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비톡은 종료하지만, 은행과 핀테크 경쟁은 시작된다
“위비톡 좋아. 위비위비”
아는 사람들은 안다는 광고다. 지난 2016년 우리은행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의 TV광고 CM송 가사다. 국민MC로 불리는 유재석이 CM송을 직접 부르며 위비톡을 홍보하는 내용이다. 당시 우리은행은 약 5년만에 TV광고에 예산을 집행하며 위비톡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렇게 우리은행이 야심차게 내놓은 ‘위비톡’이 오는 11월 26일 종료를 맞게 됐다. 우리은행은 지난 7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종료 사실을 알렸다. “급변하는 모바일 환경에서 고객님들께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해드리지 못해 서비스 종료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됐다”는 것이 은행 측의 설명이다.
위비톡은 지난 2016년 1월 이광구 전 은행장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만들어졌다. 개발 비용만 수십억원, 홍보에만 수억원이 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만큼 상당한 예산이 투입됐다. 한때 가입자 수가 500만명을 돌파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은행이 왜 모바일 메신저를 출시한 것일까. 네이버, 카카오가 자사 플랫폼을 활용해 금융 진출을 꾀하듯, 우리은행도 위비톡의 플랫폼화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사용빈도가 높은 메신저에 금융 서비스를 접목해 종합 플랫폼으로 변신해 고객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에서, 금융권에서도 첫 메신저 서비스다. 기본적인 메신저 기능뿐만 아니라 간편송금, 금융정보 톡상담, 예적금 더치페이 서비스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했다.
실험적인 신기능 접목도 이어졌다. 2017년에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11개 언어를 실시간 번역해 음성으로 들려주는 서비스와 음성으로 송금하는 위비톡소리 서비스 등을 내놨다. 이밖에도 위비마켓, 셀프카메라 등 부가적인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위비톡의 생태계를 갖춰나갔다.
그러나 뒤늦게 시장에 진입한 플랫폼 비즈니스는 성공이 쉽지 않았다. 시장에는 이미 카카오톡이라는 절대강자가 있었고, 위비톡이 그 아성을 꺾기는 힘들었다. 대대적인 홍보와 영업점 직원들이 고객에게 앱 설치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사용자 수는 꾸준히 증가했으나, 실제로 이용하도록 만들지는 못했다. 일상의 모바일 메신저로 사용자들에게 다가가는데 실패했다. 이용률은 떨어지고 유지비용 부담이 증가하면서 위비톡의 사업성은 약화됐다.
구시대적인 성과주의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언제라도 쉽게 설치하고, 쉽게 떠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 비즈니스는 이용자 만족이 최우선 가치가 되어야 한다. 성과지표도 이용률이나 체류시간처럼 이용자가 얼마나 그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는지가 중심이 되어야 하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위비톡의 확산에 중점을 뒀다. 영업소에서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했다. 전통적인 금융상품 영업방식을 모바일 플랫폼 비즈니스에 적용한 것이다. 고객들은 창구직원의 요청으로 앱을 설치하기는 했지만 영문도 모르고 설치한 앱을 이용하는 이는 많지 않았고, 결국 위비톡은 실패하게 됐다.
일각에선 이 전 행장이 사령탑에서 내려오면서 위비톡의 서비스 중단은 예정돼 있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올 초부터 위비톡 서비스 종료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지비용이 많이 투입되지만 성과는 저조했기 때문에 채널 정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우리은행이 위비톡을 꿈꾼 그림은 카카오와 네이버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증권 서비스를 통해 금융앱으로의 역량을 키우고 있다. 네이버 또한 자사 플랫폼을 기반으로 네이버페이,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금융업으로 진출을 꾀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노리는 것은 수많은 플랫폼 이용 고객들을 자사 금융 서비스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는 은행들의 주거래 고객들을 빼앗는 결과를 초래한다. 금융권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성장과 금융업 진출을 경계하고 있는 이유다.
위비톡의 서비스 종료는 비난만 받을 일은 아니다. 사실상 카카오의 독주무대였던 메신저 시장에 자본력을 가진 은행이 진출해, 금융 서비스와 접목한 실험적인 행보는 박수 받을만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교훈도 남는다. 기존에 수십년간 활용했던 비즈니스 방식은 새로운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교훈이다. 은행이 아니라 IT기업처럼 움직여야 한다.
위비톡은 11월 26일 종료되지만,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금융권에서 플랫폼을 위한 투자는 계속될 전망이다. 플랫폼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금융권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데이터가 그 중심에 있다.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로 불리는 마이데이터 산업에서 은행, 카드사, 투자사 등 금융권과 네이버, 카카오, 토스, 뱅크샐러드 등 핀테크의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그렇지요 IT기업처럼 움직여야지요. 이미 선진금융사들은 투자부서를 IT부서로 대거 교체한 곳들이 많습니다. (기사 다수)
대세는 핀테크. 은행사 대장님들이 자~알 리드하셔야 할텐데… 부탁해요 아 자 씨 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