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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리] 좋은 물류업체는 대체 어디서 찾나요?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화주사 물류담당자들의 고민이 있다면, 좋은 물류업체는 어디서 찾을 수 있냐는 것이다. 특히 막 물동량이 커져서 자사 물류에서 위탁 물류로 전환을 고민하는 신흥 화주사라면 고민은 더하다.

오랜 전통을 가진 화주사라면 기존 거래하던 물류 파트너가 이미 있거나, 자사물류망이 잘 구축돼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성장하고 있는 화주사라면, 그러니까 홈 오피스에서 까대기 치다가 갑작스레 물동량이 늘어난 업체는 ‘백지’부터 시작해야 한다. 네이버에 검색하면 나오는 여러 물류업체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견적을 받으려니 공개된 단가표를 찾기 힘들다. 일일이 전화나 이메일로 견적서를 요청하고 상황을 설명하는 것도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다. 그렇게 만난 3PL(3자물류)업체가 정말 잘 하는 업체인지 신뢰를 담보하기도 어렵다.

좋은 3PL업체를 찾는 신규 화주사의 고민을 해결하고자 2020년 1월 서비스를 론칭한 물류 플랫폼 업체가 있으니 로지켓이다. 로지켓이 찾은 방법은 ‘역경매’다. 화주사 물류담당자는 하나의 플랫폼에 그들이 다루는 상품 카테고리와 화물 특성, 월 예상 물동량 등 물류 단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기입해서 견적서를 요청한다. 로지켓 플랫폼에 올라온 화주사의 정보를 본 여러 물류업체들이 견적서를 화주사에 제시한다. 화주사는 여러 견적서 중 마음에 드는 업체를 선택하면 된다.

화주사가 로지켓에 올리는 견적 요청서 양식과 그렇게 올라간 실시간 견적 요청. 화주사가 올린 정보를 보고 역경매 참가를 원하는 물류업체가 견적서를 제출하는 방식이다.

말이 쉽지 그 과정은 쉽지 않을 수 있다. 물류업계는 태생이 폐쇄적이다. ‘단가’를 공개한다는 것 자체를 경쟁력의 유출이라고 생각하는 업계 특성상, 많은 물류회사를 플랫폼에 유입시키는 것부터가 난제일 수 있다. 화주사 입장에서도 엄청 큰 사고가 나지 않는 한 기존 거래하던 업체를 바꾸는 일은 많지 않다. 업체 변경으로 인해 운영 환경과 시스템이 바뀐다면 그 또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신생업체인 로지켓은 어떻게 화주와 물류업체 양면시장을 만족시키면서 물류 플랫폼 시장을 개척하고 있을까. 더 나아가 로지켓이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손양덕 로지켓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쉽지 않은 도전을 시작했다. 어쩌다 물류 플랫폼 창업을 결정하게 됐나.

시장에서 문제를 경험했다. 로지켓을 창업하기 전에 이커머스 업계에만 11년 정도 있었다. 롯데닷컴과 위메프에서 일을 했고, 물류회사에서도 일을 했다. 롯데닷컴과 위메프가 자사물류를 하던 곳은 아니었기 때문에 3PL 업체에 위탁 물류 견적을 요청해야 했다. 물류회사들로부터 견적을 받더라도 거기서 좋은 업체를 찾는 것은 또 다시 우리가 해야 할 업무가 됐다.

물류업체 입장에서도 문제는 있었다. 다들 견적을 쉽게 생각하는데 이게 쉽지만 않다. 물류사들에게 견적 요청만 하고 별도로 연락을 안 하는 화주사가 굉장히 많다. 물류업체들은 이런 화주사에 전화를 하든 찾아가든 별도의 영업 자원을 투하한다. 우리는 물류업체들의 이런 고민을 대신 해결하고 싶다. 그래서 플랫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투자를 받고 법인 전환한 것이 올해 6월이다.

모든 물류 시장을 연결하는 플랫폼은 아닐 것 같다. 집중하는 시장이 있는가.

우리가 포워딩, 그러니까 수출입물류 플랫폼을 하지는 않는다. 로지켓은 B2C 이커머스 물류와 B2B 기업물류 가리지 않고 국내 물류를 대행하는 3PL업체와 화주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사실 처음에는 상온 상품 물류업체 대행만 하려고 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 냉장냉동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게 보이더라. 연초에는 상온상품 견적 요청이 90%, 냉장냉동이 10%였는데 5~6월부터는 50:50 비중이 나왔다. 최근에는 상온이 20%, 냉장냉동이 80%다. 그만큼 새로 시작하는 업체들의 냉장냉동 물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그래서 지금은 냉장냉동 3PL업체 연결까지 다하고 있다.

화주단의 이야기를 해본다. 로지켓을 사용하는 화주 중에서 80%는 스타트업이다. 월 100개, 200개 소규모로 이제 막 시작한 분들이 많다. 나머지 20%는 이미 자리 잡거나 성장단계에 접어든 분들이다. 이런 분들은 이미 계약한 물류업체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로지켓에서 견적을 살펴보더라도 쉽게 업체를 바꾸지 못한다. 그들이 내고 있는 요금이 합리적인지 검증하는 정도의 용도로 로지켓을 활용하더라. 물류업계가 폐쇄적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정보는 공개될 대로 공개돼 있다고 본다. 알 사람만 알고 있고, 공식화돼 있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가 타깃하는 건 ‘물류대행’이라는 것을 아예 모르는 중소 화주사다. ‘택배 계약’까지는 알아도 물류대행은 모르는 분이 정말 많다. 우리가 마케팅을 한다면 100중에 60은 물류대행을 모른다. 로지켓이 택배회사 아니냐고 연락이 오는 경우도 꽤 많다. 자사물류로 처리하고 있던 것을 위탁으로 돌린다면 물류비용도 비용이지만 업무 리소스도 줄일 수 있다. 최대한 기존에 물류대행을 안 쓰던 많은 분들이 우리 플랫폼을 사용하도록 하고 싶다.

플랫폼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화주사와 물류사의 매칭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매칭 건수는 얼마나 되는가. 향후 매칭률을 올리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

월평균 300건 이상 화주사의 물류 견적 요청이 들어온다. 한 견적에는 평균적으로 3건, 많게는 7개 정도의 물류업체의 견적서가 달린다. 통상 월 800건 정도의 견적서가 플랫폼에 올라온다. 우리는 견적서에 대한 제안을 적어도 D+3일 안에 드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통 D+2일이면 한 건의 견적 요청이 마무리 된다.

매칭이 잘 되려면 무엇보다 물류회사의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검색하면 다 나오는 물류센터의 위치라던가 매출 규모 같은 기본 정보부터 물류회사의 경쟁력을 말할 수 있는 조금 자세한 정보까지 화주사에게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요즘에는 물류센터 안에서 일하는 작업자가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 보는 화주사들이 꽤 있다. 외국인 노동자를 쓴다면 아무래도 말이 안통하다 보니 오피킹률이 말도 없이 크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3PL업체를 바꾸고자 하는 화주사도 있었다.

로지켓은 현재 물류회사 검색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지도에 물류회사의 위치가 표기되고, 현장 사진도 함께 넣어둘 생각이다. 여기 AR/VR을 넣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요즘 코로나19 영향으로 물류센터 방문 일정 잡는 것을 어려워하는 화주사들이 많은데, 이들이 원격에서 현장을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연결도 좋지만 당장 먹고 사는 것도 중요하다. 로지켓의 수익모델은 무엇인가.

처음에는 화주사와 물류사가 매칭될 때 건당 수수료를 받는 것을 생각했다. 하지만 수수료 모델을 도입한다면 우리가 받는 돈이 화주사에게 전가될 것 같더라. 결국은 치킨 게임으로 이어지고 물류 품질도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고정비 모델로 수익모델을 바꿨다.

물론 물류회사 입장에서는 안 내던 돈을 플랫폼에 내라고 하면 거부감이 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서비스 론칭 이후로 무료 정책을 펼치고 있다. 현재는 사용료 없이 무료로 누구나 로지켓을 이용할 수 있다. 어느 정도 규모가 만들어진다면 고정료 모델을 도입, 전환하고자 한다. 물류회사로부터 월 15만원의 사용료를 받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물류회사 중에서는 유료로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 업체가 있을 것 같다. 견적 정보를 기밀로 취급하여 공개하기를 원치 않는 곳도 있다. 그들을 설득하기 위한 방법이 있는가.

연세가 좀 있는 사장님이 운영하는 물류업체 같은 경우 ‘왜 굳이 돈 내고 플랫폼이 들어가냐, 우리 직원들도 있는데’라고 말하는 분이 있다. 하지만 요즘 200평, 500평 규모로 조그맣게 물류센터 운영을 시작하는 3PL업체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신생 물류업체의 경우 대표님들이 직접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분들은 로지켓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 가입하는 것 같다.

또 하나, 요즘 물류회사들은 화주사들이 똑똑해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미 화주사들이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는 생각에, 숨기지 않고 정보를 공개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매출 규모, 운영 인력과 같은 기본 정보는 물론 물류센터 안에서 사용하는 시스템, 자동화와 같은 설비 부분까지 오픈한다. 그렇게 로지켓에 가입한 물류회사가 지금 65개사다.

서비스 초기다보니 아직 플랫폼에 공급과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더 많은 물류회사와 화주사를 플랫폼에 끌어당길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방안이 있는가.

처음에는 플랫폼이니 ‘화주사’와 ‘물류회사’ 모두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예산 가지고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무리더라. 일단 화주사 영입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화주사 대상으로 열심히 영업과 마케팅을 했는데, 물류회사는 따로 마케팅을 안 하더라도 알아서 가입이 늘어나더라. 네이버 카페에서 로지켓 관련 정보를 보고 가입하는 물류회사가 많았다.

지금은 화주사 보다는 물류사 가입수를 늘리고자 한다. 물류회사마다 솔직히 단가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우리가 다양한 화주사의 물류 니즈를 맞추기 위해서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물류회사의 표본을 먼저 확충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안에 물류회사 100개사를 입점 시키는 것이 목표다. 그 다음부터 화주사를 유치하기 시작할 것이다.

화주사에게 물류회사의 단가는 직관적으로 보이지만, ‘서비스 품질’은 써보지 않고 판단하는 게 쉽지 않다. 어떻게 필요한 화주사에게 적절하게 잘하는 물류업체를 매칭할 수 있는가.

업계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화주사가 처음 견적 요청서와 다른 추가 요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서 포장을 할 때 이벤트 상품 홍보 브로셔를 담아달라고 하거나, 정기구독 상품의 포장에 리본을 달아달라거나 하는 구체적인 요청이 추가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물류회사는 이런 화주사의 요청이 추가로 들어오면 그것을 비용으로 더 받고자 한다. 최초 물류회사가 화주사에게 제시한 견적이 출고건당 2500원이었는데, 나중에 보면 그 가격이 2800원 이상으로 튀는 일이 왕왕 있다.

그래서 로지켓은 먼저 화주사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한다. 화주사는 견적 요청서를 쓸 때 몇 가지 기본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이 때 처음부터 화주사에게 자세한 정보를 입력하라고 하면 접근성이 떨어진다. 대부분의 화주사들은 가볍게 견적만 알아본다고 우리 플랫폼을 이용한다. 그래서 일단 간단하게 3~5개 정도의 정보만 적게 하고, 나머지는 상담원의 통화를 통해 추가 정보를 받고 있다.

화주사의 정보를 안다면 그 다음은 물류사의 선택의 문제다. 그들이 봤을 때 화주사의 요청서에 맞는 운영이 가능하다면 견적서를 넣으면 되고, 아니면 안하면 된다. 예를 들어서 공동구매 방식으로 판매를 한다거나, 포장에 편지를 넣어달라거나, 우체국 택배로 꼭 나가야 된다거나 하는 상태 정보를 화주사는 견적 요청서에 적어놓을 수 있다. 물류업체는 이 요청을 보고 그들의 작업 환경에서 가능한지 파악하여 가능한 요청에만 견적을 넣을 수 있고, 필요하다면 견적을 더 적게, 혹은 더 높게 부를 수도 있겠다.

물론 화주사가 적는 내용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예컨대 화주사가 한 달에 화장품이 500박스 나간다고 견적서에는 써놨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훨씬 더 적은 숫자가 출고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화주들도 물류대행을 많이 쓰다보니까 이런 일이 잦아지면 결국 물류비가 올라간다는 것을 알고 있더라. 결국 화주사와 물류사 양측 모두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적절한 매칭이 이뤄질 수 있다.

물류 플랫폼이기 때문에 로지켓에는 자연히 데이터가 모일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큰 그림이 있을 것 같다.

운송업계에 표준운임제가 나오지 않았는가. 물류대행에서도 표준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그게 안 나오는 이유는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로지켓은 우리가 수집한 데이터로 물류통합 정보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전국 단위로, 지역별로, 생산성별로, 카테고리별로 물류대행 단가의 기준을 잡고 이 시장이 더 이상 치킨 게임으로 치닫지 않도록 제안하는 것이 우리의 장기적인 목표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처음에는 우리가 물류대행을 직접 하는 것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투자비용 이슈도 그렇고, 플랫폼에 들어온 물류회사와 플랫폼인 우리가 직접 경쟁 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지금은 우리가 물류대행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 대신 우리 플랫폼에 들어온 물류대행 업체들이 활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소프트웨어 공급업체가 되고 싶다.

로지켓 파트너 물류업체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60여개 회사가 쓰는 물류 시스템이 전부 다르더라. 이 말인즉, 화주사 역시 그만큼 다양한 시스템의 사용법을 알아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화주사도, 물류업체도 쉽게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화주사와 물류회사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공통적인 시스템 개발 방향이 나오더라. 요즘 트렌드이자 기본은 ‘주문 연동’이다. 하루 1개, 월 10개 소규모로 출고하는 화주사들도 주문 연동은 모두가 요구한다. 사실 전직장에서 일할 때 까지만 하더라도 당연히 주문은 엑셀파일로 만들어서 네이트온에다가 전송하는 것이었다. 요즘에는 다들 주문 연동이 기본으로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커머스를 부업으로 하는 개인 판매자들도 늘어났는데 이들도 주문 정보를 엑셀로 옮기는 과정 자체를 귀찮아한다. 엑셀로 옮기는 과정에서 필터 정렬이 꼬이면 그것이 오배송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주문연동은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쓰는 시스템에 주문연동을 하려면 개발에 대한 추가비용이 든다. 때문에 업체들은 주문 연동 기능 도입을 못하는 것뿐이다. 우리는 이런 시장의 니즈를 최대한 표준화해서 가볍게 시스템을 만들어 시장에 제공하려고 한다. 이에 따라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와 OMS(Order Management System)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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