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텅빈 지스타 거리, 내년엔 또 어쩌지

“어제 오늘, 벡스코 가자는 손님은 처음이네요”

지스타 개막식이 열린 19일 오전, 부산 해운대에서 벡스코로 향하는 도로는 한산했다. 예년같았으면 행사가 열리는 벡스코 인근은 교통 통제를 해야할 만큼 차량과 인파가 몰려 혼잡했다. 택시 기사는 “작년만 해도 벡스코 옆 공터를 뱅뱅 감을 정도로 사람이 많이 왔는데, 올해는 지스타가 열리는지도 몰랐다”며 “한번에 행사장에 들어가는 인원을 통제하는 방식으로라도 오프라인 행사가 열렸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전면 온라인 개최를 결정한 지스타가 19일 막을 열었다. 매년 수능일에 맞춰 개막해 주말까지 신작을 찾아온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지스타가, 올해는 매우 적막하게 시작했다. 그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초유의 팬데믹 사태로 인해 벡스코 전시홀은 일반 관람객을 맞이할 부스 대신 생방송 촬영을 위한 무대로 꾸려졌다. 일반 관람객은 이 무대에서 촬영해 송출되는 영상을 트위치의 ‘지스타TV’ 채널을 통해서만 봐야 한다.

벡스코 전시홀은 지스타 TV를 위한 생방송 무대로 꾸며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거의 대부분 오프라인 행사가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지스타라고 해서 예외가 되진 않았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온오프라인 동시 개최를 고민했던 지스타 조직위원회도 결국 100% 온라인 행사로 가닥을 잡아야했다. 게임사들에게 온라인 지스타란 매우 낯선 것인데, 온라인 중심 행사가 늦게 결정되면서 준비 미비로 참여하지 않은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신철 지스타 조직위원장은 이날 개막식에 앞서 연 간담회에서 “오프라인 욕심이 있어 병행해서 준비했고, 그로 인해 온라인 집중 시기가 늦어져 미안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온라인 지스타 개최, 누가 아쉬울까


지스타 조직위야 당연히 온라인 개최 결정이 쓰라렸을 것이다. 그러나 게임 업계에서도 온라인 개최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게임’이라는 업의 특성 때문이다. 영상이나 음악과 달리 게임은 여러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중 이용자의 적극성이 가장 요구되는 분야다. 직접 해봐야 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손맛의 중요성은 게이머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퍼블리셔들이 게임 쇼를 돌아다니는 이유는, 어떤 게임이 실제로 재미를 줄 수 있는지를 손으로 검증하기 위함이다. 이런 자리에서 중소 개발사들은 투자를 유치하거나 혹은 판로를 찾는 기회를 얻는다.

개막식 현장에서 만난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의 특성상 직접 체험해봐야 재미 있는지 성공 가능성이 있는지 판별할 수 있다”며 “유명 대형 개발사의 경우에는 타격이 적겠지만, 중소 개발사의 경우 지스타를 통해 국내외 퍼블리셔와 만나 사업의 기회를 얻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 아쉬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마케팅과 입소문 관점에서도 오프라인 행사의 부재는 아쉽다. 지스타는 항상 ‘신작’이 공개되는 장소로 기능했다. 새 상품을 내놓는 사람 입장에서는 시장이 북적북적해야 한다. 유사한 게임들이 쏟아지는 전시장에서 관람객의 관심이 어느 방향으로 향하느냐가 내년 게임 시장의 새로운 강자가 누가 될지에 대한 힌트가 되곤 했다. 또, 오프라인 행사장에서 손맛을 본 이들이 내주는 입소문은 ‘직접 경험했다’는 측면에서 신뢰를 얻었었다.

지난해는 부스로 꽉 차 있었던 전시 홀이 올해는 텅 비었다. 관람객이 없는데 굳이 부스를 만들어 놓을 이유가 없어서다.

지스타는 게임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아젠다 세팅의 역할도 했다. 게임은 젊은 산업인 만큼 그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덜 인정받아 왔다. 게임을 ‘중독을 유발하는 물질’로 본다거나, 도박과 같은 선상에서 취급되는 차별적 환경에서 지스타는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오롯이 담아내는 창구의 역할이었다. 지스타라는 게임쇼가 얼마나 관심을 크게 받는지, 산업적으로 성장세가 얼마나 큰지를 물리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게임을 나쁜 것으로만 보는 늙은 시선에 그것은 틀린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따라서 지스타의 힘이 빠지는 것이 게임업계로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올해 지스타에 참여하는 게임사들이 지스타 자체에 대한 격려를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지스타의 메인스폰서를 맡은 위메이드의 장현국 대표도 “온택트 행사라 참여 회사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지스타를 살려야 한다는 명분도 있어서 메인스폰서를 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지스타에 참여하지 않았던 넥슨도 올해 “게임산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해 전반적으로 지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지스타2020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스타와의 동행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말하며 참여를 결정했다. 넥슨이 참여하면 지스타 참여 붐이 불지 않을까 하는, 의리가 섞인 결정으로 읽혔다.


지스타는 게임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스타는 게임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축제이자 격려의 장이기도 했다. 개막 전날에는 게임대상을 열어 올 한 해 어떤 게임들이 눈길을 끌었는지 확인하고 상을 받은 이나 받지 않은 이가 축하하고 격려하는 자리로 활용했다. 그러나 올해 게임대상은 꽤 조촐하게 치러졌다. V4로 4관왕을 차지한 넥슨을 비롯해 수상한 카카오게임즈와 메인스폰서인 위메이드 등 몇군데 게임사 외에는 눈에 띄지 않았다. 오프라인 부스를 차리지 않는데 굳이 부산까지 내려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어쩌면 올해 지스타의 온라인 개최가 가장 아쉬울 곳은 부산시다.  박성훈 부산광역시 경제부시장은 개막식에서 “부산이 지스타를 통해 이뤄낸 결과는 굉장히 많다”며 “관련된 기업의 숫자가 여섯배 늘어났고 매출액은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스타 개최 이후 부산은 게임을 시를 상징하는 문화 콘텐츠로 삼았으며, 지속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온라인으로 지스타에 참여하는 관람객들.

박 부시장의 말처럼 지스타는 부산을 상징하는 대표적 축제다. 지스타가 열리는 기간 해운대와 벡스코 일대는 사람으로 북적인다. 숙박업은 물론, 인근의 식당, 관광명소 그리고 택시까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그러나 올해처럼 온라인으로만 개최됐을 경우 사람이 찾지 않으므로 지역 경제에 축제가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또, 게임사들 역시 굳이 부산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지스타는 내년에도 온라인으로 열릴 것이다. 강신철 지스타 조직위원장은 “내년 지스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투 트랙 모두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 온라인으로만 열 가능성도 준비는 하겠지만, ‘오프라인 행사 개최’라는 꿈을 놓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지스타 조직위원회와 게임업계, 부산시는 함께 아직 오프라인에서 다 끌어오지 못한 이같은 고민을 해결해야 한다. 지스타는 계속 필요한 것일까? 필요하다면 어떻게 열리는 것이 좋을까? 온라인으로 간 지스타는 오프라인 손맛을 원하는 이들에게 어떤 다른 가치를 전해줄 수 있을까? 지역 사회와 상생하는 온라인 축제는 가능할 것인가 등 말이다. 올해의 지스타 성적 만큼, 내년 지스타 준비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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