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 올해도 ‘코로나 특수’ 이어간다
데이터 분석업체 비주얼 캐피털리스트는 2020년 성공적이었던 산업 5가지 분야로 ▲반도체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인터넷 소매 ▲재료 ▲물류를 선정됐다. 특히 지난해 분기마다 시장 분석업체에서는 코로나19로 시장 전망을 어둡게 봤으나, 반도체 산업은 항상 예상을 뒤집었다.
코로나뿐만 아니라 미중 분쟁 등 전세계의 경제가 불안정한 가운데, 올해 반도체 산업은 어떨까.
코로나19 수혜 입은 반도체 산업
2020년 상반기 시장조사기관 IDC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망에 코로나19가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전년대비 전세계 반도체 매출이 6% 줄어들 것이며, 최악의 상황에서는 매출이 12%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IDC의 예상은 빗나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25%, 37% 증가했다. 이후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가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세계 10위권 반도체 기업의 매출 총액은 1470억9300만달러(한화 약 174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 상반기 대비 17% 증가한 액수다.
상반기 반도체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디바이스 수요의 증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언택트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전자기기 수요와 함께 반도체 수요도 증가했다. 동시에 코로나19로 시장이 불확실해지면서, 재고를 확보하려고 하는 기업도 늘어났다. 그 결과, 반도체 시세는 소폭 상승한 강보합세를 보였다. 시장조사기관 디램익스체인지는 “향후 반도체 가격 급등을 우려한 제조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물량을 비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분쟁에도 불구하고 ‘성장’
하반기에 대한 불안 요소도 존재했다. 언론과 업계에서는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반도체 시장에 불황이 찾아올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코로나19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이 화웨이 제재를 강화하면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마찬가지로 반도체 산업은 이 예상도 뒤엎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0년 11월까지 반도체 수출액은 897억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19.4%를 차지했다. 2018년 전체 수출액의 20.4%를 차지한 이후 최대 기록이다. 또 VLSI 리서치에 따르면, 12월 첫째주 반도체 매출은 100억달러(약 10조 9000억원)을 기록, 일주일 기준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반도체 산업이 예상을 뒤엎으며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전반적으로 파운드리 시장이 호황을 누렸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2020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전년 대비 23.8% 성장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특히 한국은 미국의 중국 제재를 통해 파운드리 산업에서 반사이익을 본 국가 중 하나다.
그래픽 처리장치(GPU) 제공업체 엔비디아의 주가가 120.9%p나 상승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엔비디아는 2020년 시가총액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세계 인공지능 시장의 규모가 성장하면서, 인공지능 프로세서로 주목받고 있는 GPU 수요도 증가한 것이다. GPU는 보통 그래픽 장치에 사용됐지만 현재는 게임, PC용 제품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용 반도체로 사용되고 있다.
코로나19는 계속되고, D램 가격은 상승한다
2021년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SuperCycle)이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슈퍼사이클이란 장기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를 말한다. 업계에서도 2021년 반도체 산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은 전년대비 8.4% 성장할 것”이라며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매출이 13.3%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 원인으로 ▲코로나19가 지속된다는 점 ▲D램의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점을 꼽았다. 코로나19는 여전히 팬데믹 상황이며, 언택트 서비스의 수요는 지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다. 디바이스 매출은 곧 반도체 매출과 직결되는만큼, 코로나19로 반도체 시장이 계속해서 수혜를 입는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D램의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생산라인에 변화가 생기면서 공급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견했다. 2020년 하반기에는 기존보다 속도가 2배 빠른 D램 ‘DDR5’가 출시됐다. 시장의 대규모 교체도 예상된다. 그러나 모든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생산라인을 단 시간에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공급은 줄어들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인턴기자> 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