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출시 이후로 애플이 바꿔놓은 시장은 수도 없이 많다. 스마트폰, 태블릿, 앱스토어, 인앱결제, 게임, 스마트워치 등 인터넷에서 상상할 수 있는 상당수의 산업을 가두리 양식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 애플은 이제 대표적인 오프라인 활동인 운동까지 온라인화하려고 한다. 애플 피트니스+를 통해서다.

시점은 정확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집합이 어려워졌고, 밀폐시설인 짐(Gym)이 문을 닫는 일이 잦아졌다. 이에 이미 비대면으로 서비스하고 있던 펠로톤과 같은 서비스들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펠로톤은 IoT 기기인 스피닝바이크에 센서를 달아 운동량을 측정할 수 있는 하드웨어 겸 서비스 업체다. 이 자전거에는 태블릿이 달려 있어 유명 트레이너들의 강의도 들을 수 있다. 트레이너들은 실시간으로 참가자들의 운동량을 보며 운동을 독려한다. 사용자끼리 운동량을 모니터링하며 경쟁할 수도 있다. 미국 드라마에서 많이 보는 류의 집단 운동을 온라인화한 것이다.

펠로톤

후발주자인 미러(Mirror) 역시 스마트 거울을 통해 운동하는 법을 배우고, 인터랙티브로 코칭을 받을 수 있는 기기다. 코로나19로 인해 홈트레이닝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세계를 대표하는 운동복 브랜드인 룰루레몬이 재빠르게 인수한 상태다.

미러

기술 기업들도 엑서사이즈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었다. LG U+는 지난해 ‘스마트홈트’로 부르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 서비스는 카카오VX와 함께 만든 것으로, 요가, 필라테스, 스트레칭 등 200여편의 VOD를 제공한다. 손연재 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수, 양치승 트레이너 등 인기 강사진도 마련했다. 실시간 자세교정 기능도 있는데,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자세가 올바른지를 판단한다. 머신러닝을 활용하는 셈인데, 이 경우 자세의 올바른 파악이 어려울 수 있다.

AI가 사용자 자세를 파악하는 스마트코칭 기능

삼성전자 역시 삼성 스마트폰과 스마트 TV에 삼성 헬스를 도입했다. 명상, 유산소 운동, 근력운동, 요가 등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심지어 무료다. 그러나 삼성 헬스는 인터랙티브 기능이 없는 단방향 VOD에 가깝다.

삼성 헬스는 폰 외에도 스마트TV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인터랙티브 기능이 극대화된 서비스라면, 닌텐도 스위치 콘솔의 ‘링 피트 어드벤쳐(Ring Fit Adventure)’를 꼽을 수 있다. 링 피트는 컨트롤러의 센서를 활용한 부가 장치 링 콘(Ring-Con)으로 사용자의 운동량을 체크하는 것으로, 전용 제품보다는 헬스 트래킹 면에서 약간 부족하지만 꽤 괜찮은 성능을 보여준다. 다만 링 피트의 콘텐츠는 자체 구축한 게임 하나뿐이다. 가상의 캐릭터가 운동을 독려하므로 트레이너를 온라인으로라도 만나지 않고 게임처럼 재밌다는 것이 강점이다.

링 피트 어드벤쳐

애플워치를 활용한 애플 피트니스+는 인터랙티브 서비스는 아니다. 트레이너 영상은 VOD에 가깝고 이들은 중간중간 사용자를 독려하긴 하지만 실시간으로 트레이너들이 독려를 하는 펠로톤과는 다르다. 그러나 인터랙티브와 같은 효과를 넣었다. 이것이 OS와 앱을 다룰 줄 아는 애플의 강점이다.

예를 들어 애플워치로 측정된 데이터는 운동을 보는 화면에 실시간으로 떠서 현재 운동 상태를 알려주고, 애플워치에 있었던 활동 독려 기능인 ‘활동 링’을 통해 오늘 운동의 목표를 달성했는지를 가시적으로 알려준다. 또한, 자신의 과거 기록이나 같은 운동을 한 다른 사람의 기록과 실시간으로 비교하는 Burn Bar와 같은 기능들이 있다. 트레이너와 사용자가 연결되지는 않지만, 사용자와 기기, 사용자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것으로, 여러 게임에서 활용하는 비실시간 동기화와 유사하다. 이러한 몇 가지 기능을 통해 사용자는 경쟁심에 영향을 받고 이것이 좋은 운동 결과로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Burn Bar 기능

아이폰 외에도 TV나 아이패드에서 화면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격렬하게 움직일 때는 작은 화면을 보기 어려울 것이며, 이것은 큰 화면의 제품을 구매해야 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토록 완벽한 설계에 의문점이 하나 있는데, 애플뮤직과의 결합이다. 음악을 따로 듣는 것과의 사용성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트레이너가 말을 할 때 음악이 줄어드는 등의 기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외의 경우 음악을 따로 듣는 것과 어떠한 결정적인 차이를 가져올지는 의문이다.

애석하게도 애플 피트니스+는 비영어권 국가에서는 반쪽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애플은 사용자 수가 적은 언어, 예를 들어 한국어를 쓰는 사용자를 대상으로는 트레이너를 고용하고 콘텐츠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추후 자막을 달고 국내에 출시한다고 해도 한국 사용자는 운동에 한창 집중해야 할 시간에 화면을 쳐다봐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겠다.

다른 회사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겠지만 애플처럼 정밀하게 서비스를 만들 수 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삼성전자의 TV는 비싸다. 또한 삼성에게는 준수한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이 있지만 태블릿 판매량은 높지 않다. LG에게는 스마트워치나 태블릿이 없고 스마트폰도 거의 없다. 이 두 회사가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평소처럼 다른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야 할 것이다. 갤럭시 워치 액티브 3로 측정하고 스포티파이로 음악을 듣고 넷플릭스에서 영상을 볼 수 있다면? 애플의 서비스보다 뛰어날 수도 있겠지만 이런 드림팀이 뭉친다고 해도 출시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며 서비스 운영도 한 회사가 운영하는 것보다 빠르게 대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장 근접한 회사는 초저가의 셋톱(크롬캐스트)과 다양한 기기를 아우르는 OS(안드로이드, 크롬OS), 스마트워치를 모두 갖춘 구글이 아닐까. 구글은 핏빗을 인수한 바 있다. 펠로톤이나 미러는 전 세계에 론칭할만한 기반이 없다. 즉, 현시점에서는 오직 애플만이 제대로된 온라인 피트니스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

애플은 이처럼 정밀한 설계를 통해 전 세계인, 특히 가볍게 매일 운동하는 모든 사용자의 운동방식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애플 피트니스+는 영어권 6개 국가에서 올 연말 출시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