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메이커스 PB 브랜드 친환경 브랜드로 리뉴얼 오픈”, “마켓컬리, 11월 한 달 간 ‘착한 소비’ 테마관 운영”, “우아한형제들, 업계 최초 유엔 SDGBI 상위그룹 선정”, “CJ대한통운 박스포장에 친환경 종이 완충재 도입”… 최근 한 달 동안 발표된 ‘친환경’ 아젠다를 전면에 내세운 기업 보도자료의 제목들을 꼽아봤다.

이커머스 업계에 ‘친환경’ 키워드가 물살이 돼 다가온다. 마켓컬리가 괜히 모든 포장재, 부자재를 종이로 바꾸겠다고 한 것이 아니고, 쿠팡이 괜히 수백만개의 재사용 가능한 친환경 포장 ‘프레시백’을 도입,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친환경 이커머스 생태계’ 조성과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을 강조한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친환경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기업 브랜딩과 마케팅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는 것이 맞다. 사회와 환경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기업에 소비하는 이들은 분명 존재한다. 판매 촉진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환경부의 이커머스 업체 대상 친환경 규제에 선제 대응하고자 하는 업체들의 움직임이기도 하다. 매 맞기 전에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타깃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도 있겠다. 기업들의 의도는 어쨌든 친환경 트렌드의 확산은 분명 고무적이다. 동해를 떠난 명태 친구들은 돌아올까.

친환경 특수 맞은 ‘포장 기업’

우리 눈에 안 보이는 곳에는 이커머스 업계의 친환경 특수를 몸으로 맞는 ‘포장 기업’들이 있다. 신선식품 보관이 가능한 종이 박스 정도는 이제 포장재 제조업체들이 기본으로 생산하는 라인업이 됐다. 종이뿐만 아니라 천연광물, 사탕수수, 옥수수를 활용한 다양한 친환경 포장 소재들이 개발되고 있다. 박스뿐만 아니라 완충재, 냉매와 같은 부자재 또한 친환경 소재로 만드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늘어난 친환경 수요에 포장재 기업들이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을의 딜레마는 이 동네도 물류판과 다를 바가 없다. 발주처, 그러니까 포장재 물량을 흔드는 기업들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 쿠팡이나 마켓컬리와 같은 업체들은 압도적 물량을 무기로 비용 절감을 위해 더 저렴한 포장재를 요구하고, 이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한 포장업체들의 저단가 경쟁이 한창이다. 웬만한 소형업체들은 그 ‘단가’를 견디기 어렵다.

써모랩코리아도 ‘친환경’ 포장재 수요에 맞춰 2017년 탄생, 성장한 기업이다. 써모랩코리아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능성 친환경 포장재 도입을 하고자 하는 업체들의 니즈에 따라서 상품을 개발해서 위탁생산(OEM)하고, 판매하는 것이다. 특히 신선식품 포장에 특화된 온도 유지 기능이 있는 포장재와 부자재를 생산한다. 흔히 알려진 신선식품 포장용 종이박스도, 재사용 가능한 보냉 포장재도, 박스 안에 들어가는 냉매도 이 기업이 만들고 있다.

써모랩코리아가 생산하는 제품 라인업. 똑같은 제품이 아닌 업체들의 물류, 유통 환경에 맞춰서 커스터마이징하여 상품을 개발, 판매한다. 그래서 써모랩코리아는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시장주도형 R&D’라 표현한다.

써모랩코리아라는 이름이 생소할 수 있겠지만, 이 기업의 고객사는 생소하지 않을 거다. 수시로 진화를 거듭해서 이제 버전 몇인지도 헷갈리는 마켓컬리의 친환경 종이 포장 에코박스 V1부터 V2까지 이 기업이 개발했다. 현재 쿠팡이 사용하고 있는 재사용 가능한 포장재 ‘프레시백’의 위탁생산 및 공급을 이 기업이 했다.

써모랩코리아의 과거와 현재의 고객사 리스트. 익숙한 이름이 많이 보인다.

써모랩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25억원, 올해는 7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현재 써모랩코리아를 이용하는 고객사는 쿠팡, 오늘회, 얌테이블 등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커머스, 제조사, 물류사를 포함한 150여개다. 빠르게 성장하는 업체지만, 그렇다고 이 업체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리유저블’이 답이라는데…

최석 써모랩코리아 대표는 “시장에 친환경인 척 하는 친환경 아닌 제품이 너무나 많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서 겉은 종이 재질이지만, 속에는 여전히 ‘비닐’이 있는 냉매가 있다면 어떨까. 비닐 소재는 여전히 썩지 않고, 오히려 미세 플라스틱 폐기물만 많아진다면 어떨까. 폐기물 처리 비용은 종전의 방식보다 더 늘어난다면 어떨까.

최 대표는 “써모랩코리아도 친환경의 수혜를 입은 기업이 맞다”고 독백했다. 하지만 그가 보기에 결국 친환경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소재의 재활용이 가능해야 한다. 그게 아니면 계속해서 사용해야 한다. 그가 “친환경의 끝에는 결국 리유저블(재사용)이 있고,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하지만 실상 재사용 포장재를 적극 도입해서 활용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 특히 물동량이 작은 중소업체(SME)가 재사용 포장재를 도입하는 것은 어렵다는 평이 나온다. 첫 번째 이유는 ‘구매력’이다. 중소기업이 쿠팡처럼 물량이 미친 듯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기에 재사용 포장재를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이 어렵다.

두 번째 이유가 결정적인데, 뜬금없는 ‘물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사용 포장재가 ‘재사용’ 되기 위해서는 포장재를 수거하고 세척하여 재배치하는 ‘물류’ 역량이 필수적이다. 그냥 물류가 아니라 수거 프로세스가 따르는 ‘역물류’를 잘해야 한다. 근데 이게 쉽지 않다. 상상해보자. 재사용 포장재가 너무 예뻐서 반납하지 않고 캠핑장에 들고 다니는 고객의 모습을. 이거 실환데, 포장 회수 과정에는 이런 고객들에게까지 반납을 받아서 최대한 회수율을 끌어 올리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쿠팡 프레시백. 쿠팡은 프레시백을 제 때 반납하지 않는 고객의 등록 카드에서 벌금을 뽑아가는 방식으로 ‘회수율’을 높이고자 했다.

쿠팡은 그것을 자체적으로 구축한 물류망을 통해 해소했다. 쿠팡친구(구 쿠팡맨)가 재구매 하는 고객의 가정에 방문해 포장재를 수거하고, 쿠팡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물류센터에서 세척하고, 다시 쿠팡의 물류망을 통해 고객에게 배송된다. 하지만, 쿠팡처럼 물류망을 깔 수 있는 정신 나간 업체가 대한민국에 몇 개나 되겠는가. 써모랩코리아는 이 지점을 주목했다.

리유저블 패키징 플랫폼을 만든다면

누구나 쿠팡의 ‘프레시백’ 같은 재사용 포장재를 무료에 가까운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회수 물류에 대한 운영 부담도 누군가가 대신 져준다면 어떨까. 그렇게만 된다면 규모가 작은 중소 이커머스 업체들이 ‘친환경’이라는 키워드를 자사의 브랜딩을 위해서, 마케팅을 위해서 마음껏 쓸 수 있지 않을까.

그 비즈니스 모델을 써모랩코리아가 만들어서 다가오는 12월 시장에 첫 선을 보인다. 모델의 이름은 PaaS(Packaging as a Service). 온도 관리가 필요한 친환경 재사용 포장을 활용하고자 하는 식품, 이커머스 업체들에게 포장재를 제공하고 회수물류 운영까지 써모랩코리아가 대행한다.

물론 그냥 해주는 것이 아니다. 콜드체인 패키징 개발 기업이었던 써모랩코리아는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변신한다. 써모랩코리아의 재사용 포장재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써모랩코리아가 오픈할 예정인 ‘오픈마켓’에 입점해야 한다. 그래서 써모랩코리아에는 MD조직이 준비됐다. 이들이 열심히 오픈마켓 입점업체의 상품을 선정해서 디지털 공간에 올리고, 판매한다.

써모랩코리아의 오픈마켓에 입점한 업체들에겐 써모랩코리아가 개발한 ‘재사용 포장재’를 사용하게 해준다. 가격이 파괴적인데 ‘무료’, 혹은 무료에 가까운 금액을 검토하고 있다. 입점 업체 입장에서는 써모랩코리아 오픈마켓에 입점함으로 ‘친환경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채널과 물류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최 대표는 “성능이 좋은 데 비싼 것은 당연한 것이다. 파괴적 혁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성능과 함께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며 “우리가 기업 고객에게 이익을 주려면 반드시 무상이어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오픈마켓에 입점한 업체에게 지급되는 재사용 포장재의 기능이 남다르다. 포장재 안에는 기본적으로 온도, 습도, 진동(충격), 조도를 모니터링하는 센서가 들어갔다. 전자온도계가 온도, 습도 데이터를, 가속도 센서가 진동 정보를 수집하는데 이 데이터들은 30분 단위로 써모랩코리아가 구축한 클라우드 시스템에 수집된다. 써모랩코리아의 PaaS 플랫폼을 이용하는 화주사들은 개별 배송 상품 박스의 온도, 습도, 진동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써모랩코리아가 PaaS 플랫폼 활용을 위해 개발한 재사용 포장재. 제작 단가를 살짝 들었는데 꽤나 비싸다. 이게 공짜에 가까운 금액에 제공된다는 것.

데이터 연동에 있어선 재사용 포장재에 붙어있는 ‘전자송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류센터에서 상품이 출고될 때 작업자는 이 전자송장에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근거리 무선 통신) 기능이 내장된 휴대폰을 태그해서 전자온도계의 센서를 활성화시킨다. 배송이 완료된 시점에서 택배기사가 전자송장에 휴대폰을 태그하면 30분 단위로 기록돼 누적된 데이터가 이커머스 업체에게 전달되는 식이다. 앞서 포장재 내부에는 조도 센서가 있다고 했는데, 고객이 상품을 개봉했을 때 빛을 감지해서 온도 관제를 종료한다. 더 이상의 불필요한 정보 수집과 배터리 소모를 막기 위한 것.

만약 화주사가 희망한다면, 고객 또한 상품 개봉 시점에 내가 받은 상품의 온도, 습도, 충격 변화 정보를 전달 받을 수 있게 설정할 수 있다. 그러니까 ‘신선 물류’ 역량에 자신이 있다면, 이 또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점이 된다.

써모랩코리아의 PaaS 플랫폼용 재사용 포장재는 종이 송장을 붙일 필요가 없다. 포장재에 부착된 전자송장을 활용하기 때문인데, 추후 재사용 포장재를 회수하는 기사가 고객의 자택에 방문해서 전자송장에 NFC 태깅을 하면 전자송장에 기록돼있던 고객 정보는 자동으로 가짜 정보로 바뀐다. 개인정보 보호 관점의 기능을 탑재한 것.

포장재를 수거하고 세척하여 고객 화주사가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물류센터에 재배치하는 업무도 써모랩코리아가 대행한다. 당장 12월 테스트 기간에는 물동량이 적을 것을 감안하여 써모랩코리아 소속 배송기사가 수거 물류 업무를 담당할 전망이다. 써모랩코리아가 운영하는 물류센터에 재사용 포장재를 일괄 수거하여 세척하고, 다시 고객 화주사의 물류센터까지 배송해주는 방식이다. 앞서 ‘전자송장’ 이야기를 했는데, 이 전자송장엔 고압 물세척을 견딜 수 있는 방수 기능이 탑재됐다.

최 대표는 “회수율을 증대하기 위해서 재사용 포장재에는 일정 시간 이상 회수 되지 않으면 경고음을 내는 기능을 내장했다”며 “회수가 잘 되면 오픈마켓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적립금 지급과 같은 보상을 주는 정책도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고객이 우리 오픈마켓에 계속 인입되고 락인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어떻게 돈 버나?

여기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써모랩코리아는 고객사에게 포장재를 무료에 가까운 금액으로 제공하고, 물류 운영까지 해주면서 대체 무엇을 남긴다는 것일까. 써모랩코리아에 따르면 PaaS 플랫폼 사업에 따른 당장의 비용 투자는 필연이다. 하지만 앞으로 돈을 벌기 위한 큰 그림은 있다.

수익모델 하나는 ‘수수료’다. 앞서 언급했듯 써모랩코리아의 재사용 포장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써모랩코리아가 오픈할 ‘오픈마켓’에 입점해야 한다. 여기서 써모랩코리아는 판매금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을 계획이다. 이커머스 플랫폼의 가장 일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써모랩코리아가 취하게 된다.

두 번째는 ‘부자재 판매’다. 신선포장을 위해서는 재사용 포장재뿐만 아니라 ‘아이스팩’과 같은 부자재가 필수적으로 함께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써모랩코리아는 원래부터 포장재뿐만 아니라 부자재도 판매하던 기업이다. 써모랩코리아는 오픈마켓 입점 업체들에게 무료로 포장재를 사용하는 대신 써모랩코리아의 ‘부자재’를 유가로 구매하도록 유도하여 수익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기존 저단가 경쟁으로 치달았던 부자재 시장에서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포장업체의 복안이기도 하다.

마지막 세 번째는 써모랩코리아가 개발한 재사용 포장재를외부 기업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써모랩코리아의 오픈마켓에 입점하지 않고도, 써모랩코리아의 포장 기술과 물류 운영 노하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이건 ‘유료’다. 써모랩코리아는 향후 과금 체계를 확정할 계획이다.

써모랩코리아의 ‘플랫폼’ 중심 친환경 포장재 확산 계획은 이제 첫 발을 뗐다. 당장 11월 25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식품산업전에서 PaaS 플랫폼을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하고, 12월부터 협의된 화주사와 함께 테스트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친환경 패키지를 이용하는 통합 쇼핑몰 얼라이언스 모델이 아니라면 저단가로 포장산업이 망가지는 구조를 타파하지 못할 것이라 봤다”며 “중소 쇼핑몰이더라도 우리와 함께 시장을 풀어나가는 업체가 많아지고, 패키지 공급의 네트워크 효과가 생긴다면 어느 순간 BEP를 넘는 순간이 올 것이다. 먼저 우리가 나서서 시장 구조를 바꿔나갈 것”이라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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