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스타트업은 주류 금융 시스템에서 환영을 받지 못한다. 담보로 잡을 부동산도 없고 수익도 없는 회사에 은행이 돈을 빌려주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스타트업은 법인 신용카드(법카) 한 장 만드는 것도 어렵다. 신용카드사 입장에서 보면 스타트업은 일종의 씬파일러(Thin Filer, 금융거래 정보가 거의 없는 사람)인 셈이기 때문에 쉽게 법카를 발급해주지 않는다.

핀테크 스타트업 고위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회사다. 김항기 고위드 대표는 <바이라인네트워크>와의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스타트업들은 눈에 보이진 않지만 온라인 건물을 짓고 있다”면서 “저희는 이 온라인 건물을 어떻게 담보로 잡을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고위드 비즈니스의 핵심은 대안신용평가다.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스타트업의 신용을 평가해서 법카를 발급하고 한도를 정하는 것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지금 금융권의 기준으로는 스타트업은 자금을 수혈받을 수 없다. 아이디어만으로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성장하는 스타트업과 평가기준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기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법인카드도 마찬가지다. 법인카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기업 신용평가 모델에 따라 대표자 연대보증, 질권 설정 등을 걸고 많은 서류를 내야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카드 발급이 거절되거나, 낮은 한도를 부여받는 것이 현실이다. 고위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김항기 고위드 대표

스타트업 전용 법인카드?

현재 회사의 주요 서비스는 ‘스타트업 법인카드’다. 기존에 없던 사업을 하는 만큼 고위드는 스타트업의 경제적인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자체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을 만들었다. 법적으로 45일 동안의 단기 대출이다.

그러나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고위드는 신용카드업 라이선스가 없기 때문에 카드사의 도움이 필요했다. 카드사를 설득하기 위해, 고위드가 꺼낸 카드는 바로 미국의 스타트업 브렉스(Brex)였다.

브렉스는 스타트업이 약 10만달러가 있으면 법인카드를 발급해준다. 한도는 기업의 자본금, 투자유치금, 비용지출 등을 분석해 정한다. 미국에서는 브렉스가 기존의 카드사들을 위협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 정도로 스타트업의 수요도 많다는 이야기다.


김 대표는 “카드사들에게 저희가 만든 신용평가 모델을 활용해도 안전하다는 것을 4개월동안 증명했다”며 “다행히 카드사들도 안전성을 인정해줘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고위드는 신한카드, 롯데카드와 함께 스타트업 법인카드를 제공하고 있다. 고위드 법인카드는 4無를 자랑한다. 대표자 연대보증, 질권설정, 연회비, 전월실적이 필요없다. 기존 금융권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현금흐름에 집중한 자체 대안신용평가시스템

금융기관은 기업을 평가할 때 평균적으로 약 15개월 동안의 재무제표 등 금융 기록을 본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 방법으로는 스타트업에게 돈을 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고위드가 만든 대안신용평가시스템은 기업의 실시간 금융지표를 중점으로 평가한다. 그 중에서도 고정비, 변동비 등의 현금흐름(캐시플로우)이 핵심이다. 실시간 현금흐름은 지금 기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두 번째는 월활동자수(MAU), 일간이용자수(DAU) 등의 사업지표다.  MAU와 DAU는 기업의 가능성과 성장성을 보여준다.

김항기 대표는 “기존 금융사라면 필요한 대표이사 연대 보증, 질권 등을 없애고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한 신용평가 시스템을 개발했다”며 “실시간으로 기업의 자금현황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고위드만의 특이한 혜택, SaaS 할인

김 대표가 미국에 있는 스타트업을 만나서면서 놀랐던 것이 있다. 한 기업은 시가 총액이 약 1조원 정도이지만, 전 직원이 120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해당기업은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프로그램 약 60개를 쓰고 있었다.

김 대표는 “모든 직원들이 각자의 업무에만 집중을 하고 있었고, 나머지 업무는 모두 SaaS를 통해 해결했다”며 “효율적으로 급성장해야 하는 스타트업에게는 SaaS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저렴한 가격으로 필요한 SaaS를 제공하는 것이다. 고위드는 고위드카드와 함께 ‘고위드 베네핏 클라우드(GBC)’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GBC는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지스위트, MS오피스365, 드롭박스, 어도비 등과 제휴를 맺고 무료 서비스 버전을 제공하거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 또한 쉽지 않았다. 미국 대기업의 서비스인만큼 본사와 협상, 제휴를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미국 본사에 우리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고 있으며, 앞으로 한국에서 가장 많은 스타트업 고객들을 보유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설득했다”며 “많게는 메일을 100통씩 보내며 협상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왜 스타트업에 주목했나

고위드는 불확실성이 높은 스타트업 대상의 금융 서비스를 왜 시작하게 된 것일까. 이에 대한 답으로 김 대표는 한국의 미래가 스타트업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현재 애플의 시가 총액은 2000조원이 넘으며 연 평균 40%씩 성장하고 있다. 비결은 바로 데이터로, 이들은 ‘데이터 드리븐(Data Driven)’으로 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애플, 구글 등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들은 IT기반의 스타트업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불경기에서도 인공지능(AI) 등의 실험을 하는 곳이 스타트업”이라며 “여기에 국가 자금, 대기업 자금도 많이 유입되고 있어 앞으로 경제 규모와 시장 규모가 커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고위드는 지금까지의 사업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 고도화된 신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우선 오는 1월 연 8000만원 이상의 SaaS 프로그램과 고가의 IT기기를 할부로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한다. 또 4월에는 캐시플로우 중심의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을 기반으로 대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