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 NHN 포워드(FORWARD) 2019 기술 컨퍼런스에서 정우진 대표는 “일상에서의 AI”라는 화두를 던졌다. AI 기술 개발의 목표가 거창한 어떤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이용자의 생활을 조금씩 더 윤택하게 만드는 데 있다는 설명이었다. 당시 정 대표는 “일상 속에서 AI가 재탄생돼야 한다”면서 “AI를 위한 AI 프로젝트가 아니라 AI를 통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그후 1년이 흘렀다. 지난 1년 동안 NHN은 어떻게 AI를 일상에서 구현했을까?

14일 NHN 포워드 2020 행사가 다시 개최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에서 열린 이번 행사 기조연설에서 박근한 NHN 기술연구센터장(CTO)은 지난 1년 동안 AI를 일상화시키기 위해 NHN이 펼쳐온 노력에 대해 소개했다.


“모든 개발자들이 AI 개발은 있으면 좋겠다!


박 센터장에 따르면, NHN은 지난 해 정우진 대표가 “일상에서의 AI” 기치를 천명한 이후 ‘Small Step for AI(AI를 향한 작은 걸음)’라는 이벤트를 벌였다. 이는 회사의 모든 부분에 대한 AI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이벤트였다. 전문 AI 엔지니어가 아니라 각 서비스 담당자로부터 AI 아이디어를 모아보자는 취지였다. 그 결과 총 96가지의 아이디어가 도출됐고 그 중 일부는 이미 서비스에 구현되기도 했다고 한다.

박 센터장은 “추천 관련, 게임 관련, 이미지 처리, NLP관련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왔고, 실제 서비스에서도 적용 가능한 아이디어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NHN이 이런 행사를 펼친 것은 AI 전문가의 아이디어만으로는 일상에서 유용한 AI를 만들 수 없을 거라고 봤기 때문이다. 박 센터장은 “AI 개발을 전사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전담 연구부서 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AI 기술들을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와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모든 개발자들이 AI 연구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AI 개발은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이어 “저희 내부적으로는 서비스팀과 (AI팀이) 같이 한 이러한 과정들이 성공적인 프로토타이핑이자 출발점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가급적 이러한 형태로 AI 모듈들을 개발하고 서비스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소 시시한(?) 일을 하는 AI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회사들은 AI로 인류를 구원하겠다고 한다. AI가 난치병을 해결하고, 지구온난화 문제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이들은 말한다. 그런데 NHN은 어찌보면 별거 아닌 것 같은, 어쩌면 시시한 일(?)에 AI를 활용한다. 아마 이것이 정우진 대표가 말한 “일상에서의 AI”일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돌이다. 한돌은 NHN의 AI 바둑프로그램이다. 이 얘기를 들으면 “알파고 짝퉁이 아니냐”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물론 한돌은 알파고의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 그러나 알파고와 한돌은 목표가 다르다. 알파고는 모든 인간을 이기는 것이 목표였다. 더이상 인간이 넘볼 수 없는 수준이 되자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고 개발을 중단했다.

반면 한돌은 인간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겁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 한돌은 NHN의 게임서비스 ‘한게임 바둑’에 적용돼 있는데, 이용자는 한돌과 바둑을 두며 게임을 즐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알파고처럼 무조건 인간을 압살하면 안된다는 점이다.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느껴진다면 이용자는 한돌과의 바둑을 즐길 수 없다.

이 때문에 한돌은 이용자의 수준에 맞도록 단계별로 개발됐다. 어쩌면 이것이 알파고를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울 지도 모른다. 최고로 바둑을 잘 두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강화학습을 반복해나가면 언젠가 이룰 수도 있는 목표지만, 인간이 AI와 함께 두면서 재미를 느끼는 적절한 수준의 AI 프로그램이라는 건 강화학습의 목표로 두기도 어렵다.

NHN는 이 외에도 다양한 시시한(?) AI를 만든다. 이미지 인식(비전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손금과 관상을 보기도 하고, 유명한 화가의 그림에 자신의 얼굴을 합성해보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서비스만 있는 건 아니다. 쇼핑 이용자가 원하는 스타일의 옷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이미지 검색을 제공하고, 그 옷이 나에게 어울리는지 가상으로 옷을 입어볼 수 있는 피팅룸을 만들기도 했다. 소매점에서 이용자들의 동선을 분석하거나 주차장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차량을 찾아내 관리자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이런 서비스들은 지구를 구하지는 못하지만 일상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주고, 생활에서 다소 불편한 점을 개선한다.

서비스가 소소하다고 기술도 소소한 것은 아니다. 이런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거창한 목표를 가진 AI와 마찬가지의 기술이 필요하다. NHN은 자체적으로 이런 기술을 개발해 나가고 있으며, API 형태로 클라우드에서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박 센터장은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다양한 응용 기술들을 통해 수 많은 기업, 사람들이 실질적인 기술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NHN의 AI 기술 연구가 추구하는 목표”라면서 “다양한 사업군에서 AI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고, 최종적으로 일상 속에서 누구나 사용 가능한 누릴 수 있는 보편적 AI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