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낸드시장에서 최근 의미 있는 성과를 냈지만, 목표했던 만큼의 도약 속도를 낼 순없었다. 단기간에 개선이 쉽지 않았던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려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했다.”

시장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이석희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사장)가 투자자들 앞에 섰다. 4일 열린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이석희 사장은 인텔의 낸드사업부 인수를 두고 “SK하이닉스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결정”이라며 “향후 낸드시장 성장에 핵심 동력이 될 SSD 기술력과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겠다”고 취지를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0일 10조원의 투자금을 쏟아 부어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한다는 깜짝 발표를 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품에 안으면서, D램에 이어 낸드 부문에서도 글로벌 2위 자리로 껑충 뛰어오르게 됐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사진=SK하이닉스


겹치는 부분 없이 시너지 크다, 1+1=3


“양사의 낸드사업은 강점과 주요 포트폴리오에 중복되는 부분이 적고 상호보완적이기 때문에 낸드 사업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석희 사장의 말처럼 SK하이닉스와 인텔은 각각 낸드 개발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왔다. 예컨대 SK하이닉스는 동작 속도는 빠르나 집적도는 떨어지는  차지트랩플래시(CTF) 기반의 128단 3D 낸드를 개발, 생산할 능력을 갖췄다. 해당 낸드플래시는 주로 스마트폰에서 많이 쓰였다. 반대로 인텔은 집적도를 높인 플로팅게이트 방식을 활용한 낸드 개발로 데이터 SSD 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최근 낸드 시장을 살펴보면 SK하이닉스가 인텔의 기술을 탐낼만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일단, 데이터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낸드플래시에서 SSD의 비중이 40%까지 늘어났다. 이 배경에는 보다 가격이 저렴한 QLC나 PLC 기반 메모리를 활용한 SSD 기술이 뒷받침 되고 있다.

이 사장은 “HDD 대비 성능이 월등하지만 상대적으로 원가가 높아 그간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채용 확대가 더뎠던 SSD를 원가 경쟁력이 뛰어난 QLC 기반으로 제공하면서 운용비용을 낮추고 새로운 니어라인 SSD 사업영역을 개척해 향후 콜드 스토리지로 진출 시장을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니어라인 SSD는 거의 온라인에 가까운 저장매체를 말하는데,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모바일에 쓰는 저렴한 낸드 개발에 강점이 있는데, 이 기술을 인텔이 확보한 SSD 시장에 결합한다면 새로운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이 사장은 “낸드 사업 역량을 확대하고 5년 내 SK하이닉스의 매출을 인수 전 대비 3배 이상 성장시켜 그간 D램 선도기업으로만 인정받았던 가치를 메모리 플레이어로 확장시킬 것”이라며 “D램과 낸드의 균형잡힌 사업구조를 통해 안정적 현금 창출 구조를 확대해 미래 산업 창출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인수 과정에 대한 로드맵


이석희 사장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 그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우선 인수는 크게 두 단계로 나눠서 이뤄지는데 1차 클로징을 2021년 말로, 전체 마무리를 2025년으로 잡았다.

총 90억달러(약 10조2330억원)의 인수 대금 중 70억달러(약 7조9590억원)를 1차 클로징 시점에 지급한다. 이 시점까지 SK하이닉스는 SSD 사업과 관련한 IP를 포함해 기술과 제품, 세일즈 역량을 확대할 수 있어 낸드 사업의 수익 증대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최종 인수가 완료되는 시점인 2025년 3월까지 다롄공장(팹)의 운영과 여기에 적용될 기술의 개발은 인텔이 담당키로 했다. 다롄공장의 경우 현재 전환 중인 144단 낸드 개발 이후에도 2~3세대 이상의 공정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인텔이 보유한 플로팅게이트 기술은 셀 간 간섭이 적어 QLC 기술과 함께 하면 원가 경쟁력 확보에 유리할 것으로 봤다.

이석희 사장은 “다롄팹은 플로팅게이트 기반 운영을 지속해 콜드스토리지 영역에 집중 대응하고, 한국팹에서는 차지트랩플래시(CTF) 기반을 유지함으로써 하드 스토리지 영역과 모바일 영역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양사가 인수합병 기간 동안 있을 수 있는 기술 개발과 팹 운영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인수 전략 없었다면 엔터프라이즈 SSD 시장 진입 늦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하이엔드 엔터프라이즈 SSD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들여야할 시간과 노력, 리소스다.”

이석희 대표의 이 한마디는 왜 10조원이나 들여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하려는지를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부분이다. SK하이닉스는 모바일에서 강점이 있으나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선 후발주자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시장에 진입하면 타이밍을 놓친다. 지금 인텔과 손을 잡을 경우 비용은 지불해도 빠르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리소스를 우리가 자체적으로 감당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 또 고객의 인증을 받고 시장점유율을 넓혀가려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반면 인수를 하게 되면 이미 구축되어 있는 포트폴리오를 통해 하이엔드 SSD 시장에 즉각적으로 접근할 효과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또, 인수로 인한 비용 지출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우리가 인수하는 낸드 사업은 대체적으로 창출되는 영업 흐름이 있기 때문에 그것으로 팹에 대한 투자를 커버할 수 있다”며 “차지트랩 기반의 128단 이상 제품과 인텔이 가지고 있는 엔터프라이즈 기술을 접목해 엔터프라이즈 SSD 기술을 경쟁적으로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배유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