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클라우드 게임 구독 서비스’에 본격 진출한다. 매달 일정한 비용을 내고 무제한으로 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넷플릭스처럼, 게임도 스트리밍으로 구독할 수 있게 했다. 파트너는 콘솔게임 ‘엑스박스’를 갖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다. 1만6700원의 월정액 상품으로 100여 콘솔 게임을 스마트폰에서 실행할 수 있는 ‘5GX 클라우드 게임’을 양사가 공동으로 16일 정식 출시했다. 클라우드 게임으로 석달 내 100만 이용자를 모집하겠다는 희망도 밝혔다.

[관련기사: 클라우드 게임 천국 = 한국, SKT x MS 엑스클라우드 공개]

5GX 클라우드 게임은 지난해 9월부터 1년 간 양사가 베타 서비스를 진행하며 다듬어온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글로벌로 클라우드 게임을 론칭하는데, 아시아에서는 SK텔레콤이 첫 파트너가 됐다. 클라우드 게임에서 리더십을 갖고 싶어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5G의 킬러 콘텐츠를 공급하는 플랫폼이 되고픈 SK텔레콤의 필요가 맞아 떨어졌다.

유영상 SK텔레콤 MNO 사업 대표는 이날 온라인 간담회에서 “음원 서비스인 플로, 미디어 서비스인 웨이브에 이어 5GX 클라우드 게임은 SK텔레콤이 내놓는 세번째 구독 OTT 서비스”라며 “국내 유망 게임을 발굴지원함으로써 글로벌 네트워크로 진출시키는 창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그림을 공개했다.

사진= SK텔레콤 발표 화면 캡처.

SK텔레콤이 강조한 클라우드 게임의 강점은 ‘경제성’이다. 이전에는 콘솔 게임을 하려면 엑스박스나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수십만원 대 콘솔 기기(하드웨어)를 별도로 구매해야 했다. 또, 신작이 나올 때마다 게임 타이틀(소프트웨어)을 4만~5만원의 돈을 주고 사야하는 부담도 있었다. 이런 비용이 콘솔 게임에 대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클라우드 게임은 게임 구동 자체를 서버에서 하고, 이용자가 갖고 있는 단말기로 게임 화면만 스트리밍으로 송출하므로 별도 콘솔 기기를 구비하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폰이든 태블릿이든 디스플레이가 달린 컴퓨팅 단말기가 있다면 콘솔 게임을 할 수 있다.

게임 타이틀을 지속 구매하는 부담은 월정액 구독 서비스로 상쇄한다. SK텔레콤의 5GX 클라우드 게임의 경우 월 1만6700원에 100여개 타이틀을 쓸 수 있게 했다. 마치 넷플릭스에 월 1만원을 내면 이 회사가 공급하는 영상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5GX 클라우드게임’ 상품 요금.

단, 이 값에 통신요금이 포함된 것은 아니다. 월정액 요금은 게임 타이틀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비용이다. 게임 자체는 와이파이나 LTE 환경에서도 구현되나, 이날 강점으로 설명됐던 ‘서비스의 빠른 응답속도’ 등이 제대로 반영되려면 5G 요금제에 가입하는 것이 권장된다. 즉, 게임 자체는 가격이 저렴하게 책정됐지만 통신 요금은 더 지불해야 할 수 있다.

바로 여기에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사들이 클라우드 게임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가 있다. 왜 ‘통신사들’이라고 했냐면, 앞서 KT나 LG유플러스도 클라우드 게임 구독 서비스를 발표했기 때문이다(관련기사: KT도 스트리밍 게임 가세 “우리는 월정액”). 국내 통신사들은 큰 비용을 들여 5G 망을 깔았는데, 문제는 이 5G 통신 속도의 이점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의 부재다. 앞서 3G 때는 음원이, 4G LTE에서는 영상이 킬러 콘텐츠로 나와 빠른 통신 속도가 필요한 이유를 증명했다. 5G는 이보다 많은 데이터가 지연 없이 오가는 통로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 게임이 이에 적합한 콘텐츠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걸 증명한다는 것은 5G 가입자 수를 늘리는 마케팅 포인트도 된다. 다음은 최근 5분기 동안의 SK텔레콤의 매출과 5G 가입자 증가 추이다.

출처=SK텔레콤 IR 보고서

 

SK텔레콤의 올 2분기 매출은 2조4900억원이다. 일년 전 매출은 2조4000억원. 지난 일년간 매출이 제자리 수준이다. 통신사가 최근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5G 가입자 수는 총 334만명 수준이다. 5G 가입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으나 성장폭은 더뎌졌다. 2분기 기준 SK텔레콤의 전체 가입자 수가 2893만명 수준인데 5G의 비중이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5G 망 구축에 들어간 비용을 회수하려면 데이터를 많이 쓰는 5G 고가 요금제 가입자가 늘어야 한다.

아울러 SK텔레콤 내부 에서도 기존 통신비 외에 미디어를 포함한 신사업의 매출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해 봐야 한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법인이 출범하고 나서 2분기 관련 사업의 분기 매출이 9000억원을 넘었고, 원스토어 내 게임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39%가 증가했다. 미디어 사업은 통신사이 새로운 매출원이며, 클라우드 게임 구독 서비스도 그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영상 대표가 이와 관련해 “클라우드 게임은 SK텔레콤이 구독 서비스 마케팅 컴퍼니로 진화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고, 전진수 SK텔레콤 5GX서비스 사업본부장이 “연말까지 10만명, 3년 내 100만명의 상시 이용자를 모으겠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그렇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클라우드 게임을 하려 할까? 고가의 콘솔 박스를 팔고, 소프트웨어를 판매할 때마다 수수료를 받는 것이 이득 아닐까? 이 부분은 이용자들이 미디어를 점차 스트리밍으로 소비하는데 익숙해지고 있는 환경이 반영됐다. 아울러 클라우드로의 이동이 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애저를 중심으로 한 클라우드 사업 부문의 매출은 마이크로소프트 전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클라우드 게임 패스 요금제로 벌어들인 돈은, SK텔레콤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나눠 갖는다. 수익 분배가 어떻게 될지 비율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선 굳이 단말기를 사려는 적극적 게임 이용자 외에 새로운 수요를 개발할 수 있다.

클라우드 게임은 성장성은 높지만 아직은 초기 시장이다. 따라서 시장을 움직이는 자들이 어떻게 마케팅을 하고, 괜찮은 이용자 경험을 심어주느냐가 중요하다. 실제로 SK텔레콤이 밝힌 목표치처럼 3년 내 100만명 이용자가 클라우드 게임을 이용하고 경험에 만족한다면 우선적인 환경은 마련될 것 같다.

이 부분에서는 “국내 클라우드 게임의 타깃 고객층은 50만명 콘솔 게이머이지만 모바일에서 코어한 게임을 좋아하는 이까지 합치면 300만명이 될 것”이라며 “더 원활한 게임 환경을 위해서 5G로의 자연스로운 이동을 기대한다”고 한 조재유 SK텔레콤 클라우드 게임 사업담당의 말이 의미가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