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곧 고성능 컴퓨터다”

한때는 튼튼한 자동차, 디자인이 잘 빠진 자동차가 최고던 시절이 있었다. 하드웨어 중심으로 자동차를 평가하던 때다. 자동차 업체들이 자율주행 연구에 집중하면서는, 이제 ‘소프트웨어 파워’가 부각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 콘티넨탈에 따르면, 2013년만 하더라도 차량 구성요소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불과했는데 2023년에는 그 비중이 40%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하드웨어와 동등한 수치다.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 입장에서는 정말 엄청나게 빠른 변화다.

소프트웨어 파워가 중요시된다는 것은, 당연히 고성능컴퓨팅(HPC)의 필요가 따라오는 일이다. 자율주행 차량은 쉴새없이 주변의 모든 사물이나 차량과 네트워크로 소통해야 한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를 분석해 결과를 도출한다. 무지하게 빠른 컴퓨팅 성능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업체들이 컴퓨팅 기술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게 된 배경이다.

대표적 사례가 앞서 언급한 콘티넨탈이다. 독일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데, 27일 ‘2020 콘티넨탈 HPC 미디어 웨비나’를 열고 자율주행차를 위한 자사 소프트웨어 솔루션과 HPC의 적용사례를 공유했다.  제품 홍보를 위한 웨비나겠지만, 발표를 듣다보면 자동차에 왜 고성능컴퓨팅이 중요한지, 그리고 제조업체들은 자동차의 고성능컴퓨팅과 관련해 어떤 부분에 신경 쓰고 있는지 등을 엿볼 수 있다.


왜 자동차에서 고성능컴퓨팅이 필요한가?


일단, 자동차에 왜 고성능컴퓨팅이 필요한지부터 살펴보자. 이날 발표를 맡은 이는 장재균 콘티넨탈 코리아 전무다. 장 전무에 따르면 최근 차량 내부 구조가 클라우드 서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존 차량에서는 각 부속품마다 별도의 소프트웨어가 있어서 기능을 제어했다. 따라서 차량의 특정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려면 그 기능에 포함한 소프트웨어 설치와 업데이터를 각각 진행해야 했다.

그런데 자동차의기능이 고도화되고 부품도 100개까지 늘어나면서는 이를 하나하나 업그레이드하는데 어려움이 생겼다. 서버에서 각 소프트웨어를 관리하는 구조를 고안하게 된 배경이다. 설치나 업데이트를 서버에서 진행하면 되니까 관리가 편해진 것이다.

문제는 이런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서버에서 소프트웨어를 관리할 수 있을 정도의 컴퓨팅 성능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제공업체 일렉트로비트에 따르면, 2030년 HPC 연산속도는 약 5000kDMIPS(반도체 연산속도 단위)로, 2013년 100~132kDMIPS를 기록한 것에 비해 50배 높은 수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HPC, 차체와 운전석에도 탑재된다


콘티넨탈이 고성능컴퓨팅과 관련해 기존에 선보인 제품은 ▲바디 HPC ▲콕핏(Cockpit) HPC 다. 바디 HPC가 차량 전체에 해당하는 서비스 시스템 구조를 맡는다면, 콕핏은 그보다는 운전대와 내비게이션 화면에 집중해서 운전자로 하여금 보다 자율주행 경험을 잘 느끼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일단 아래의 그림을 먼저 보자.

바디 HPC 구조(자료제공=콘티넨탈 코리아). 바디 HPC는 그림과 같이 하드웨어, 드라이버를 비롯한 HPC의 주요 지표 범위에 앱을 얹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바디 HPC의 구조도다. 바디HPC가 관여하는 부분은 자동차의 전반적인 능력 거의 대부분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다른 차와 네트워크를 통해 통신을 주고 받는 것부터, 차량 네트워크 통신 속도를 향상시키고,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를 통합하는 일 등이다. 서비스 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도 바디 HPC에서 담당한다.

콕핏 HPC에서 콕핏은 조종실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디지털화와 함께 생겨난 시스템인데, 바디 HPC와 유사한 역할을 하지만 보다 운전석에 집중했다.

콕핏 HPC 구조(자료제공=콘티넨탈 코리아).  사용자 경험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자율주행차량이 도입되면서 운전자가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운전대 앞이다. 기존 내비게이션을 넘어 유리창 전체에 AR기능이 도입되는 등 디스플레이 사이즈도 커지고,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또한, 운전 상황을 고려해 스위치 조종이 아닌 인공지능 기반의 모션 인식으로 조종하는 기능도 연구되고 있다. 따라서 콘티넨탈은 콕핏 HPC를 통해 사용자 경험(UX) 개선과 HMI(Human Machine Interface) 기능 구현에 집중했다. HMI는 사람과 기계 간 상호작용을 위한 인터페이스를 말한다.

콘티넨탈 측에 따르면 콕핏 HPC는 하이퍼바이저와 파티션으로 운전석에서 구현되는 각 기능이 모두 분리된 구조를 갖추게 구성됐다. 개방형 클라우드를 통해 기능의 확장성을 고려했고, 다양한 차종에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 카메라 솔루션, 증강형 디스플레이 등의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과 같은 복잡한 연산이 가능한 프로세싱 기능을 탑재했다.

장원식 이사는 “소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UX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HMI를 잘 고려한 사용 편의성을 갖춰 사람들이 사용했을 때 기존과 다른 편리함을 느끼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콘티넨탈은 파이오니어, 히어, 구글, 네이버 등 전문 파트너사와도 협업 중이다.

장 이사는 “과거와 달리, 한 업체가 모든 것을 한 번에 개발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소비자의 요구는 변하고 회사가 이를 모두 충족할 수 없다”며 “다른 기업들과 상호 보완을 통해 공동 개발로 최첨단 콕핏 시스템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배유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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