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네이버 커머스의 오늘, 내일

네이버가 사상 최초로 커머스 매출을 재무제표에서 별도 분리, 공시했다. 그간 네이버의 ‘비즈니스 플랫폼’ 매출에 커머스 외 검색, 디스플레이 광고 등과 합쳐져서 공시됐기에 정확한 숫자를 확인할 수 없었던 ‘커머스 부문’의 숫자가 처음으로 드러난 것. 그래서 오늘은 네이버의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 등장한 ‘커머스’ 관련 숫자만 싹 모아서 정리해본다.

공시에 따르면 네이버의 2020년 3분기 커머스 영업수익(매출액)은 2854억원. 전년동기 대비 40.9%, 전분기 대비 11.4% 성장한 숫자다. 네이버의 커머스 매출에는 쇼핑 관련 광고 수익, 중개 수수료,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요금이 포함된다. 비교 수치를 말하자면 네이버의 3분기 영업수익이 1조 3608억원이고, 커머스 매출은 이 중 약 21%를 차지한다.

네이버의 최근 1년도 실적. 네이버의 3분기 영업수익은 1조3608억원, 연결영업이익은 2917억원으로 각각 전년동기 대비 24.2%, 1.8% 증가했다.(자료 : 네이버)

박상진 네이버 CFO는 “(3분기 기준) 서치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전액 광고 매출이다. 커머스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광고 비중이 절반 이상이긴 하지만, 중개수수료와 멤버십 매출이 섞여 있기 때문에 둘을 단순 비교하면 당연히 서치플랫폼 매출이 높다”며 “하지만 커머스 부문 성장률은 내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높을 것이라고 보고 있고, 쇼핑 검색광고와 스마트스토어 수수료 외에 더욱 다양한 모델을 네이버는 만들고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아우르는 (커머스) 전략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네이버는 커머스 부문에서 다양한 SME(중소기업), 브랜드업체가 서로 잘 연결돼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그 안에서 커머스 이용자의 충성도를 강화하기 위한 혜택, 입점 사업자를 위한 쇼핑몰 운영 도구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아래부터는 스마트스토어, 브랜드스토어, 쇼핑라이브 등 네이버 커머스를 구성하는 대표 서비스의 숫자다.

스마트스토어

네이버의 C2C 마켓플레이스 스마트스토어 입점 셀러 숫자는 3분기 말 기준으로 38만명이다. 지난 2분기 발표 숫자 대비 3만명이 늘었다.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은 3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최근에는 월평균 3만명 이상의 신규 스마트스토어 판매자가 유입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 3분기까지 매출 발생 판매자 중 1년 이하 신규 창업 판매자의 비중은 54%다. 연매출 3억원 미만의 영세사업자의 경우 9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를 이용하고 있는 구매자와 관련된 숫자도 발표됐다.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1000만명의 스마트스토어 구매자를 돌파했고, 현재까지 지속 성장하고 있다.

박 CFO는 스마트스토어의 거래액과, 전체 커머스 매출 대비 비중을 묻는 질문에 “이번 3분기는 커머스 매출에 관한 각종 숫자를 집계한 첫 단계인지라 정확한 숫자를 공개하긴 어렵다”면서 “대략적으로라도 말씀드리자면 전체 GMV(거래액) 중 스마트스토어 거래 비중은 최소 작년 동기대비 10% 이상 증가했고, 스마트스토어의 거래액 성장률은 70%가 넘는다. 네이버의 전체 거래액 성장률은 스마트스토어의 성장률보단 낮은 편”이라 말했다.

브랜드스토어

네이버의 B2C 마켓플레이스 브랜드스토어의 숫자도 공개됐다. 9월 기준 160개의 업체가 브랜드스토어에 입점하여 판매하고 있다. 브랜드스토어 입점 업체 중 LG생활건강을 포함한 브랜드 6개사가 최근 네이버가 7.85%의 지분을 취득하여 3대 주주가 된 물류업체 CJ대한통운의 곤지암 물류센터에 들어서서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CJ대한통운 풀필먼트를 이용하고 있는 네이버 브랜드스토어 입점업체 ‘생활공작소’의 마케팅을 지원하는 ‘특가창고’ 배너.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CJ대한통운과 물류 측면의 협업 계획을 묻는 질문에, “아직 어디부터 어디까지 협업할지는 정하지 않았다”면서 “우선 만족할만한 서비스 구조가 나올 때까지는 특가창고에 집중할 계획”이라 답했다.

네이버가 제시한 브랜드스토어 성공 사례로는 명품가전 브랜드 ‘밀레’와 수면 브랜드 ‘슬로우’가 있다. 이 두 기업은 브랜드스토어 신상품 론칭 당일 각각 6억원의 거래액을 달성했다. 엑스박스 역시 브랜드스토어에 신제품을 단독 론칭했는데 총 3천대의 기기가 완판됐다.

쇼핑라이브

지난 7월 공식 론칭한 네이버의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 ‘쇼핑라이브’의 숫자도 정리해 본다. 네이버에 따르면 9월 기준 쇼핑라이브 판매자수와 라이브 숫자는 전월대비 2배 증가했다.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는 판매자 중 절반 이상이 월 2회 이상 라이브를 진행했다. 라이브 방송의 시청(VIEW) 수는 전월대비 1.6배, 거래액은 2.5배 증가했다는 네이버측 설명이다.

특히 쇼핑라이브는 SME 판매자들에게 의미 있는 브랜딩, 고객 소통 채널로 성장하고 있다는 네이버측 평가다. 네이버에 따르면 9월 기준 700명의 SME 판매자가 총 1900개의 라이브를 진행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아직 시장 초기 단계라 라이브 커머스가 당장 어느 정도까지 성장할 것인지 구체적인 말씀을 드리기엔 어렵지만, 지난 몇 달간 네이버의 데이터나 고객 반응을 봤을 때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좀 더 다양한 용도로 쇼핑라이브가 사용되고 있고 시장규모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TV홈쇼핑 시장과 비교하자면 라이브 커머스의 고객 구성비나 사용패턴이 다르다. 브랜드와 브랜드간 콜라보가 일어난다거나 하는 다양한 활용이 나타나면서 라이브 커머스를 통한 새로운 구매패턴이 등장할 것 같다”고 예측했다. 그는 “쇼핑라이브를 VOD 보는 것처럼 사용하는 유저 행태도 관측된다”며 “네이버는 향후 라이브를 유의미하게 쪼개서 검색에 활용할 것이다. 이후 라이브 다시보기나 영상 검색을 통해서 굉장히 많은 후속 구매나 마케팅 프로모션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네이버플러스

6월 론칭한 네이버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 ‘네이버플러스’의 숫자도 살펴 본다.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플러스 가입자 숫자는 160만명을 돌파했다.

네이버플러스가 단순 양적 성장을 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네이버 커머스의 거래액과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네이버는 평가했다. 9월 기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의 거래액은 전체 네이버쇼핑 거래액 대비 약 15%를 차지하며 전체 거래액 성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네이버측 평가다. 멤버십 가입 전에 월 20만원 이하의 금액을 네이버쇼핑에서 구매하던 고객은 멤버십 가입 후 금액이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네이버 커머스의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네이버는 앞으로 외부 서비스 연계와 제휴를 통해 멤버십 서비스의 혜택을 강화하고 연말까지 200만명 가입자를 확보하고자 한다. 이미 발표난 내용이긴 하지만, 네이버는 CJ ENM이 운영하는 VOD 스트리밍 서비스 ‘티빙’에 투자를 하고 각 멤버십간 결합 상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장보기

네이버가 동네시장 상품을 당일배송 가능한 물류망과 연계하여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 ‘장보기’와 관련된 숫자도 작게나마 공개됐다. 네이버에 따르면 7월 대비 장보기 주문수는 2.5배 이상 성장했다. 네이버는 향후 전국 단위에 있는 오프라인 시장을 ‘장보기’를 통해서 소비자와 연결하는 사업을 전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장 매장 배송 시스템의 만족도 증대도 네이버의 관심사 중 하나다.

한 대표는 “장보기는 향후 다양한 유형의 전문 장보기 업체와의 협업 측면에서 좀 더 진도가 나와야 유의미한 숫자로 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Z홀딩스, 큰 그림

마지막 것은 당장 발표된 숫자는 아니지만, 향후 큰 파급이 예상되는 건인지라 아쉬워서 정리해본다. 네이버는 지난 8월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승인한 네이버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 자회사 Z홀딩스와의 경영통합 이슈 이후의 숫자 변화와 이커머스 측면의 협업 계획에 대해서도 짧게 의견을 전했다.

박 CFO에 따르면 내년 3월 양사의 경영통합이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때가 된다면 Z홀딩스의 수익 약 35%를 네이버가 지분법 이익으로 인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향후 네이버는 Z홀딩스의 지배구조에 들어간 일본 ‘야후재팬’, 패션 전문 마켓플레이스 ‘조조타운’ 등과 협업하여 글로벌을 겨냥한 커머스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대표는 “네이버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스토어 등 이커머스 자산과 야후재팬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이커머스 측면에서 풀어내자는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양사의 협업에 관해서) 검토는 계속해서 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모델을 말씀드리긴 이를 것 같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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