었던 일이다.  한 때는 외계인을 고문해서 칩을 만든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였던 인텔이다. 겔싱어 CEO가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이지만,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는 있는 문제 역시 아니다. 그래도 겔싱어 CEO에 최우선적으로 주어진 숙제는 기술일 것이다.

인텔은 대대적으로 기술자들이 CEO를 맡아왔었다. 그런데 현 로버트 스완CEO는 재무전문가 출신이다. 스완 CEO는 인텔 역사상 최초로 엔지니어 출신이 아닌 CEO로 등극했지만, 불과 2년만에 자리를 내주는 상황이 됐다. (관련기사 : 재무전문가는 인텔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그는 “재무담당자의 역할은 콩을 세는 것(재무담당자가 영어로 bean counter)이 아니라 콩의 재배를 돕는 것”이라는 말로 유명했는데, 결국 콩의 재배를 크게 돕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회사를 떠나게 될 듯 보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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