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개인 소비자의 기업용 랩톱 델 래티튜드 5310 2-in-1 체험기

평소 랩톱 사용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랩톱 특유의 불쾌감 때문이다. 랩톱은 작은 몸체에 모니터까지 달고 있기 때문에, 기기가 뜨거워지면 빠르게 열을 방출해야만 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데스크톱과 다르게 이 발열구는 사람 근처에 있으며 진동과 소음, 열기를 내뿜는다. 랩톱이 가진 태생적 한계다. 그래서 외부에서 취재할 때는 태블릿PC에 스마트 키보드를 달아서 쓰고, 사무실에서는 데스크톱을 쓴다. 외부 취재를 하다 만약 데스크톱이 꼭 필요할 때가 있다면 지척에 널린 PC방에 가서 업무를 처리하는데 음식이 정말 맛있다. 커피, 음료, 핫도그, 컵밥, 라면, 과자나 빵 등 염가로 먹을 수 있는 모든 음식이 다 있는 곳이 PC방이다. 라면도 그냥 끓여주는 게 아니라 ‘카구리(카레 가루 넣은 너구리)’ 같은 식으로 창의적으로 팔고 계란 프라이 등도 추가할 수 있다.

이렇게 강력한 음식들을 판다

하여튼 모든 하드웨어에 관심이 많으면서도 랩톱 리뷰를 하게 되면 불쾌감을 동시에 가지는 경우가 많다. 랩톱 리뷰를 하는 기간 동안은 태블릿PC를 아예 쓰지 않고 최대한 랩톱을 쓰는데, 태블릿PC 대비 한없는 자유도에 감탄하면서도 무게와 발열에 고통받게 된다. 특히 요즘 랩톱들은 금속 소재를 주로 사용해 충전 시 접지가 제대로 안 돼서 오는 찌릿한 불쾌감도 있다.

랩톱 리뷰를 할 때는 또 다른 문제도 있는데, 한국은 그램 보유국으로, 1kg 미만 랩톱이 당연시되는 국가라는 것이다. 그램이 국내 랩톱의 판도를 바꾼 것은 맞고 가벼운 것도 사실인데, 과거의 그램은 내구성과 무게를 바꾼 제품이므로 랩톱을 사용할 때 드는 비용(수리비)들이 추가로 더 들어간다. 바이라인네트워크에는 프로박살러들이 몇 있는데, 이들이 3~4년 동안 쓴 그램은 현재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상태다. 어디서 보면 회사가 너무 가난해서 다 부서진 걸 들고다니나 싶을 정도다. 그러나 업무용으로 그램을 사용하는 다른 직장인들은 왜 노트북이 저 꼴이 됐는지를 모두 이해하고 있다.

맥북은 쾌적하지만 찌릿하고, 삼성 노트북은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램은 자꾸 박살난다면 델, HP 등의 미국 회사나 MSI, 레노버 등의 중국 회사, ASUS, Acer 제품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다.

이중 항상 일정한 수준의 제품을 내놓는 것은 델과 HP 등의 미국 회사다. 중국 회사들은 풍부한 라인업, 그중에서도 저가 라인업에서 큰 강점을 갖고 있다. 델의 제품은 그렇지는 않다. 저가 제품이 없는 건 아니지만 최저가 수준의 제품보다는 워크스테이션 쪽에서 더 강점을 갖고 있다. 그러다 델이 꾸준히 만들고 있는 기업용 노트북 래티튜드 5310 2-in-1 제품을 써보게 됐다.

전면은 흔한 베젤 얇은 노트북이다
그러나 2-in-1이라 일하다 화날 때 반대로 꺾어도 괜찮다

이 제품은 사실 기업용이다. 기업용은 똑같은 인텔 프로세서를 사용하지만 라인업이 조금 다른 제품을 쓴다. v-pro 라인업이라고 해서 별도의 기업용 제품이 있다. 성능 자체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v-pro 라인업에는 기업만이 사용하는 기능 몇 개가 있다. 이중 가장 큰 특징은 원격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IT 솔루션을 쓰는 큰 기업들은 주로 ‘IT 팀’이라고 부르는 부서를 갖고 있는데, 지옥의 고통을 받는 팀이다. 이유는 유명한 IT 팀 만화에 나와 있다.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IT팀이 고통받는 이유는 사용자의 게으름이나 무지, 매뉴얼 부족 등의 문제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를 찾아 올라가다 보면, IT 팀이 사후 처리를 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v-pro 프로세서가 등장함에 따라 중앙에서 사용자 PC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될만한 여지를 줄일 수 있게 됐다.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랩톱이 꺼져 있는 상태에서도 원격접속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른 PC가 막 접속할 경우 보안 문제가 우려되지만 v-pro 라인업을 쓰는 노트북은 대부분 암호화 SSD를 쓰며, 타 접속 지점에서는 접속할 수 없게 설정돼 있다.

비즈니스 노트북의 또 다른 강점은 포트 수다. 요즘은 블루투스로 많은 것을 해결하므로 조금 덜해졌지만 여전히 포트는 필요하다. 특히 HDMI나 썬더볼트 3 등의 포트가 있다면 급작스러운 발표에 도움이 된다. 미니 HDMI가 아니라 꼭 표준 사이즈여야 한다. 미니인 경우 별도의 젠더를 또 챙겨야 하기 떄문이다. 썬더볼트 3는 잘 쓰면 좋은데 아직 쓰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썬더볼트 3가 달려 있다면 어댑터 없이 충전할 수 있고(USB-PD로 부른다), 모니터도 연결할 수 있는데, 모니터 연결과 전원 전달을 한꺼번에 할 수 있다. 데이터 전송 일반 USB 대비 빠른 편이다. 거기다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 잠금 슬롯이 있다면 더 좋고, 심 트레이가 있으면 더 좋다. 외부에서 언제든 일하라는 의미로 비즈니스 랩톱을 사용하므로 심이 꽂히지 않으면 지옥의 핫스팟 릴레이를 벌여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랩톱보다는 태블릿PC로 일하는 이유기도 하다.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는 영겁의 고통에서 SIM 하나만 꽂으면 바로 해결된다. eSIM이면 더 좋긴 한데 지원하는 통신사가 거의 없다.

이외 이 제품의 특징은 AI를 기본 장착했다는 것이다. 델 옵티마이저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주 쓰는 소프트웨어 패턴을 파악해 그 프로그램을 하드웨어 제원 대비 더 빠르게 실행하도록 한다. 배터리나 오디오도 비슷한 AI 기능으로 설정할 수 있는데, AI 기능을 통해 화상회의에서의 잡음을 분류하고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사실 장기적으로 써야 좋은 기능인데 PC를 3주간 사용했으므로 큰 장점은 느끼지 못했다.

제품은 일반적인 13.3인치 크기이며 1.33kg의 무게다. 국내 노트북과 비교하자면 가벼운 편은 아니지만 백팩에 넣으면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충전 어댑터가 놀랍도록 가벼워서 어댑터를 들고 다녀도 무리가 없다. 빠른 충전이 가능해 20분 만에 1/3을, 1시간에 80%를 충전할 수 있어서 사실 충전기를 쓸 일이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는 충전기가 없으면 마음이 불안한 충전 중독자다. 어디든 일단 앉으면 충전을 해야만 한다.

지문 인식 버튼인지 모를만큼 지문 인식 버튼이 잘 처리돼 있다
풍경 사진을 보니 델 내부에 아재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 제품을 사용하며 느낀 점은, 랩톱을 사용할 때 하는 걱정들이 상당히 덜어졌다는 것이다. 체험 수준이기 때문에 IT팀의 지원을 받을 수는 없었지만, 지원을 쉽게 받을 수 있었을 것이며, 강력한 기업용 백신이 탑재돼 있기 때문에 보안 걱정이 없다.

하드웨어 자체의 매력도 뛰어난 편인데, 우선은 발열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팬을 조절하는 기능(Dell Power Manager SW)이 있어 팬을 최저로 돌릴 수 있고, 애초에 팬이 도는 빈도가 많지 않았다.

또 다른 매력은 촉감이다. 플라스틱 마감이 아니라 수성 도료를 도포해 만졌을 때 차갑거나 뜨겁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그러면서 일부가 너덜거리는 느낌이 들지 않고 단단하다. 2-in-1 제품이므로 그림을 그리거나 하는 면도 체험하면 좋았겠지만 기자에게는 손이 없고 발만 네개 있다.

즉, 노트북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불쾌감, 발열, 성능 문제, 촉감 등의 문제가 대부분 없어 걱정 없이 쓸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강점은 이것이 기업용이므로 비싸고 좋아도 내가 돈을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상태로 프레젠테이션을 앞에 있는 사람에게 하면 있어 보인다

노트북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선택적으로 재택 근무를 활용한다면 랩톱 도입이 거의 필수적인데, 저가 제품을 샀다가 시스템이 누더기가 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업용으로 어느 정도 검증된 제품을 구매하면 총 소유 비용(Total Cost of Ownership, TCO)이 줄어듦을 인지하도록 하자. 그리고 IT팀을 아껴주자.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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