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비터만 교수의 ‘아마존 항공운송’ 추적기

“아마존은 굉장히 비밀스러운 업체고, 항공운송 부문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아마존이 항공기 구매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은 알려졌지만, 아마존이 그 항공기를 대체 어디다, 어떻게 쓸 것인지는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 프로젝트팀은 아마존에어(Amazon Air)의 활동을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셉 슈비터만(Joseph P. Schwieterman) 드폴대학교 교수가 미래물류기술포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무역협회가 4일 주최하고 비욘드엑스가 운영하는 국제 세미나에서 꺼낸 말이다. 슈비터만 교수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1) 아마존의 항공기는 빠르게 늘고 있다. 2) 아마존은 항공운송을 북미 아마존 물류센터간 재고 보충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 3) 아마존은 북미에서 만든 항공운송 노하우를 유럽과 아시아 등 대륙 단위로 확장할 전망이다. 4) 나아가 현재 아마존 자사 상품을 중심으로 제공하는 항공운송을, 글로벌 3P 판매자에게까지 확대할 전망이다.

다음부터 쓰는 기록은 조셉 슈비터만 교수의 ‘아마존에어’ 추적기다.

아마존 항공기는 늘고 있다

슈비터만 교수의 추적 결과에 따르면 아마존은 보잉사의 767 중형항공기, 737 소형항공기를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의 항공기 보유대수는 2016년 4대, 2017년 18대, 2018년 26대, 2019년 39대, 2020년 8월 말 기준 43대까지 늘어나고 있다.

국제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는 슈비터만 교수의 모습. 아마존의 항공기 구매 숫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아마존이 항공기를 도입하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슈비터만 교수에 따르면 현재 아마존이 등록한 항공기는 2020년 8월부터 12월 사이 또 늘어서 57대 가까이 된다.

슈비터만 교수는 현재 추세라면 아마존은 2021년 70대 정도의 항공기를 보유할 것으로 예측한다. 그리고 6~7년 정도 기간이 지나면 아마존은 약 200대 정도의 항공기를 보유할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전 세계 항공기 증가 추세와 맞물려본다면, 6~7년 뒤 아마존은 페덱스(433대), UPS(257대)에 이어 세계 3위 항공운송업체가 될 것이라는 게 슈비터만 교수의 전망이다.

슈비터만 교수는 “아마존은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서 항공운송을 포함한 대부분의 운송 프로세스를 내재화하여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로 인한 물량 폭증으로 당장은 아마존의 물량을 외부 항공운송업체에 어느 정도 의존하여 배송해야 하는 취약점이 있지만, 아마존이 200대 이상의 항공기를 보유하게 된다면 페덱스와 UPS 등 물류업체와 3자 화주의 물류를 두고 경쟁하는 동기가 만들어질 것”이라 설명했다.

아마존은 항공기로 뭘 하고 있을까

슈비터만 교수에 따르면 아마존이 항공물류를 시작한 것은 2년 전부터다. 이 때 까지만 해도 아주 작은 규모로 시작을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금도 아마존이 직접 항공기를 운행하는 것은 아니다. 4~5개의 협력사에 대행을 맡기고 있는 것으로 슈비터만 교수는 파악하고 있다.슈비터만 교수는 아마존 항공기의 등록 번호(Tail number)를 기반으로 아마존 항공기의 용도를 추적했다. 2020년 8월 기준 자료를 봤을 때 그는 시카고의 록퍼드(Rockford) 공항, 캘리포니아 온타리오(Ontario) 국제공항 등 아마존의 소형 공항 이용 빈도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했다.

슈비터만 교수가 항공기 테일넘버를 기반으로 추적한 아마존 항공기의 2020년 8월 기준 이동 경로

슈비터만 교수가 파악한 것은 또 하나 있다. 아마존의 항공기가 도착하는 소형 공항과 근접한 곳에 아마존 물류센터가 입지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슈비터만 교수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아마존은 2021년 북미 오하이오 신시네티(Cincinnati)에 대규모 항공물류 허브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곳은 150대의 항공기가 대기할 수 있는 규모로 만들어지고 있다. 신시네티 공항에 항공기가 도착하면 수백대의 트럭을 통해서 최종 목적지까지 물건을 옮기는 운영을 아마존이 할 것이라는 것.

그는 1) 아마존의 소형공항 이용 증가, 2) 소형공항 근처에 아마존 물류센터 입지, 두 가지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아마존이 항공운송을 아마존 물류센터와 물류센터 사이의 ‘재고 보충’을 위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슈비터만 교수는 “아마존은 항공운송을 아마존 물류센터와 물류센터 사이의 재고이동 효율을 높여주기 위한 용도로 활용하는 움직임을 보인다”며 “아마존의 이런 움직임은 물류센터를 연결시키기 위한 작업이지, 물류센터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작업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럼 왜 굳이 아마존은 값비싼 항공운송으로 재고보충을 하는가. 슈비터만 교수에 따르면 아마존은 수백만개에 달하는 상품품목을 북미 전역 물류센터에 분산 보관한다. 아마존은 이 상품들을 북미 전역에 거주하는 아마존프라임 고객 주문에 맞춰서 ‘당일배송’, ‘익일배송’ 옵션에 맞춰서 트럭으로 배송해야 한다. 하지만 아마존이 판매하는 모든 상품 품목의 빠른 배송 리드타임을 육상운송만으로 맞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존은 항공기를 통해 거리가 먼 고객의 재고 보충을 빠르게 조정한다는 게 그의 예측이다.

아마존에어는 ‘글로벌’을 바라본다

슈비터만 교수에 따르면 종전까지 아마존의 항공운송 움직임은 대부분 북미 안에서 이뤄졌다. 국제적인 이동은 얼마 없었다. 중국 상하이와 일본 오사카, 유럽, 하와이로 가는 운행이 몇 차례 있었고, 한국으로 떠난 아마존 항공편은 아예 없었다는 게 슈비터만 교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슈비터만 교수가 최근 포착한 아마존의 또 다른 움직임이 있다. 11월 기준으로 아마존이 유럽 물류센터간 재고 보충에 항공기를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것. 슈비터만 교수는 “아마존의 항공기 2대가 아일랜드로 이동했고, 추가로 몇 대가 더 투입돼 유럽에서 운행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마존이 유럽에서도 북미에서 했던 것과 유사한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슈비터만 교수는 아마존이 ‘북미’에서 만든 항공운송 모델을 대륙 단위로 확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먼저 비교적 진입이 쉬운 유럽에 이어서 ‘아시아’ 시장까지 공략할 것으로 슈비터만 교수는 보고 있다.

슈비터만 교수는 “당장 아마존은 항공운송을 통한 신속한 배송을 유럽에서 하는데 중점을 둘 것 같다. 하지만 아시아 시장은 아마존에게 워낙 크고 중요해서 유럽 다음 진출 대륙은 아시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한 수출품목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는 상황을 봤을 때 아마존이 항공운송을 계약하여 한국을 포함한 환태평양 지역에 진출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아마존이 자사 상품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 항공운송 네트워크를 글로벌 3자 판매자 제품 운송까지 활용할 것이라고 보는 예측이 나온다. 슈비터만 교수는 “최근 투자기관에서는 아마존이 3P 판매자를 대상으로 한 물류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 아마존의 항공물류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면밀히 추적중이다”며 “아마존이 자사 상품 배송만 하는 것이 아니라 3P 판매자의 배송까지 확장시킬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파악하기로는 아마존이 영국에서 3P 판매자의 제품까지 운송하고 있는 식으로 서비스를 바꾸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슈비터만 교수의 추적기는 지난 9월 공개된 리포트 <Amazon Air Summer Surge>를 통해 대중에 알려졌다. 더 자세한 내용과 숫자가 궁금하다면 구글에서 슈비터만 교수의 리포트를 검색하자.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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