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알못을 부탁해] 그래픽 처리에서 시작한 엔비디아의 ‘큰 그림’

게임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그래픽 요소. 화려하고 깔끔한 그래픽 뒤에는 그래픽 처리장치(GPU)가 있다. GPU는 그래픽 카드가 원활하게 데이터를 출력하도록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GPU는 인공지능과 딥러닝에도 사용되고 있다. 언뜻 보면 두 분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GPU의 병철처리기법이 머신러닝에 유용하게 활용된다.  엔비디아는 이 두 분야의 특성을 간파해 지속적으로 고도화된 자사 제품을 선보였다.

PC게임 즐기는 세상 꿈꾼 엔비디아

처음 엔비디아의 목표는 “PC로 풍부한 게임과 멀티미디어를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1993년 젠슨 황, 크리스 말라초스키, 커터스 프라임이 공동 창업한 엔비디아는 지금처럼 인공지능 프로세서와 같은 고도의 작업보다는 단순히 ‘영상을 예쁘고 깔끔하게 띄워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1995년 엔비디아가 처음 출시한 그래픽카드 NV1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1997년 이를 개선한 NV3라고도 볼 수 있는 리바(RIVA) 128이 출시되면서 엔비디아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2차원 비디오 가속에 3차원 가속을 통합한 제품이자, 첫 소비자용 그래픽 카드였다. 인기에 힘입어 엔비디아는 제품 성능을 지속해서 개발해 나갔다.

1998년에는 리바 TNT도 출시했다. TNT는 트윈 텍셀(TwiN Texel)의 약자다. 텍셀은 이미지 파일에서의 화소를 의미하며, 트윈 텍셀은 두 개의 텍셀을 한 번에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리바 TNT는 기존 그래픽카드에 비해 처리 성능이 대폭 향상됐다.

그리고 1999년,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첫 번째 지포스(GeForce)가 출시됐다. 이름은 ‘지포스 256’. 해당 제품은 이전작 리바 TNT2를 대폭 개선한 제품으로, 이 때부터 GPU라는 개념이 퍼지기 시작했다. 지포스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성능을 개선했고, 발열 문제도 해결해 나갔다. 또한 지원 범위도 넓혔다. 초기의 지포스는 컴퓨터 게임 관련 산업군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으나, 성능이 개선되고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저가부터 고가의 다양한 그래픽 시장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엔비디아 쿼드로, 엔비디아가 처음으로 개발한 전용 GPGPU ‘엔비디아 테슬라(NVIDIA Tesla)’가 있다. 테슬라는 발명가 이름 니콜라 테슬라에서 가져온 것인데,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와 이름이 헷갈린다는 이유로 2020년 5월 생산 포기를 선언했다.

그래픽을 넘어 인공지능까지

GPU의 본래 역할은 그래픽 성능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그래픽 카드에 탑재돼 콘텐츠를 좀 더 깔끔하게 출력하도록 한다. 데이터 처리는 CPU가 담당했다. 하지만 CPU는 데이터를 직렬로 처리하는데, 기술이 발전하고 한 번에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양이 많아지면서 한계에 부딪혔다. GPU는 데이터를 병렬 처리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CPU를 대체할 프로세서로 급부상했다. 특히, 대규모의 데이터를 학습해야 하는 인공지능, 딥러닝 등의 분야에는 GPU가 적합했다.

엔비디아는 과거부터 GPU를 이용해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려는 노력을 해 왔다. 대표적으로 엔비디아는 2006년 GPU에서 수행하는 알고리즘을 일반적인 용도로 사용하도록 한 쿠다(CUDA)라는 병렬 컴퓨팅 모델을 선보였다. 쿠다의 등장은 그래픽이 아닌 다른 분야에도 GPU가 사용되는 신호탄이 됐다. 엔비디아는 GPU(Graphic Processing Unit)를 GPGPU(General Purpose GPU)라는 이름으로 재명명하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지속해서 다양한 업체와 인수합병을 진행하며 사업의 영역을 넓혀 나갔다. 2008년에는 물리가속 전문기업 에이지아(Ageia)를 인수하며 물리 시뮬레이션 분야로 진출을 시도했다. 또한, 쿠다와 함께 프로그래밍 툴도 제공해 GPU를 연산 시장에 자리잡도록 했다. 2019년에는 네트워크 공급업체 멜라녹스(Mellanox)를 인수하며 데이터센터 산업에도 발을 들였다.

지난 2020년 9월에는 엔비디아가 400억 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ARM을 인수했다. 국내 복수의 언론은 “이번 인수는 데이터센터나 자율주행, IoT 분야 등에서 필요한 저전력 CPU 기능을 ARM을 통해 확보하고, 4차산업 시장을 점유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그렇게 엔비디아와 GPU는 4차산업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GPU 시장과 엔비디아의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한편, 미국 리서치업체인 JPR에 따르면 올해 2분기를 기준으로 엔비디아는 세계 GPU 시장의 약 80%를 점유했는데, 3분기에는 그래픽카드 시장이 10.3% 확대되었다. 엔비디아는 여전히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과점 기업이다. 그만큼 GPU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역할이 독보적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인턴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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