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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의 생활물류 TOP3

2020년도 끝나가는 마당에 올해의 생활물류 서비스를 기자 맘대로 세 개만 꼽아본다. ‘생활물류’이기 때문에 B2B 물류는 제외했다. 모두 소비자와 맞닿은 B2C 물류 서비스들이다.

물류전문기자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기자는 여전히 전문가가 아니다. 그래서 서비스를 뽑은 기준은 ‘화제성’이다. 특정 서비스가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엔 기자가 깜이 안 된다. 그래서 TOP3를 꼽긴 했지만, 이 순위가 높다고 ‘돈’을 많이 벌고 있거나, ‘출고량’이 상대적으로 엄청 많거나 한 것은 아니다.

TOP3의 기준은 기자 맘이다. 순전히 사심으로 쓴 것이기에 부족함이 많다. 이 글을 읽고 ‘아 이건 왜 빠져있지’, ‘왜 이런 게 들어가 있어?’ 생각 된다면 댓글을 남겨주길 바란다. 댓글이 많이 달리면 독자들이 꼽은 물류 서비스만 따로 추려 콘텐츠를 만들어볼까 한다. 댓글 남겨주는 분들은 복 많이 받을 거다. 그럼, 시작한다.

3위. CJ대한통운 풀필먼트

네이버 덕분에 떡상한 물류업체, CJ대한통운이 올해 4월 론칭한 서비스다. 소위 언급되는 네이버 풀필먼트의 전초전으로 평가 받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개념은 간단하다. CJ대한통운이 택배 허브터미널로 구축한 것으로 알려진 약 3만5000평 규모의 곤지암 물류센터의 일부 공간을 네이버를 위한 풀필먼트 센터로 활용한다는 것이고, 사실 여기는 처음부터 이커머스 풀필먼트센터로 기획됐다. 택배 허브터미널 목적으로 지어진 크로스도킹 물류센터에 풀필먼트를 위한 재고를 보관하는 공간을 할당하는 방법이다.

요즘 이거 고민 안하는 대형 택배사가 없다. 모두가 관심이지만, 그 중에 CJ대한통운을 굳이 꼽은 이유는 ‘PR’ 가산점이다. 풀필먼트 키워드를 선점했다는 특별함이 있고, 그리고 동맹세력인 네이버가 조금 빡세다.

이를 통해서 CJ대한통운은 쿠팡이 아닌 화주에게 쿠팡 로켓배송의 그 타임라인(오늘 오후 자정까지 주문한 고객에게 내일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을 선물해주는 서비스를 만들게 됐다. 네이버와 동맹까지 맺었으니 빼박 CJ대한통운은 본격적으로 쿠팡과의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쿠팡도 말은 안하지만 CJ대한통운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본격적인 물류와 유통공룡 대전의 신호탄이다.

사실 CJ대한통운식 풀필먼트는 마케팅의 승리다. 왜냐하면 새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홈쇼핑업체들이 똑같은 방법으로 택배 터미널에 재고를 선입고 시키는 방법으로 마감시간을 자정까지 미룬 적이 있다.

CJ대한통운과 같은 방법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CJ대한통운이 선수를 쳐버려 조금 아니꼬운 업체 한진피셜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전인 1998년 한진은 구로 물류센터에서 익일배송 마감시간 ‘자정’을 만들었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저게 뭘까’ 싶었던 이커머스 초창기의 물동량과 지금 현재 코로나19로 매달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이커머스 물동량을 같은 맥에 놓을 수는 없다. 다루는 상품이 많아지고, 구색이 많아지면 물류 난이도는 올라간다.

CJ대한통운식 풀필먼트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업체들도 행동에 옮겼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덕평에 소소하게 1000평 규모의 풀필먼트센터를 열었고, 이 또한 CJ대한통운식 풀필먼트와 같은 방법(허브터미널과 이커머스 물류센터 공유)을 사용한다. 차별점이 있다면 선반을 지고 오가는 로봇 AGV가 물류센터에 깔렸다는 건데 앞으로 성과는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우정사업본부 역시 요즘 아마존의 기운을 받아 관심을 받고 있는 업체 11번가와 제휴하여 똑같은 개념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정사업본부의 3800평 규모 대전우편물류센터에 11번가 오늘발송 상품 판매자 재고를 선입고해 자정까지 주문해도 내일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12월 시작했다.

한진가의 하이네스 조현민 선수의 힘을 받은 한진도 열심히 기 모으고 있다. 카페24와 한진이 붙어서 뭐하겠는가. 글로벌까지 연결되는 풀필먼트를 한다는 구상이다. 당연히 여기에는 한진의 로컬 물류와 국제물류 역량이 묶일 전망이다. 저마다 동맹세력은 있다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는 쿠팡은 가만히 웃고 있을지 모른다. 업체들의 풀필먼트센터 규모가 쿠팡이 지금까지 깔아놓은 것들에 비하면 너무 귀엽기 때문이다. 네이버나 11번가가 외부 물류업체와 동맹을 맺어 쿠팡과 같은 타임라인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있을지언정, 쿠팡처럼 600만개에 달하는 상품 구색을 내일, 심지어 오늘 보내는 서비스까지 확장하기엔 아직 부족한 게 맞다.

2위. 쿠팡 쿠팡플렉스

처음 2018년 쿠팡플렉스가 나왔을 때, 솔직히 얘네가 투자 받으려고(비전펀드 투자 발표 전이었다.) 별 짓을 다하는구나 싶었다. 이름조차 ‘아마존플렉스’의 그것을 그대로 가지고 온 이 녀석은 물류업무가 미숙한 일반인이 자가용을 끌고 건당 약 1500~3000원의 돈을 받고 쿠팡 로켓배송 물량을 대신 해주는 서비스였다.

처음엔 아파트 단지까지 택배박스가 담긴 롤테이너를 갖다 주고 그것을 픽업한 일반인이 도보로 배송하는 쿠팡플렉스도 있었는데, 효율성이 떨어졌는지 접은지 좀 오래됐다. 지금은 일반인이 자가용을 끌고 쿠팡의 지역 배송거점(캠프)에 방문하여 할당된 물량을 픽업하여 배송하는 방법을 쓴다.

초기 쿠팡플렉스는 기존 물류 서비스에 비해 ‘운영 비용’이 과다하게 들어가는 서비스로 평가 받았다. 쿠팡플렉스는 초기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구글 설문지로 희망인원을 받아서 물량을 나눠주는 식으로 운영을 했는데, 아사리판도 그런 아사리판이 없었다. 배송을 신청하고 귀차니즘을 못 이겨 안 나오는 이들이 곳곳에서 보였고, 카톡방에서는 아파트 단지를 걷다가 쿠팡 택배박스를 주웠는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묻는 질문이 올라왔다. 쿠팡플렉스 배송인이 당시 지급 받았던 배송비인 건당 1500~3000원은 택배기사가 받는 건당 700~800원에 비해 너무 비쌌다. 쿠팡이 쓴 돈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의 쿠팡플렉스는 다르다. 2019년 설날을 기점으로 쿠팡플렉스의 단가가 1000원 내외로 추락했다. 당연히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쿠팡플렉스, 이제 할 게 못된다”는 식의 비판이 쇄도했다. 그 단가는 지금 800원 수준까지 내려갔다. 운송수단이 다를 뿐이지 택배기사가 받는 돈이랑 크게 차이가 없다.

더군다나 쿠팡플렉스는 ‘새벽배송’과 ‘당일배송’도 한다. 당일배송의 퀵서비스 단가는 4000~5000원 이상은 기본이고 새벽배송 또한 일반 택배보다 비싸다. 근데 쿠팡은 새벽배송도 건당 1000원 단위로 처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풀콜드’를 자랑하는 몇몇 유통업체 중에선 자가용으로 배송해서 풀콜드는 아니지만 훨씬 저렴한 가격에 배송인을 수배하는 쿠팡플렉스를 부러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쿠팡플렉스의 배송 단가가 1000원선에서 올라가지 않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로 쿠팡플렉스 배송인의 역량이 올라갔을 것이다. 처음에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업무에 미숙했던 사람들도 반복 업무를 하다보면 업무 노하우가 쌓인다. 쿠팡플렉스는 배송인의 업무 수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잘하는 사람’ 중심으로 물량을 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여러 차례 배송에 안 나오거나 업무 효율이 좋지 못한 사람은 ‘블랙리스트’에 등록하여 할당하는 물동량을 줄일 수도 있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쿠팡의 일반인 배송망 운영 역량은 더욱 고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쿠팡 자체의 성장이다. 도심물류의 효율은 ‘밀도’가 만든다. 배송지가 밀접하면 밀접할수록 시간당 배송처리 건수가 올라간다는 이야기고, 이것은 사실 물류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쿠팡이 잘 돼야 가능한 것이고, 쿠팡은 잘 됐다. 코로나19 이후 이보다 더 빠르게 성장을 할 수 있는 업체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빠르게 컸다.

단적인 예로 초기 쿠팡플렉스 새벽배송인들은 2000~3000원 정도로 주간배송보다 높은 단가를 쿠팡이 지급함에 불구하고 새벽배송을 주간배송보다 기피했다. 이유는 배송지가 멀리 떨어져있어서 단위시간별 임금은 오히려 주간배송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근데 지금은 아니다. 쿠팡의 새벽 물동량은 2019년을 기점으로 급성장했고, 주문의 ‘밀도’가 만들어져 업무 효율은 높아졌다. 배송인들에게는 슬프게도 배송 건당 단가는 떨어졌지만 말이다.

굳이 2018년산 물류 서비스인 쿠팡플렉스를 2020년의 물류 서비스로 꼽은 이유는 기자가 2020년을 ‘공유 물류’의 원년으로 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크라우드소싱’을 무기로 성장하고 있는 물류업체들이 곳곳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종목은 다소 다르지만 쿠팡의 쿠팡플렉스뿐만 아니라 자매품 쿠팡이츠 라이더, 그 경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배민커넥트가 치열하게 사람을 끌어 모으고 있다. GS리테일 같은 대기업 친구들이 뜬금없이 ‘우딜(우리동네 딜리버리)’이라는 서비스를 냈겠는가. 이 친구들은 조금 느린 대신 생각을 하고 움직인다. 아마 여기서 기회를 봤겠지.

한 가지 슬픈 일은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지속적으로 쿠팡플렉스와 같은 공유 일자리(플랫폼 노동)에 몰려들고 있다는 점이다. 요컨대 공유 일자리의 ‘전업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공유가 공유의 의미를 잃은 상황에서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앞으로의 숙제는 이미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플랫폼 노동과 관련된 분쟁의 씨앗에서 찾을 수 있겠다.

1위. 우아한형제들 B마트

B마트도 쿠팡플렉스와 마찬가지로 2018년산 서비스다. 2018년 12월 탄생한 배민마켓이 B마트의 전신이다. 하지만 B마트의 어마무시한 성장이 본격화된 것은 2020년이기 때문에 올해의 서비스로 꼽았다.

2018년까지만 해도 “저거 뭐야 되겠어?” 싶던 비즈니스가 2020년에는 누구나 하고 싶은 메인 스트림이 됐다. 기자는 대기업의 움직임을 서비스가 뜨고 있는 것을 판단하는 굉장히 중요한 지표로 여기는데, 요즘 B마트 같은 것 하려는 큰 업체들이 엄청나게 많다. 우리나라 대표공룡 롯데를 필두로, CJ대한통운, 한진과 같은 택배업체까지 소위 B마트 같은 비즈니스, ‘마이크로 풀필먼트’에 주목한다.

그 중 B마트는 하루 5만건 이상의 주문을 뽑아내고 있는, 아마 지금은 더 많은 주문을 뽑아내고 있는 대표적인 마이크로 풀필먼트 서비스다. 우아한형제들이 자회사 우아한청년들 설립을 통해서 예부터 확보하고 있던 이륜차 물류망(배민라이더스, 배민커넥트 등)이 B마트 물류를 수행한다. 이미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물류망이 있기 때문에 B마트의 거점 확장은 과거 배민라이더스의 확장세보다 훨씬 빠르다.

마이크로 풀필먼트란 무엇인가. 도심 이면 도로에 있는 부동산, 혹은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던 공간을 ‘물류센터’로 개조하여 상품 재고를 선입고하여 30분~1시간 이내의 빠른 배송 속도를 만드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로켓배송의 로컬판이고, 즉시배달 버전이다. 수만평짜리 메가 물류센터에 11톤 간선운송 차량, 1.5톤 미만 소형 배송차량이 연결되는 방법이 아니다. 수백평, 수십평짜리 작은 도심 거점에 ‘이륜차’나 ‘크라우드소싱’ 망이 결합돼 최종 고객에게 배송되는 방법이다.

바리에이션은 다양하다. B마트는 흔히 ‘다크스토어’라고 이야기 되는 임대료 저렴한 상가 건물에 판매 상품을 직매입해서 보관한다. 이제는 다른 길을 가게 된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요기요는 편의점이나 슈퍼마켓과 같은 이미 유통채널로 이용되던 공간을 활용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주유소나 배달대행지점, 지하철 역사처럼 조금은 뜬금없어 보이는 공간을 도심 물류용으로 개조하는 움직임이 거점 운영사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요기요도 B마트 같은 걸 만들었으니 요마트다.

심지어 국토교통부까지 지난 8월 ‘공공기관 유휴부지’를 생활물류 시설로 바꾼다고 나섰다.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공유거점은 도시철도 차량기지(10개소) 및 지하역사(4개소), 광역 및 일반철도역 유휴지(10개소), 고속도로 고가교 하부(3개소), 폐도부지(1개소), 철도역 하부(1개소) 등이다. 이게 제대로 되려면 도심물류에 맞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설비가 함께 들어가야 되기 때문에, 아직 성패를 판단하긴 이르다. 하지만 확실히 ‘관심’이 모이는 것은 맞다.

향후 B마트에게 있어 숙제가 있다면 ‘규제’를 향한 움직임이다. B마트가 직접 유통도 하고, PB 상품도 제조하고 있는 상황을 정계에선 그렇게 달갑게 보지 않는 것 같다. B마트의 성장이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을 흡수하고,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앞으로 B마트의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대관 역량 확충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 그 모습을 가만히 쿠팡은 지켜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물류 서비스. ‘풀필먼트’와 ‘크라우드소싱’과 ‘마이크로 풀필먼트’는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서비스로 연결된다. 이 세 가지를 로컬에서, 혹은 글로벌까지 연결하고 싶은 업체들이 요즘 많이 보이는데 그 중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2021년에는 그 윤곽이 잡히길 기대해보며, 여기까지 읽어준 독자 여러분은 모두 복 받을 거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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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1.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1년의 물류시장 화두로는 헬스케어와 접목된 콜드체인이 될 것 같은데 이와 관련된 기사도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의견주셔서 고맙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헬스케어 테크가 화두로 오르고, 이에 따라 안전한 물류에 대한 니즈도 크게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더 공부해서 좋은 콘텐츠 전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엄지용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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