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전문가는 인텔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인텔의 최고경영자(CEO)는 전통적으로 인텔맨, 특히 엔지니어가 그 역할을 맡아왔다. 인텔이 철저한 엔지니어링, 기술 중심의 회사임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런 점에서 인텔의 신임 CEO는 IT업계의 눈길을 끌만한다. 인텔은 로버트 스완(Robert Swan)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새로운 CEO로 선임했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스완 CEO는 성추문으로 물러난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전 CEO를 대신해 임시 CEO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그대로 정식 CEO로 선임됐다.
재무전문가가 기업의 CEO가 되는 일이 낯선 일이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내실을 다질 시기에 재무통에 CEO 자리를 내주곤 하다. 안정적인 경영과 수익구조 개선 등이 필요할 때 주로 재무전문가들이 호출된다.
그런데 현재 인텔은 내실을 다질 시기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이번 인사에 눈길이 간다. 인텔은 기술의 진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기술적인 위기에 봉착해 있기 때문이다. ‘무어의 법칙’으로 상징되듯 인텔은 반도체 산업의 법칙을 만들어온 회사였지만, 최근에는 미세공정에서 경쟁사에 뒤쳐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인텔의 경쟁사들은 10나노미터(nm)를 거쳐 7nm 생산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 인텔은 14nm에 머물러 있다. 인텔은 CES 2019에서 새로운 아키텍처 ‘서니 코브'(Sunny Cove)에 기반한 10nm첫 프로세서인 아이스레이크(Ice Lake)를 울트라북과 투인원 등 모바일용으로 올 연말부터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경쟁사인 AMD는 같은 CES 2019에서 젠2 아키텍처에 기반한 7nm 프로세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인텔이 AMD에 미세공정에서 뒤쳐지는 것은 아마 처음일 것이다.
인텔은 이제 칩의 황제가 아니다. 반도체 1위 업체의 지위는 삼성전자에 내줬다. 모바일 분야에서는 리더의 자리에 오르지도 못했고, 서버용 칩의 경우 확고한 경쟁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예전보다 많은 도전자들이 인텔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급선무인 시기에 재무전문가 CEO가 임명된 셈이다. 물론 새로운 CEO가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라고 해서 기술 경쟁에서 밀릴 것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
전임 CEO는 엔지니어 출신이었는데 그의 재임 기간 동안 기술의 진보는 적었던 반면 실적은 오히려 나쁘지 않았다. 주가도 올랐다. 물론 이 기간동안 엔비디아의 주가상승률과 비교하자면 초라한 수준이지만…
스완 CEO는 재무담당자의 역할에 대해 모교 연설에서 “재무담당자의 역할은 콩을 세는 것(재무담당자가 영어로 bean counter)이 아니라 콩의 재배를 돕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스완 CEO 시대의 인텔은 얼마나 많은 콩을 재배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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