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프로그램 한 편을 만드는 데는 많은 이의 노고가 들어간다. 노력은 ‘값’으로 환산돼 제작에 참여한 이들의 통장에 현금으로 꽂힌다. ‘음원’을 만들고 유통한 이들의 경우에는 이 대가가 ‘저작권료’다.

올해 내내 이 저작권료를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음악저작권을 관리하는 신탁단체 ‘한국음원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와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사이의 싸움이다.

핵심은 “저작권료를 더 내라”와 “더 못낸다”의 입장 차이인데, 국내 OTT 업체들 중 웨이브, 티빙, 왓챠, 카카오페이지, 롯데컬처웍스는 아예 ‘OTT 음악저작권대책협의회(이하 음대협)’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음저협에 대항했다.

2.5% vs 0.625%

[관련기사: ‘음원 사용료’ 더 내라는 자와 덜 내려는 자의 싸움]

음저협은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의 사례를 들어 OTT 업체들이 매출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음원 사용료로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OTT의 가파른 성장이 이같은 주장의 근거가 됐다. 음대협은 방송사가 자기 채널에 재전송하는 것보다 OTT에 더 높은 요율을 매기는 것에 반발한다. 최근까지 방송사의 영상 재전송 서비스의 경우 음원에 매겨진 저작권요율은 최대 0.625% 였다.

갈등 국면에서 음저협은 곧,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징수규정 개정안’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했다. 그리고, 이 개정안을 지난 11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정 승인했다.

문체부는 내년인 2021년부터 매출의 1.5%에 해당하는 음원 사용료율을 매기기 시작해 해마다 점진적으로 그 값을 올려 최종적으로 2026년 1.9995%까지 올린다는 결정을 내렸다. 또, 음저협 외에도 복수의 음악저작권 신탁관리단체가 있음을 고려해 관리하는 저작물의 비율만큼 요율을 받아가도록 ‘음악저작물관리비율’을 곱해 값을 매기도록 정했다.

이 같은 발표에 OTT는 크게 발끈했다. 각 사별로 문체부를 대상으로 하는 행정소송까지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사용료율 1.995%이 산출된 객관적 데이터나 근거가 없는데다 지난 논의 과정에서 OTT의 목소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음저협의 승리이고, OTT는 패배했다고 봤다.

17일 음대협 차원에서 성명서를 내고 “수정 승인에 이르기까지 문체부는 요식적인 의견수렴 절차만 거쳤을 뿐 OTT사업자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 관계부처의 절박한 목소리를 무시한 편향된 결정을 내렸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한 이유다.

문체부는 개정안을 승인하면서 “콘텐츠 창작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는 한편, 콘텐츠 유통·확산에 따라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산업이 안정적으로 정착되도록 양 측면을 균형있게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음대협은 문체부가 이해관계자 간 형평성을 충실히 고려한 합리적 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하며 목소리를 낸 것이지, 문체부의 결정에 형식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들러리가 되기 위해 기업의 민감한 내부자료까지 제출하며 협조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대화의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비밀을 깠는데, 결과적으로는 들러리가 됐다는 표현이다. 배신감마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음대협은 왜 이런 격앙된 반응을 보일까?

음대협이 문체부의 결정에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국내 방송사와의 차별이고, 두 번째는 경쟁력 약화다. 마지막 세번째가 음대협이 걱정하는 주요한 부분 중 하나인데, 요율 결정에 음저협이 계속해 영향력을 행사할 것에 대한 우려다.

우선, 국내 방송사와의 차별 부분부터 짚어보자.

“첫 번째로 동일한 콘텐츠를 동일한 방식으로 전송하는 동일 서비스들을 특별한 근거없이 차별하려 한 음저협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이는 저작권법의 설립 취지 및 약관규제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며, 또한 평등원칙, 비례원칙 등 행정법의 일반원칙에 심각하게 위배되는 것이다.”

음대협의 주장이다. 음저협은 OTT 서비스의 이용자들이 시간과 장소, 기기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기 때문에 방송사의 다시보기 서비스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음대협은 이것은 디바이스의 특성이지, OTT만의 고유한 특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저작권 이용방식에 본질적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특정 드라마를 보고 싶은 이용자는 그 프로그램을 다시볼 수 있게 해주는 곳이라면 어떤 앱이든 상관이 없다. 즉, OTT 입장에서 개별 방송사의 모바일 앱은 경쟁자일 뿐이다. 그런데 경쟁사와 다른 요율을 적용 받는 것은 그 자체로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참고로 문체부가 수정 승인한 개정안에서는 방송사가 자사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 직접 재전송하는 방송물에 대해서는 음원 저작권 사용료를 ‘매출액 x 0.75% x 연차계수 x 음악저작물관리비율’로 정했다. OTT의 절반 수준이다. 문체부는 이런 결정의 근거로 “영상물 전송서비스와 비교해 제한된 조건 속에서 서비스하고, 대국민 서비스 차원에서 무료 서비스가 많은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글로벌 경쟁력 약화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국내 OTT는 생존을 위한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거나 다양한 모델을 개발해야 할텐데 문체부는 이런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국내 OTT 업체들의 목표는 국내에만 머물러 있진 않다. 글로벌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데, 이때 저작권료 인상이 OTT 업체들의 지갑사정에 영향을 줄 거라는 이야기다. 글로벌 진출시 작품 수급이나 마케팅에 비용이 많이 들 것을 감안한 이야기로 보면 된다.


음대협 측은 “향후 OTT가 어떤 형태나 어떤 모델로 변화해갈지, 어떤 요금제와 서비스가 개발될지 문체부는 전혀 관심조차 없다는 뜻”이라고 일갈했다.

마지막 세번째는, 문체부에 대한 ‘신뢰 없음’이다. 문체부가 음저협을 관리감독하지 못하고, 음저협의 입장에만 딸려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존에는 사용료 징수규정이 없는 경우 음저협과 이용자가 협의하여 계약을 할 수 있게 하되문체부 장관에게 계약 내용을 반영한 징수규정을 승인을 받게 하고 문체부 장관에 의해 승인된 규정에 따라 사후 정산하도록 돼 있었다그러나 문체부가 수정 승인한 개정안의 기타사용료 규정은 이런 사후 승인 및 정산 절차를 모두 삭제하고음저협 마음대로 이용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OTT음대협은 문체부가 성실하게 당사자들의 입장을 듣고 반영했다면, 이런 문제는 사전 논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문체부가 수정안을 발표하면서 스무개 업체를 불러다 의견 청취를 했다고 했는데, 실제로 OTT까지 포함해 모두 한 자리에 모인 횟수는 단 한 번에 불과하며 OTT 업체들은 모두 개정안에 반대했다는 것이다.

웨이브 측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 정부가 안을 만들었다면 승인을 하기 전에 다시 공개 논의를 해야 하는데, 최종 의견 수렴 절차가 빠져버렸다”고 지적했다. 최종 논의가 없었던데다, OTT 측에서 납득할만한 근거를 대지 못하고 요율을 정했으니 신뢰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OTT의 편만 들수는 없다. 문체부는 이번 개정안을 승인하면서 “저작권료를 지나치게 낮출 경우 창작자에게 돌아갈 개인 몫을 부정하게 되는 것으로서 사유재산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급 자체가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라는 부분을 얘기한 것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 OTT 측은 “음원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 저작권의 몫은 음저협의 징수를 통해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며, 제작단계부터 유기적으로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에게 콘텐츠는 필수불가결의 요소다. 따라서 제 값을 치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 가치를 산정하는데는 의견의 조율이 필요하다. 그래서 충분한 소통의 시간이 필요하다. 양쪽이 모두 만족할만한 숫자를 도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테지만, 충분한 논의가 없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이는 개정안 발표에도 불구, 싸움이 끝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