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경제가 활성화 되면서 오토바이 배달이 많이 늘어났죠. 동시에 오토바이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가 기후 위기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라이더들의 건강을 위해서, 지구촌의 건강을 위해서 소유하고 있는, 혹은 플랫폼에서 일을 하는 라이더들이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를 전기 오토바이로 바꿀 계획이 있나요? 환경부나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기 오토바이 사업을 확대할 때 적극 참여할 의사가 있나요?”

지난달 8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 현장에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와 강신봉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대표에게 물은 질문이다. 여기에 김범준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도) 상황이 비슷할 것 같아서 제가 답변 드리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전부터 전기 오토바이는 지속적으로 테스트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기술적인 제한이 있습니다. 한 번 라이더들이 나가면 300km 정도는 운행을 해야 하는데 그것을 지원할 수 있는 배터리가 없습니다”

배달 현장에서 확인해봤다. 현재 국내에 들어온 전기 오토바이는 대부분 배터리 용량 2킬로와트(kwh)대로 최대 40~80km를 달릴 수 있다. 완충까지는 통상 3~4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2020년 전기이륜차 보조금 지원 대상 기종의 배터리용량 현황(자료: 환경부)

이 정도 스펙으로는 하루 8~9시간 이상 전업 배달 업무를 하는 데 부족함이 있는 것이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노동자가 많은 배달업계인지라 정확한 수치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전업으로 하는 라이더의 경우 하루 많게는 60~70개, 통상 40~50개 수준의 물량을 처리한다.

실제 하루 70건의 배달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라이더에게 이 물량을 처리하려면 얼마나 주행하는지 물었다. “장거리 운행을 주로 하는 라이더도 있어서 배달 건수당 운행 거리를 일반화해서 이야기 하기는 어렵지만, 경험상 하루에 70건을 처리했을 때 150km 정도 탄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요컨대 40~80km 수준의 최대 주행거리로는 배달 업무를 하던 중간에 몇 시간씩 완충을 기다려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달 전부터 전기 오토바이를 배달 현장에서 운행하고 있는 한 라이더는 “잠깐 나갔다 오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현장에서 전기 오토바이로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불편한 것이 많다”고 평했다. 그가 탑승한 전기 오토바이의 배터리는 운행을 시작한 뒤 4시간이 지나자 방전됐다는 설명이다.

복수 배달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전기 이륜차가 배달업계에 활발하게 보급되기 위해서는 완충 기준으로 하루 업무 200km 이상을 안정적으로 주행 가능한 오토바이가 등장해야 한다. 여기에 추운 날씨에 발생하는 배터리 성능 저하, 휴대폰 충전으로 인한 추가 전력 사용 등을 감안하면 넉넉하게 300km는 달릴 수 있는 전기 오토바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PCX급의 전기 오토바이를 만든다고?

마의 300km 운행이 가능한 전기 오토바이를 제조하여 시장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는 업체가 있다고 해서 만나봤다. 업체의 이름은 하이월드모터스. 전국 3000여개의 1급 자동차 정비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자동차 및 오토바이 수리, 개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트라이월드홀딩스가 2020년 11월 설립한 자회사다.

하이월드모터스는 국내 배달대행 및 퀵서비스업체 대상으로 현실 세계에서 운영할 수 있는 전기 오토바이를 자체 개발하여 리스,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하이월드모터스가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은 단연 ‘실용성’이다. 요컨대 배달 라이더들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혼다의 PCX 125 모델과 부딪히더라도 성능 측면에서 꿀리지 않는 전기 오토바이를 제조해야 한다고 보는 게 하이월드모터스의 강조사항이다.

김태우 트라이월드홀딩스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굴러가고 있는 220만대(통계청 2020년 이륜차 신고현황 기준 223만8000대)의 오토바이 중 대부분이 배달용도로 쓰인다고 본다. 왜 전기 오토바이가 지금껏 안 됐냐면 배달용 오토바이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우리의 고객사는 배달대행사가 되는데, 정말 성능이 좋은 오토바이가 아니라면 아무도 안탄다. 당장 야마하의 내연기관 오토바이 시그너스 모델 수준의 성능까지는 우리가 맞췄다. 궁극적으로 혼다의 PCX 모델까지 대체하는 전기 오토바이를 만드는 것이 우리 목표다. 그게 아니면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당장 테스트를 앞두고 있는 하이월드모터스의 H6 200 모델은 최고 시속 110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한다. 스펙상 숫자만 보자면 혼다 PCX 125의 최고 시속 110km와 동일하다. 이 모델에는 3시간 완충시 최대 100km 주행이 가능한 72볼트 40암페어 배터리 2개가 장착됐다. 하이월드모터스가 스펙표에 작성한 최대 주행거리는 180km다. 200km에서 20km가 빠진 이유는, 충전소까지 이동을 위한 최소한의 여유 거리 10%를 제외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내년 1월 오픈을 앞두고 있는 하이월드모터스의 H6 300 모델의 스펙은 꿈의 300km에 근접했다. 최고 시속은 110km로 H6 200 모델과 동일하지만, 최대 주행 거리는 270km로 늘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배터리의 효율이다. 종전 액체 상태의 전해질을 사용하는 배터리보다 효율이 높은 전고체 탄소나노 튜브 배터리를 장착한다는 것. H6 200 모델에는 3.9kw 모터 하나가 장착되는데, H6 300은 두 개의 모터가 장착되는 것도 차이점이다.

김 대표는 “내년 서울경기 지역에 약 3000대의 전기 오토바이를 풀면서 비즈니스를 시작할 계획”이라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오토바이 수요가 큰 해외 국가까지 동시에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 밝혔다.

테스트는 이미 시작됐다


하이월드모터스의 전기 오토바이 시범 테스트는 약 3주 전부터 시작됐다. 이륜차 네트워크를 통해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물류기업 ‘체인로지스’에 하이월드모터스가 개발한 전기 이륜차 H6 100 모델 한 대가 투입됐다. 체인로지스의 창업자인 김동현 이사가 이 모델을 직접 타고 물류 업무가 가능한지 테스트하고 있다.

H6 100은 하이월드모터스가 내년 시장에 공개할 제품인 H6 200, H6 300의 하위호환 모델이다. 두 개의 배터리가 장착된 두 모델과는 달리, H6 100에는 한 개의 배터리가 들어갔다. 그래서 최대 주행 거리도 90km 수준으로 내려갔다.

체인로지스가 현장에서 테스트하고 있는 하이월드모터스 H6 100 전기 오토바이

체인로지스의 평가에 따르면 H6 100 모델은 물류 업무 투입용으로는 아직은 부족하다. 김동현 체인로지스 이사는 “최대 주행 거리 100km인 H6 100 모델만 봤을 때 물류현장에 바로 들어가기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 섰다”며 “체인로지스 같은 경우 하루 3회전 배송을 하는데, 한 회전당 50km 정도를 돌고 25개 정도의 목적지에 방문한다. 100km 모델로는 업무 중간에 전기 오토바이가 방전돼 배송이 멈출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평했다.

H6 100의 주행감은 전기 오토바이 중에서는 준수한 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이사는 “전기 오토바이에 관심이 많아서 예전부터 많은 기종을 타봤는데, 그 중에서 제일 괜찮은 편”이라며 “가속도가 붙는 느낌은 오히려 125cc 오토바이와 비교해도 빠르게 느껴진다. 경사가 있는 언덕도 잘 올라가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의 총평은 현장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300km 주행이 가능한 전기 오토바이가 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전기 이륜차가 배달 현장에 들어오려면 하루에 150~200km 이상 주행하는 배달대행기사가 이용이 가능해야 한다”며 “스펙상 300km 정도의 최대 주행 거리라면, 필드에서는 250km 정도로 떨어질 것이고, 휴대폰 충전 연결 등을 고려하면 300km 스펙은 돼야 200km 주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태까지 테스트한 것은 모터 하나 짜리 모델이었고, 모터 두 개 짜리 모델에도 시승을 해봤는데 꽤 괜찮았다”며 “전기 오토바이가 시장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하이월드모터스는 H6 100 모델의 테스트를 끝마치고 개선점을 파악, 반영해 최대 주행시간이 늘어난 H6 200 모델 테스트까지 체인로지스와 함께 이어나간다는 설명이다.

김태우 대표는 “체인로지스와 테스트를 하면서 이태원과 같이 언덕이 많은 길을 오를 때 오토파킹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2주만에 개발하여 제품에 반영했다”며 “충분한 주행거리만큼이나 시장의 반응이 왔을 때 곧바로 제품에 반영하여 개선하는 민첩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전기 오토바이를 자체 개발하는 이유”라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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