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야심차게 공개한 DPU, 누구냐 넌

엔비디아가 최근 온라인으로 개최한 연례 컨퍼런스 GTC 2020에서 ‘블루필드-2’라는 이름으로 DPU(Data Processing Unit) 신제품을 발표했다.

응? DPU?

IT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CPU와 GPU라는 용어는 익숙할 것이다. CPU(Central Processing Unit)는 컴퓨터마다 들어있는 핵심 연산장치이며, GPU(Graphics Processing Unit)는 그래픽이 화려한 게임을 즐겨 하는 이들에게는 필수적인 그래픽 처리장치다.

그런데 DPU는 IT 기사깨나 읽었다는 독자들에게도 상당히 낯선 용어다.

DPU란 무엇일까?

DPU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에 CPU 혼자 대응하기 힘들기 때문에 데이터 처리를 전문으로 하기 위해 등장한 프로세서다. 일반 가정용 PC에 들어가는 장치는 아니고, 대량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기업의 데이터센터에서 활용된다.

컴퓨팅에 집중한 CPU/GPU, 데이터에 집중한 DPU

DPU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로세서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 초기 컴퓨터에서는 중앙처리장치(CPU)가 구동, 그래픽 처리, 데이터 처리, 저장 등 시스템 전반에서 일어나는 모든 과정을 담당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이 바뀌고 기술과 컴퓨터 성능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CPU 하나만으로 모든 기능을 감당할 수 없는 단계까지 왔다. 대표적으로 3D 영상 및 게임 등 고사양을 요구하는 콘텐츠는 CPU 하나로 그래픽을 완벽하게 출력해 낼 수 없다. 설령 출력한다 하더라도 품질이 낮거나 지연이 생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그래픽 출력을 도울 프로세서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등장했다. CPU가 직렬 데이터 처리를 담당한다면, GPU는 병렬 데이터 처리를 통해 한 번에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한다. 따라서 많은 용량을 차지하는 3D 콘텐츠도 GPU를 통해 수월하게 출력할 수 있게 됐다. 이 병렬 처리 방식의 등장으로 딥러닝 등의 기술도 발전하게 됐다. 더 나아가 병렬 방식으로 CPU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장치 GPGPU(GPU를 통한 범용 계산)도 등장했다.

지금까지의 프로세서는 모두 연산 중심의 아키텍처(compute-centric architecture)였다. 연산 및 결과 도출 능력만 갖추고 있으면 됐다. 하지만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서 이를 하나의 컴퓨팅 환경처럼 총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프로세서가 필요하게 됐다. 여기서 데이터센터와 디바이스, 그리고 네트워크 간 데이터 처리를 담당하는 프로세서가 바로 데이터 처리장치(DPU)다.

데이터 처리는 전문 프로세서 DPU에게

DPU는 시스템의 ▲보안 ▲데이터 저장(storage) ▲인프라 관리 ▲타 디바이스와의 네트워킹 등을 담당한다. 기존의 소프트웨어 정의 인프라에서는 가상머신, 컨테이너, 인프라 매니저, 보안 시스템, 데이터 저장공간 등 대부분의 기능이 CPU 상에서 구동됐다. 하지만 주고받는 데이터의 양이 방대해지고 사이버 공격 유형이 정교해지면서, 데이터만을 전담할 프로세서의 필요성이 커졌다. 결국, CPU 상에서 구동되던 데이터 관련 기능을 DPU가 담당하게 됐다.

DPU는 저전력으로 구동되면서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다. 고성능 네트워크 인터페이스를 토대로 데이터를 처리하고, 컴퓨팅을 담당하는 CPU와 GPU에 효율적으로 전송한다. DPU는 주로 스마트NIC(Smart NIC)와 통합된 형태로 사용된다. 여기서 NIC(Network Interface Controller)란 단일 컴퓨터 간 네트워크를 담당하는 컨트롤러를 말하며, 여기에 스토리지, 컴퓨팅 가속화 기능이 융합된 것이 스마트NIC다.

DPU는 CPU 가용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네트워크 상에서의 전송이나 보안 시스템 구동 등 데이터 처리 시 소모되는 용량을 CPU 외부 공간인 DPU에서 담당하기 때문이다. 남은 CPU에서는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이나 컨테이너, 가상머신 등을 구동할 수 있다.

보안성도 강화한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모든 데이터가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DPU를 거쳐 CPU 및 GPU 등 시스템 중심부로 들어온다. 실례로, 엔비디아의 블루필드-2 DPU는 검증된 사용자만 허용하는 방식의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방식을 채택했다. 이외에도 모든 네트워크의 전송 유형을 지원하며, 확장성과 유연성이 높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엔비디아와 멜라녹스, 그리고 블루필드-2

엔비디아가 공개한 블루필드 DPU는 원래 컴퓨터 네트워킹 제품 공급업체 멜라녹스(Mellanox)에서 개발한 네트워크 프로세서다. 멜라녹스는 이전부터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케이블이나 네트워크를 처리하는 프로세서를 납품하곤 했다. 지난 2019년 3월 엔비디아가 멜라녹스를 인수하면서 블루필드 DPU를 함께 개발해 나가기 시작했다.

2세대 DPU인 블루필드 DPU는 초당 200기가바이트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낸다. 최대 125개의 CPU가 탑재된 데이터센터와 동일한 수준으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엔비디아 측 설명이다. 특히, 필요에 따라 GPU로 바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GPU 다이렉트(Direct)나 데이터 압축, 핵심 데이터센터 보안, 네트워킹 및 스토리지 작업을 가속화하도록 돕는다.

여기에 도카(DOCA)라는 DPU OS프로그램을 통해 데이터센터 단위의 프로그래밍도 가능하게 한다. 사용자 임의로 선택한 프로세서에만 데이터를 할당하도록 설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단순히 데이터를 송수신하고 보호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데이터센터 단위의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멜라녹스를 인수한 이유에 대해 “당시 네트워크 간 연결부품을 제공하는 타 업체도 존재했지만, DPU에서 OS기능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은 멜라녹스”라며, “기술, 프로그래밍 면에서 앞서 있고,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GPU와의 호환에도 최적화되어 있어 멜라녹스를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블루필드-2 DPU는 현재 개발 중에 있으며, 2021년에 출시될 계획이다. 이후 2022년에는 블루필드 3, 2023년에는 블루필드 4를 선보일 예정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 <배유미 인턴기자>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