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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석의 입장] 틱톡과 오라클이 찾아낸 묘수…일까?

지난 며칠 틱톡 매각 건으로 IT업계가 뜨거웠다. 오라클이 틱톡 인수를 위한 우선협성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곧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알려졌고, 혼란이 야기됐다.

이제는 좀 정리가 됐다. 현재의 결론은 오라클이 틱톡의 “신뢰할 수 있는 기술 파트너(trusted tech partner)”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오라클은 14일(현지시각) “바이트댄스가 지난 주말 재무부에 제출한 제안서에서 (오라클이) 틱톡의 신뢰할 수 있는 기술 파트너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식 발표에도 혼란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신뢰할 수 있는 기술 파트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오라클도, 바이트댄스도 그 의미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추정만 할 뿐이다. 틱톡이 (미국)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국정부에 빼돌린다는 의심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오라클이 이런 의심을 불식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정도의 추정이다. 특히 오라클 래리 엘리슨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후원자였다는 점이 이같은 추정을 뒷받침한다.


비즈니스 아닌 정치 이야기


 

이번 틱톡 매각 논란에는 IT업체들이 다수 등장하지만, 사실 기업은 주인공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힘대결과 정치적 노림수로 벌어지는 일에 기업들이 끼어든 형국이다.

당초 도널드 미국 대통령은 9월 15일까지 틱톡의 미국 서비스를 중단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틱톡 서비스가 미국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국에 넘긴다는 의혹이 이유였다. 이에 대해 틱톡은 울며 겨자먹기로 틱톡의 미국 서비스를 미국 회사에 매각하는 방안을 찾아왔다. 갑자기 쫒겨나느니 적당한 가격을 받고 파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셜미디어 서비스에 군침을 흘리는 기업들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지사. 특히 틱톡은 10대와 20대가 주이용자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매물이었다. 가장 먼저 나선 건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는 월마트와 손 잡고 틱톡과 인수 논의를 시작했다.  트위터도 돈은 별로 없지만 인수하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 인수전에 오라클이 뛰어들리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전형적인 B2B 기술 회사인 오라클이 영상 기반 소셜미디어 서비스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라클은 예상보다 더 적극적 자세로 협상에 임했다.

오라클이 “신뢰할 수 있는 기술 파트너”로 선택된 것은 바이트댄스, 오라클, 중국정부, 미국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트댄스는 틱톡을 매각할 수도 매각하지 않을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에 빠져있었다. 미국 기업에 틱톡을 억지로 매각해야 하는데, 중국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음성·문자 인식 처리, 개인화 추천, 빅데이터 수집 등 인공지능(AI) 기술을 수출 제한 목록에 포함시켰다. 틱톡은 이와 같은 AI 기술이 다수 포함된 서비스다. 이 때문에 틱톡을 미국 기업에 넘기는 것은 중국정부가 허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오라클 “우리가 이용자가 없지 기술이 없냐”


 

이런 상황에서 “신뢰할 수 있는 기술 파트너”로 오라클이 등장한 것은 어쩌면 신의 한 수라고 할 수 있다. 오라클은 틱톡이라는 소셜미디어 서비스 자체나 틱톡이 가진 기술을 탐냈던 것은 아니다. 기술은 오라클도 있다. 오라클이 필요로 하는 건 자신의 제품과 기술, 서비스를 적용해 볼 수 있는 대규모 이용자 기반이다.

오라클은 각종 디지털 마케팅을 위한 툴과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오라클이 틱톡의 파트너가 된다며 틱톡에서 마케팅을 하고자 하는 기업에 우선적으로 이 툴과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대형 매체를 가진 마케팅 기술 회사가 되는 것이다.

또 오라클이 사활을 걸고 있는 클라우드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오라클은 수십년간 고객에 IT운영을 위한 기술을 판매했지만, 하이퍼스케일의 서비스를 직접 운영해본 적은 없다. 틱톡이 오라클 클라우드에서 운영된다면 몇손가락 안에 드는 서비스 운영 경험을 쌓게 된다. 또 틱톡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니즈를 제품화할 것이다. 바로 AWS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클라우드 리더들이 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정보보호는?


 

틱톡 미국 서비스가 시장에 나온 배경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개인정보 이야기는 논의의 중심에서 슬글슬금 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문제를 제기한 것만으로 이미 정치적 이득은 얻었다. 중국 정부로부터 미국 시민의 개인정보를 지키기 위해 단호한 행동을 취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이제는 수습을 해야 한다. 자국에서 수천만명이 이용하는 서비스를 갑자기 중단시키는 건 정치적으로도 부담이다. 미국 기업에 팔면 좋겠지만 중국 정부가 막아섰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출구전략이 필요했다. “신뢰할만한 기술 파트너”라는 개념의 등장은 개인정보 보호라는 명분은 지키면서 출구로 잘 나올 수 있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실제로 “신뢰할만한 기술 파트너”가 혹시 모를 개인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만약 틱톡 서비스에 백도어가 있고 그 문을 통해 중국정부로 미국 이용자 개인정보가 넘어간다면 “신뢰할만한 기술 파트너”는 이를 알아채기 힘들 수도 있다. 소스코드까지는 오라클과 공유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틱톡 서비스의 소스코드를 오라클에 제공하다면 중국정부가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틱톡을 인수했다면) 보안, 개인정보 보호, 가짜뉴스 방지에 대한 최고 기준을 충족하도록 변경했을 것”라며 “이런 중요한 부분에서 어떻게 서비스가 개선되는지 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뢰할만한 기술 파트너”방식으로는 개인정보 보호라는 숙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뉘앙스가 담겨있다.

알렉스 스타모스 전 페이스북 보안담당자는 트위터에서 “오라클이 소스 코드 없이 호스팅을 인수하고 중대한 운영 변경을 하는 협정은 틱톡에 대한 정당한 우려를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미국 정부가 “신뢰할만한 기술 파트너”라는 제안을 수용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번 주에 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오라클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를 볼 때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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