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보다 사람들이 더 오래 머무르는 카카오페이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은 무엇일까? 데이터 분석툴 모바일인덱스를 운영하는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구글 안드로이드OS 사용자 기준 지난달 가장 오래 사용한 앱 1등은 유튜브로 나타났다. 남녀노소 불구하고 모두 유튜브를 보고 있으니, 어느 정도는 예상된 바다. 사람들은 유튜브를 보는데 1인당 총 29.31 시간을 썼다. 거의 하루 한 시간은 유튜브를 본 셈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로 오래 쓴 앱은 무엇일까? 예상 외의 앱이 2등을 차지했다. 카카오페이지의 사용시간이 15.52시간을 기록했다. 카카오톡(11.98시간)이나 넷플릭스(9.81시간)를 본 시간을 훌쩍 뛰어 넘었다.

7월 한 달만 이상하게 카카오페이지의 기록이 앞선 것이 아니다. 모바일인덱스 통계를 보면 6월에도 1위는 유튜브, 2위는 카카오페이지였다.  카카오페이지는 카카오가 운영하는 웹툰·웹소설 앱이다. 처음에는 웹소설 부문에서 강세를 보였는데, 최근엔 웹툰까지 커지면서 네이버웹툰에 이어 국내에서 이 분야 두 번째로 영향력이 센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재미있는 부분은 카카오페이지가 네이버웹툰보다 사용자 수는 적지만 체류시간은 앞질렀다는 점이다. 사용자 수는 네이버웹툰이 564만명으로 카카오페이지의 317만명을 크게 앞선다.

콘텐츠 앱에서 체류 시간이 길다는 것은, 그만큼 흡입력이 큰 콘텐츠가 많다는 뜻도 된다. 오래 앱 안에 머무르는 만큼 콘텐츠를 많이 보고 돈도 더 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달 발간한 ‘2019년 하반기 및 연간 콘텐츠 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계열의 웹툰 플랫폼 매출이 4000억원을 넘겼다. 여기에는 카카오페이지와 일본 픽코마(카카오재팬이 운영)의 수익이 모두 들어갔다. 지난 1분기 카카오페이지, 픽코마, 다음웹툰을 포괄한 카카오의 유료콘텐츠 매출은 981억원 수준이다.

특기할 점은 성장속도다. 카카오페이지가 지난 5월 밝힌 바에 따르면, 이 회사의 하루 콘텐츠 거래액이 20억원을 넘겼다. 단순 계산하면 한달에 600억원어치의 콘텐츠가 팔린다는 이야기다. 일거래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두 배가 뛰는데는 8개월이 걸렸다. 2015년 1월에 하루 거래액이 1억원이었다는 것에 비하면, 5년만에 스무배가 늘어났다.

출처=카카오페이지

어떤 것이 카카오페이지의 인기를 견인할까? 처음에는 이 회사의 성공 요인을 ‘기다리면 무료’와 같은 결제 시스템에서 찾았다. 일주일에 한 편씩, 기다리면 웹툰이나 웹소설을 무료로 볼 수 있지만, 콘텐츠가 재미있다면 사람들은 그 일주일을 기다리지 않고 ‘미리보기’를 통해 과금한다. 그러나 최근 이 회사의 성장을 이끈 것은 보다 본질적인 경쟁력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이를 슈퍼IP의 힘으라 설명한다. 인기있는 웹소설과 웹툰을 영상화하는 등 2차 저작물 만들어 성공한다. 이 2차 저작물의 성공이 다시 웹툰과 웹소설의 매출을 견인한다. 이런 선순환을 노린 것 중 하나가 ‘슈퍼웹툰 프로젝트’다. 강철비를 비롯해서 ‘김비서가 왜 그럴까’ ‘이태원클라쓰’ 등이 대표적인 선순환의 사례다.

(왼쪽부터) 김비서가 왜 그럴까, 강철비, 이태원클라쓰. 출처=카카오페이지 홈페이지.

이같은 슈퍼IP는 플랫폼의 특성상 ‘초경쟁’에서 태어난다. 카카오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이 회사가 확보한 IP 타이틀이 7000개에 달한다. 이 IP들은 매일 소비자의 선택을 놓고 경쟁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매출에서 상위권에 오른 작품은 어떻게 활용하더라도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이런 작품들은 시기별로 계속해 생겨난다. 즉 한 작품이 뜨고 나서 다음 히트작이 없어 고전할 가능성이 낮다. 한 회사에서 하나의 IP만 미는 것이 아니라, IP끼리 경쟁해서 살아남은 것에 마케팅을 집중하면 되기 때문이다.

최근 다음웹툰 원작을 영화화하한 ‘강철비2’ 개봉을 앞두고, 이진수 카카오페이지가 간담회를 통해서 새로운 IP에 계속 투자할 것을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한국판 마블이라고 굳이 이야기를 할 거라면 마블과는 다른 마블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카카오페이지의 나아갈 길과, 플랫폼의 특성을 적절히 설명한 말이다.  마블이나 DC 같은 곳은 대표 캐릭터들이 만들어낸 유니버스가 엄청난 저력을 발휘하는 곳이다. 그러나  한국을 중심으로 성장해나가는 웹툰이나 웹소설은 ‘플랫폼’을 바탕으로 커나가고 있고, 플랫폼은 그 특성상 수많은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바탕으로 인기작을 만들어 나간다. 수십, 수백, 수천개의 IP가 ‘한국형 마블’을 이끄는 원천이 될 것이란 뜻이다.

이진수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세계 인구 1%가 매일 찾는 플랫폼”을 비전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7000만명이 매일 들어오는 플랫폼에서 한국의 IP가 론칭되고 성장한다면 지금까지는 상상할 수 없었던 비즈니스의 기회가 열릴 것이란 포부다. 그 과정에서 일명 ‘K-스토리’라고 부르는 카카오스토리의 IP가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일단, 지금의 성장세를 보면 초석은 닦아가고 있는 듯 하다. 앞으로 어떻게 생태계를 만들어갈지, 또 국내에서만 많이 쓰는 앱이 아니라 글로벌로도 많이 사용되는 앱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어떤 전략을 쓸지는 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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