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생각해봤다. 왜 부서 이름은 똑같이 ‘물류팀’, ‘SCM팀’인데 기업마다 하는 일은 다를까. 비슷해 보이는 PM과 PO. 다른 일을 한다면 그건 무엇일까. 이름부터 생소한 DevOps, Growth Hacking을 한다는 사람은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나만 모르는 줄 알았는데, 많이들 모르더라. 그래서 생각해봤다. 서로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의 이야기, 각자의 일을 잘하는 노하우를 정리해보면 어떨까. 이건 정용진이나 신동빈처럼 큰 그림 그리는 분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누군가의, 우리들의 진짜 일 이야기다.


오늘은 조금 색다르게 준비했다. 현업 실무자의 일 이야기를 전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만, 독자 여러분 입장에서는 조금 관심 없는 내용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대부분의 일이라는 것이 반복적이고 하루하루가 역동적이지는 않다. 당장 기자의 하루만 보더라도 이슈 체크하고, 취재하고, 글 쓰고, 술 마시는 것 정도로 마무리가 되는데 특별한 재미와 감동이 없다.

그래서 재미와 감동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으니 이슈 중심의 시나리오 작성이다. 마침 오늘 모시는 분이 현업 이커머스 기획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으로 봤다. 이 분과 함께 미디어에서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이커머스 서비스’ 기획 과정을 시나리오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실무자가 일하는 방법과 노하우를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함께 기획할 서비스는 기자 맘대로 선정했다. 하나는 라이브 커머스. 네이버, 카카오, 최근 쿠팡까지. 요즘 안 건드리는 업체가 없을 정도로 무섭게들 많이 시작했거나 준비하는 서비스다. 두 번째는 유료 멤버십.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멤버십 서비스를 내재화한건 조금 옛날이야기지만, 이것이 ‘유료’가 된 것은 비교적 최근 이야기다. 역시나 대부분의 업체들이 건드리고 있다. 마지막 하나는 ‘빠른 배송’. 쿠팡의 익일배송, 마켓컬리의 새벽배송을 넘어서 B마트의 즉시배달까지. 여전히 물류는 이커머스 업체들에게 핵심 경쟁력으로 여겨지고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오늘 이 세 가지 서비스에 대한 기획 시나리오를 현업 실무자와 함께 써본다.

오늘 함께 서비스 기획 시나리오를 써볼 실무자는 10년 경력의 이커머스 서비스 기획자 이미준님이다. 이 분은 약 10년 동안 롯데쇼핑에서 상품 등록, 할인판촉, 검색, 주문결제, 취소·교환·반품, 배송, 정산까지 이커머스 프로세스 전 과정의 기획을 경험한 경력자다. 최근에는 여성패션 전문 마켓플레이스 ‘지그재그’에 PM으로 합류했다. <현업 기획자 도그냥이 알려주는 서비스 기획 스쿨>이라는 책을 출간한 작가이자 강연자이기도 하다.

이미준님은 이커머스 기업의 서비스 기획자, PM, PO라 불리는 직무로 10년 동안 활동한 실무자다. 오늘은 그와 함께 떠오르는 이커머스 서비스 ‘라이브 커머스’, ‘유료 멤버십’, ‘빠른 배송’을 만들어 본다.

PM? PO? 뭐 하는 사람인가요?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서비스 기획자’, 혹은 ‘PM(Project or Product Manager)’, ‘PO(Product Owner)’가 뭔 일을 하는 직무인지 이미준님을 통해 들어 봤다. 기획자는 한 제품(서비스, 상품 등)을 기획하는 데 전반적인 역할을 다 한다. 하지만 기획자가 직접 개발을 하거나, 디자인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때문에 여러 현업 관련 부서와 커뮤니케이션을 하여 서비스를 기획, 완성하는 일을 하는 직무라고 볼 수 있겠다. 어떻게 보면 만능 잡부 느낌이 나기도 하는데, 이렇게 말하면 아무래도 피상적이니 이미준님의 업무 일화를 들어본다.

처음 제가 입사하고 나서 한 일은 페이지 UI(User Interface)를 만드는 일이었어요. 예를 들어서 기획전을 새롭게 한다면 그 기획전에 방문하는 고객은 어떤 사람인지 고민하고, 페이지를 어떻게 바꾸면 조금 더 고객들에게 예쁘게 다가갈까 고민하는 일이었죠. 지금 와서 생각하면 굉장히 단편적으로만 이커머스를 바라본 것이었죠.

이랬던 저에게 특별한 계기를 마련해 준 프로젝트가 하나 있어요. 당시 회사 시스템 재고 데이터에 자꾸 ‘마이너스’가 발생하고 있었고, 그것을 해결하라는 미션을 받은 것이었는데요. 사실 재고라는 게 0이 될 수는 있는데, 마이너스가 될 수는 없는 것이잖아요. 상품을 등록하면 재고가 하나 늘고, 고객이 상품을 구매를 하면 재고가 하나 줄고, 교환이나 반품을 하면 재고가 다시 플러스로 복원되는 그런 과정이 정상적으로 돌아갔다면 말이죠. 아무래도 이 과정 어디선가 ‘플러스’ 돼야 할 데이터는 안 들어오고 마이너스 데이터만 들어왔다면 마이너스 재고가 발생할 수 있겠죠. 전체 이커머스 프로세스를 뜯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 시스템에서 주문을 해보면서 각 프로세스 하나하나에 데이터가 제대로 들어가고 있는지 확인했죠. 당시 저는 개발자 책상 뒤에서 종이를 펼쳐놓고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있는지 찾으면서 물어보고 배우고, 또 물어보고 배우기를 반복했죠. 그 때 이커머스 안에서도 굉장히 다양한 여러 모듈이 데이터를 만들고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재고라는 것이 결국 시스템 전체를 흐르고,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것이죠.

전 지금도 이커머스 기획자라면 ‘가치사슬 전체’를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너무 물류만 바라봐도, 너무 주문만 바라봐도, 문제인 것이죠. 전체 흐름을 바라봐야 이커머스 기획자가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들어 본다, 라이브 커머스

이제 본격적으로 서비스 기획 시나리오를 써본다. 첫 번째는 라이브 커머스다. 사실 라이브 커머스 하면 기자에게 다가오는 느낌은 조금 피상적이다. 몇 년 전 유행했던 ‘미디어 커머스’를 실시간으로 진행하고,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라이브를 보면서 상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정도의 느낌적인 느낌이다. 현업 기획자라면 어떨까.


현업 마케팅 담당자 분들이 ‘라이브 커머스 해야 한다’고 한다면, 대부분은 이런 요청이 딱 옵니다. “판매자들이 라이브를 하고 있고, 참가자들은 채팅을 하고 있는데, 라이브 화면창 밑에는 구매할 수 있는 창이 떴으면 좋겠다” 정도인 것이죠. 이런 요청이 들어오면 기획자는 ‘하아… 뭘 해야 하나’ 생각하게 됩니다.

저라면 먼저 라이브를 하는 ‘플레이어’를 어떻게 만들지 부터 고민할 것 같아요. 외부업체의 툴을 사올 수도 있을 것이고, 빌려올 수도 있을 것이고, 직접 개발할 수도 있겠죠. 여기서 바뀌지 않는 것은 상품은 저희가 팔아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려면 라이브 커머스에 참가하는 고객 특성을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라이브가 아닌 동영상은 고객이 중간에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와도 문제가 없어요. 하지만 라이브라면 도중에 나가버린 고객은 그냥 지나가는 고객이 돼버릴 수 있습니다. 어떻게든 라이브 커머스 진행자가 고객에게 뽐뿌를 넣어서 구매를 해야 하게 하는데, 이 과정을 어떻게 설계할지 고민을 많이 할 것 같아요.

큰 갈래는 두 가지로 나뉠 것 같습니다. 라이브 영상이 돌아가는 페이지 안에서 고객 구매를 일으킬 것이냐, 주문할 때부터 상품상세로 이동을 시킬 것이냐. 고객 입장에서 라이브 영상을 계속 보면서 상품을 구매하도록 할 것인지, 라이브 영상을 보다가 상품 상세 정보로 이동하게 하여 구매하게 할 것인지 적합한 방식을 테스트해볼 것 같습니다.

라이브 커머스는 특성상 쇼호스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홈쇼핑처럼 쇼호스트가 전문업자일 수 있지만, 기자 같은 일반인이 쇼호스트로 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 라이브 커머스의 차별점이다.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할 수 있다. 쇼호스트가 쇼호스트로 남을 것이냐, 아니면 유튜브 채널의 크리에이터가 그랬던 것처럼 인플루언서의 영역까지 들어갈 것이냐. 상품 중심의 방송을 할 것이냐, 사람 중심의 방송을 할 것이냐.

이커머스 업체에서 ‘라이브’를 붙인다고 하면 목적은 너무 명확하게 매출이겠죠. 그러려면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서비스를 기획하면 ‘모바일판 홈쇼핑’ 같은 녀석이 튀어나와요. 이커머스 업체들은 고객들의 구매 전환을 빠르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죠. 홈쇼핑처럼 상품 판매에 시간제한을 둘 수도 있겠구요.

그런데 모바일판 홈쇼핑은 이커머스 업계에서 라이브 커머스 기획에 많이들 참고하는 레퍼런스인 ‘왕홍’ 모델과 맞지 않아요. 왕홍은 홈쇼핑처럼 상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모델이 아니라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 인플루언서를 소구하는 모델이거든요. 서비스 기획자라면 여기서 또 고민이 생길 것 같아요. 라이브 커머스에서는 빠른 구매 전환이 중요할까요, 아니면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을 팔로우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할까요. 라이브 커머스가 굉장히 어려운 것이 고객이 라이브 커머스에 들어오는 목적이 ‘상품 구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라이브를 즐기기 위해 들어올 수도 있는 것이거든요.

만약 라이브 커머스의 목적이 상거래는 측면에 내려놓고, 진행자인 사람의 팔로우를 늘리는 것이라면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람이 기존 소개한 상품은 계속해서 볼 수 있게끔 리스트업을 해준다거나, 라이브 방송 진행자의 취향을 알림표로 만들어준다면 사람에 집중한 사이트가 나올 수 있겠죠.

만들어 본다, 유료 멤버십

‘유료 멤버십’의 목적은 무엇일까. 흔히들 미디어에서, 그래 고백하자면 기자도 그렇게 썼다. 락인(Lock-in), 쉽게 말해서 유료 멤버십에 쓴 돈이 아까워서라도 계속해서 해당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반복 구매하는 ‘충성고객’을 만든다는 논리다. 기자는 당연히 맞는 이야기라고 받아들였는데, 여기 새로운 의견이 나왔다.

유료 멤버십을 만들 때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은 멤버십의 ‘목적’인 것 같아요. 대부분 미디어에서는 유료 멤버십의 목적을 ‘락인 전략’이라고 이야기하잖아요. 멤버십 기반으로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요. 그런데 사실 이커머스만 가지고 있는 회사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은 굉장히 제한적입니다. 쿠폰, 무료배송, 그리고 체험단 정도가 될까요? 기존 문법 안에서는 이 정도밖에 할 수 없어요.

만약 락인 때문에 유료 멤버십을 만든다고 하면 사람들이 알뜰살뜰 쿠폰을 모아서 다 쓰면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가 날 것이 분명해요. 특히 ‘무료배송’이 정말 큰 거예요. 한 달에 2900원 멤버십 비용을 내는 사람이 배송을 무료로 10번을 이용했다고 치면 이건 고객 입장에서는 큰 이익이지만, 업체 입장에선 비용이 됩니다. 요컨대 고객을 락인 하기 위해서는 고객에게는 ‘의미 있는’ 멤버십이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이 생각했을 때 얻는 혜택이 정말 커야 됩니다. 그게 쉽지 않죠.

그래서 먼저 유료 멤버십의 목적을 정리하고 가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우리는 유료 멤버십을 서비스해서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 충성고객을 확보하고자 하는 락인 목적인지, 멤버십 비용을 선금으로 받아서 다른 서비스의 투자 용도로 쓸 것인지, 멤버십 비용 자체로 이익을 만들려고 하는 것인지, 데이터 수집용도인지에 따라서 기획의 방향이 굉장히 달라질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아마존의 유료 멤버십 아마존프라임 같은 경우는 유료 멤버십 비용을 선금으로 받아 다른 서비스의 투자 자금을 만드는 용도로 활용했어요. 사람들이 유료 멤버십 서비스에 녹은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하도록 하여 거기서 ‘취향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 데이터는 아마존의 상품 추천 서비스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하죠. 희소성 있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을 집단으로 묶어서 상품 구매를 추천하는 엔진을 개발한 것이죠.

시스템 측면에서도 고민은 필요해요. 여러 서비스가 혜택으로 멤버십에 결합되는데, 이 서비스들은 기존 각각의 회원 아이디를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죠? 서로 다른 회원 아이디에서 특정 고객이 유료 멤버십 회원임을 인식하도록 기획 과정에서 고민이 필요할 거예요. 유료 회원임을 인지하고 각 서비스별로 어떤 기능을 줄 것인지 설계가 필요하고, 서로 다른 아이디에서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회원 데이터를 가공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월단위로 멤버십 결제를 진행할테니, 여기에 대한 클레임 처리도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고객의 유료 멤버십 기간이 지났는데, 환불 처리를 한다면 이 사람에게 환불을 해주는 것이 맞을까요? 안 해주는 것이 맞을까요? 정답은 없습니다만, 관련 정책은 서비스 론칭 전에 디테일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만약 기자가 유료 멤버십을 기획한다면 이런 고민을 했을 것이다. 충분한 이익이 되는 혜택을 넣는다는 것은 결국 기업에게 과도한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혜택이라고 느끼면서 회사는 손해를 보지 않는 적정선을 찾을 수 있을까.

보통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손익을 볼 수 있는 적정선을 파악할 겁니다. 예를 들어서 ‘무료배송’을 멤버십 서비스에 녹일 때는 비교적 정확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할 거예요. 왜냐하면 우리 사이트를 이용하는 고객이 기존 한 달에 몇 번 정도를 구매했고, 그런 고객에게 무료배송을 몇 회 줬을 때 회사가 이익이 남는지 계산해서 적정횟수를 결정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여기도 맹점은 있어요. 우리가 특정 고객 등급에 ‘무료배송’이 가능하도록 혜택을 부여하면 그 고객은 평소와 다른 패턴의 구매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원래는 한 번에 2만원 이상의 장바구니를 만들어서 구매하던 고객이 유료 멤버십 가입 이후에는 이쑤시개나 면봉 같이 1000원도 안 되는 상품을 무료배송으로 한 개만 주문하는 경우가 나올 수 있겠죠. 이러면 기존 계산보다 손실비용이 훨씬 커질 수도 있어요. 업체 입장에서는 손익을 보전하기 위해서 ‘최소 주문금액’을 설정하게 될 수 있겠죠.

만들어 본다, 빠른 배송

물류는 양날의 검이다. 빠른 물류는 고객을 매혹시킬 수 있는 무기임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높은 비용을 쏟아낼 수 있는 위험요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초기 너도나도 빠른 물류로 경쟁하던 많은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비용이 덜 드는 서비스 기획 영역으로 이탈했을지 모른다. 누구나 하긴 어려운 녀석이 된 물류는 어떻게 잘 설계할 수 있을까.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초기 빠른 물류를 비용이 덜 드는 방향으로 설계했어요. 입점 판매자에게 알아서 빠른 물류를 제공하라고 가이드 하는 방식이었죠. 예를 들어서 입점 판매자에게 우리가 몇 시까지 주문 정보를 전달해줄테니, 오늘 발송을 해서 익일배송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는 방법을 쓸 수 있겠죠.

근데 이 방식은 한계가 비교적 명확해요. 플랫폼이 이커머스 판매자들의 행동을 강제하기가 어렵습니다. 만약 새벽배송이나 즉시배달 같은 영역으로 넘어가면 기존 택배 배송으로는 이커머스 판매자가 수행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겠죠. 입점 판매자들 또한 보통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할텐데 새벽 출고 프로세스를 설계하려면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죠.

그래서 다음에 플랫폼들이 선택한 방법이 입점 판매자들의 물류 서비스를 평균치를 내서 빠른 물류를 제공하는 업체들만 특정 카테고리에 몰아넣어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방법이에요. 11번가가 지금 이 방식을 통해 접근을 하고 있지만, 여기도 한계가 있다면 빠른 물류를 ‘강제’하지는 못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회사가 창립기념일이 있어서 오늘 발송을 못했다고 해봐요. 이것을 플랫폼이 이래라 저래라 막을 수는 없는 것이죠.

결국 이커머스 업체가 균일하게 빠른 물류 품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체 물류’와 ‘재고 선입고’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커머스 플랫폼은 ‘직매입’을 하거나 외부 업체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두 방법 모두 비용 투자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빠른 물류 서비스를 만든다고 가정한다면 먼저 어디에서 무슨 상품을 가지고 시작할지 결정할 것 같아요. 물류 서비스 구축에는 ‘비용’이 부담되기 때문에 처음에 시작을 한다면 당연히 한 지역, 한 물류센터에서만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이 맞겠죠. 그 하나가 잘 정착이 되고 시스템 측면에서 완결성이 높아진다면 그 때부터 물류센터 확장과 추가 인력 고용을 고민할 것 같습니다.

생산성(Capacity)도 따져야 합니다. 물류업체들이 하루 처리할 수 있는 처리량의 제약 조건이 있을 거예요. 서비스 운영시간도 정해져 있을 것이고요. 우리 상품을 사륜탑차로 배송할지 오토바이로 배송할지도 결정해야 할 겁니다. 물류센터의 위치에 따라서 특정 배송 서비스의 주문 마감시간을 언제로 결정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고요. 이 때 비용 절감을 위해서 한 배송 회차당 최대한 상품을 많이 싣고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함께 고려해야겠죠. 우리 파트너 물류업체의 배송원이 20명인데, 그 중에서 특정 시간에 배송을 나갈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고 배송 동선은 어떻게 짜야 할지 시스템적인 기획 요소가 열거될 것입니다.

비용 문제로 모든 물류를 빠르게 못한다면, 고객에게 빠른 물류를 어떻게 노출시키느냐도 숙제가 될 수 있다. 한정된 상품 카테고리에만 붙은 빠른 물류 서비스를 어떻게 노출할까. 혹자에게는 빠른 물류가 피로가 돼서 다가올 수 있기에,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무래도 UX(고객 경험) 관점에서 볼 때랑, 서비스를 만든 사람의 관점에서 볼 때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것 같아요. 빠른 물류를 만든 사업팀은 아무래도 최대한 어디든 많이 노출시키기를 원할 거예요. 하지만 그런 행동이 고객에게 의미가 있냐고 봤을 때는 조사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겁니다. 사람마다 다르지 않겠어요?

예를 들어서 ‘새벽배송’만 제공하는 사이트에서는 알아서 새벽배송을 원하는 고객만 방문할 거예요. 하지만 ‘익일배송’과 ‘새벽배송’과 ‘1시간 배송’ 서비스를 같이 제공하는 사이트가 있다고 한다면, 어떤 고객은 새벽배송을, 어떤 고객은 1시간 배송을, 어떤 고객은 그냥 저렴한 가격에 내일 받는 것을 원할 수도 있을 거예요. 빠른 배송이 중요하지 않은 고객에게 새벽배송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그 고객에게 무의미한 피로를 줄 수도 있겠죠.

저도 계속 고민을 해봤는데 고객에게 줄 수 있는 배송 서비스의 라인업이 여러 개인 사이트는 특정 배송수단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진짜 고객마다 원하는 것이 다를 것이거든요. 만약 이런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여 추천할 수 있는 데이터를 누군가 정의해줄 수 있다고 한다면 굉장히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진짜 실무 이야기>는 산업과 부서를 막론한 숨어있는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다양한 실무 이야기를 함께 나눔으로 우리 모두가 이전보다 더 성장할 수 있길 응원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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