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스타트업’ 보다가 떠오른 이 회사

“대표님 제품은 핸드폰이 분리형일 때만 사용이 가능하죠? 그런데 제 정보에 의하면 새 기종들은 전부 2년 안에 배터리 일체형으로 바뀝니다. 이 정보를 대표님은 몰랐나요? 몰랐다면 대표님은 대표 자격이 없습니다. 정보력이 형편없다는 뜻이니까. 알았나요? 몰랐나요?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 더 문제입니다. 알고도 투자 받으려고 했다면 이건 사기예요.”

드라마 ‘스타트업’의 한 장면. 극에서 휴대폰 배터리 충전과 공유 서비스를 창업한 ‘차징파트너’ 대표가 데모데이에서 VC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지난 21일 방영된 드라마 ‘스타트업’의 한 장면이다. 휴대폰 배터리 충전·공유 서비스인 ‘차징 컴퍼니’ 창업자가 데모데이에 나왔다가 벤처투자자(VC)로부터 혹독한 심사평을 받는 모습이 담겼다.

방영 이후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이 장면이 회자됐다. 드라마속 차징컴퍼니의 사례가 2013년 창업해 휴대폰 충전 배터리 공유 서비스를 했던 만땅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입소문이 났고, 결국 주인공이 등판했다. 당시 만땅을 서비스했던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짧은 글을 올린 것이다.

“(드라마 속) 대표의 데모데이 발표 회상씬이 만땅 때 데모데이 나갔을 때랑 싱크로율이, 작가분이 업계조사를 꼼꼼이 하신 듯 하다. 극중 큰 상처를 입은 대표는 극단적 선택을 한다. 우리는 버티고 다시 시작을 했었다. 그 시작을 믿고 응원해줬던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만땅은 실패했다. 그러나 마이쿤(당시 법인명) 실패하지 않았다. 마이쿤은 만땅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딛고 일어나 ‘스푼라디오’라는 오디오 앱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당시 만땅은 어떤 상황이었나. 창업자는 무슨 어려움을 겪나. 어떻게 실패를 딛고 일어나 새로운 서비스로 재기했나. 실제 스토리를 들어보려 30일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 오디오 앱인 ‘스푼라디오’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서비스를 하기전에 드라마에 나오는 차징파트너와 유사한 ‘만땅’ 서비스를 했었다. 극중 차징파트너의 데모데이 경험담이 만땅과 유사하다.

드라마를 봤나?

지인의 연락을 받고 봤다. 11화의 회상씬에서 나왔다. 주인공의 형이 데모데이에서 발표를 하는데 VC로 나오는 주연 배우 한지평 씨(김선호 분)가 독설을 하는 장면이었다.

맞다. 드라마에서 한지평 투자팀장이 혹독한 평가를 했다. 실제로 만땅 당시 IR에서 어떤 질문이나 지적을 받았나?

배터리 일체형이 나올 건데, 그렇게 되면 만땅 서비스가 불가능한데 어쩔 거냐는 독설을 해준 VC가 많았다. (드라마와 같은 내용의 지적이다)

당시에는 어떻게 답했나?

저희가 보조배터리 공유 서비스도 준비 중이었다. 그걸로 대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었다. 그런데 그게 자본이 많이 들어가서 쉽지 않을 거라는 피드백을 받았었다.

만땅은 당시에 투자를 받지 않았었나?

초기(씨드 단계)까지만 받고 시리즈A 투자유치를 위해 돌아다닐 때 그런 독설을 많이 들었다.

*** 드라마에서는 차징컴퍼니 대표가 데모데이에 올라 서비스를 설명한다. 씨드 단계의 투자 유치로 보이는데, 이 자리에서 VC로부터 사업의 가능성이 없다는 혹평을 듣고는 얼마 후 극단적 선택을 한다.

드라마에서는 차징컴퍼니 대표가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만땅이 안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 마음은 어떠했나. 그리고 그걸 이겨낸 동력은 무엇이었나?

안 된다고 하는 걸 깨고 싶었다. 저희가 실패하기 전에, 미국에 가서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받고 왔다. 거기서 많이 배웠고, 돌아와서 뭔가 해보려 하는데 배터리 일체형 제품들이 출시됐다. 무언갈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진 거다. 그때 허리띠를 졸라매고 한 번만 더 해보자고 했다.

그리고는 서비스 모델을 바꿨다. 피봇 결정은 어떻게 하게 됐나?

첫번째 비즈니스는 오프라인을 겸하기 때문에  급격한 성장이 쉽지 않았다. 스푼라디오로 두번째 서비스에 나설 때 내부에서는 온라인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가능할 거라고 봤다.

[box type=”bio”]
스푼라디오란?

‘라디오판 아프리카TV’다. 누구나 채널을 개설해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할 수 있는 오디오 서비스다.  원하는 방송을 골라 듣던 청취자는 DJ가 마음에 들면 별풍선과 유사한 ‘스푼’을 쏘는 방식으로 금전적 후원을 한다. 동영상이 평정한 것 같은 이 시대에, 라디오 생방송 플랫폼이라는 역발상으로 기업 가치 3000억원을 평가 받았다. 특히 1020 세대에게 인기가 있다. [/box]

상황이 안 좋을 때 동료들이 함께 했다고 들었다

나를 포함해 아홉명의 동료가 월급을 적게는 30%, 많게는 80%까지 줄여가며 18개월이나 버텼다. 그때 약속을 했다. 이렇게 했는데도 안 되면 헤어지기로. 아쉬움이 남아서 한 번 더 해보자는 의견들이 있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 기간을 버텨온 힘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겸손했다. 자기가 전 직장에서 경험한 것 때문에 “이건 이렇게 해야해, 저건 저렇게 해야해”라고 말로만 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우리는 그게 아니었다. 실제로 스타트업은 지금까지 없던 제품을 맨땅에서 만들고 개발해서 홍보해야 하는 일이다. 따라서 다른 어떤 직장에 다녔어도 그걸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그전에 아무리 큰 회사에 다녔더라도, 그 방식으로 일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도 이야기 한다. 기존에 했던 것은 그 회사에서 먹히는 방법이고 우리 회사에서 먹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기존 방식을 고수하지 않고, 겸손하게 모든 걸 새로 배워가면서 일했다는 이야기인가?

실제로 무조건 직접 해보고 결과를 갖고 이야기하자는 거였다. “이렇게 하면 된다”라고 말로 하지 말자는 것이기도 했다. 말로는 모두 다 잘한다. 어떻게 보면 단순무식한 것 같은데, 테스트를 해보고 실행하자는 위주였다. 예를 들어 VC나 심사역, 전문가들한테도 실행 결과를 가지고 가니까, 그전에는 안 될 거라고 하던 분들이 생각이 변하기 시작하더라. 실제로 저희한테 안 될거라고 했던 VC도 투자를 했다.

피봇 후에, ‘스푼 라디오’가 꽤 잘되고 있다. 투자도 크게 받았다

피봇 후에 675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올 초 인터뷰에서 지난해 스푼라디오에서 팔린 후원 아이템 매출이 486억원이라고 말했었다. 올해 성적은 어떠한가?

올해는 지난해의 두 배 가까운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언제 스푼라디오라는 새 서비스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나?

별풍선에 해당하는 ‘스푼’ 후원하기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시작하고 나서 그 매출이 매달 두배씩 성장하는 걸 보면서 이게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힘든 창업을 도대체 왜 했나?

나는 현실주의자다. 따라서 성공하고 싶기 때문에 사업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 안 하더라(웃음). 나는 성공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창업을 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픈 말이 있나

나는 진심으로 말린다. 정말로, 진짜 하지 말라고 한다.

창업의 어떤 부분이 힘들길래 말리나?

열배 정도 힘들 줄 알고 시작하는데, 실제로는 몇십배 힘이 든다. 주변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를 실제로 봤다. 그런 선택을 한 것에 대해 공감도 많이 간다.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지는게 현실로 닥치면 사람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그래서 하지 말라고 한다.

창업 후 가장 힘든게 무엇인가?

매일 선택을 하고 결정을 해야 한다. 그에 따른 책임이 고스란히 내게로 온다. 책임의 무게가 크다. 금적적인 것이든 사람에 대한 것이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이후에도 또 창업을 하고 싶다고 말한적이 있다. 어떤 부분이 좋아서인가?

못해봤던 거나 꿈꿔왔던 거를 하나씩 해나갈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현실의 VC들이 창업자에게 지적을 하거나 조언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창업가 입장에서 생각해주는 말을 선호한다. 드라마 극중에서는 VC가 대표에게 “정보를 왜 몰랐느냐”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보다는 “이런 정보도 있다. 이런 부분을 고민해보면 어떻겠느냐”라고 말했으면 어땠을까. 그런 것이 도움이 된다. 만땅 초기에도 우리에게 투자를 한 VC에 창업가 출신들이 있었고, 그렇게 조언을 해줬다. 실제로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창업가로서 비전을 말해달라

업계 리딩 컴퍼니가 되는 걸 꿈꾼다. 스푼라디오가 오디오 서비스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올랐으면 한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갈 길이 멀다.

*** 더 자세한 스푼라디오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의 기사를 함께 읽어주세요!
[바스리] 10대가 지갑 여는 오디오, ‘스푼 라디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첫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