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석의 입장] 유튜브는 왜 인앱결제 수수료를 안 냈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인앱결제 수수료 정책 발표로 IT업계가 시끌시끌하다. 이번 구글의 발표는 간단하다. 디지털 재화를 거래하는 경우 다른 결제 시스템을 쓰면 안 되고 무조건 구글의 인앱결제 시스템을 써야한다는 것이다. 구글은 지난 2011년부터 인앱결제를 이용할 때 수수료를 30%를 징수해왔다.

일부 기업들은 구글 인앱결제 시스템이 아닌 자체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수수료를 최소화해왔다. 이제 인앱결제가 의무화 되고 수수료를 30%씩 꼬박꼬박 내야하니, 디지털 재화를 취급하면서 자체 결제를 해왔던 업체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안을 취재하면서 유튜브 프리미엄의 가격이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버전 유튜브 프리미엄의 가격은 월 7900원이다. 부가세 790원을 더하면 8690원이다. 반면 애플 앱스토어 버전 유튜브 프리미엄은 1만1500원이다. 애플 버전이 약 30% 비싸다.

가격차이의 원인을 추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애플 앱스토어 버전 앱은 인앱결제 수수료 30%를 내야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에게 30% 더 비싸게 받은 것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앞서 언급했듯이 구글 플레이스토어 역시 인앱결제 수수료는 2011년부터 줄곧 30%였다. 유튜브 프리미엄이 인앱결제를 사용한다면 30% 수수료를 내야하는 건 안드로이드나 애플이나 다를 게 없다. 그렇다면 플레이스토어 버전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과 앱스토어 버전 가격은 차이가 없어야 하는 거 아닐까? 설마 유튜브 프리미엄의 결제시스템은 구글의 인앱결제 시스템이 아닌걸까?

“구글플레이 인앱결제 정책은 앱과 게임에 공통적으로 차별없이 적용되어 왔으며, 이러한 정책이 게임에는 적용되고 앱에는 적용되어오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네이버 웹툰, 카카오 페이지, 네이버 시리즈 등 일부 앱 개발자의 정책 남용행위가 있었을 뿐입니다”

구글 측이 바이라인네트워크의 질문에 답하면서 한 표현이다. 이런 단호한 코멘트를 보면 유튜브가 인앱결제가 아닌 자체결제 시스템을 이용했다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럼 왜 플레이스토어 버전의 유튜브 프리미엄은 앱스토어 버전에 비해 30% 저렴한 것일까. 유튜브 역시 구글 인앱결제 시스템을 사용하고, 30%의 수수료를 내야하니까 두 앱 마켓 사이의 가격차이는 없어야 정상이다.

여기서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하나다. 어차피 같은 회사니까, 굳이 안 받은 것이다. 왼쪽 주머니(유튜브)에서 빼서 오른쪽 주머니(안드로이드)에 옮기는 일을 굳이 하지 않고, 왼쪽주머니에 있으나 오른쪽 주머니에 있으나 구글 주머니이니 유튜브 프리미엄수수료를 안 받았다는 추정이다.

물론 구글 입장에서 보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유튜브와 경쟁하는 동영상 서비스 입장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렇게 될 경우 유튜브와 경쟁하는 회사는 무조건 유튜브보다 서비스 원가가 30% 높아지기  때문이다. 경쟁사는 내는 수수료 30%를 유튜브는 안 내니 30%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플레이스토어의 힘을 이용해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을 경쟁사보다 낮춘 셈이다.

예를 들어 국내 동영상(영화/드리마) 서비스인 왓챠는 구글 인앱결제 시스템을 사용한다. 그래서 플레이스토어 버전 왓챠의 이용료나 앱스토어 버전 이용료나 큰 차이가 없다(100원 차이). 유튜브는 내지 않는 30%의 수수료를 꼬박꼬박 구글과 애플 양측에 내왔기 때문이다.

구글은 이번에 인앱결제 수수료 정책을 발표하면서 정책이 시행되는 내년 10월부터 유튜브 프리미엄도 구글 인앱결제 수수료를 낸다고 밝혔다. 유튜브 경쟁사 입장에서 보면 공정해지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입장에 앞서, 왜 지금까지는 유튜브 인앱결제 수수료를 내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도 구글이 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닐까? 이번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은 1년 뒤에 시행된다. 따라서 유튜브는 앞으로 1년은 더 30%의 원가를 절감할텐데 말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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