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채운 케이뱅크가 공개한 다음 행보
“케이뱅크에 투자한 여러 주주사들의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만드는데 노력할 것입니다. 케이뱅크는 카카오, 토스와 달리 주주사가 다양하고, 주주사들이 시장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어 함께 한다면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문환 케이뱅크 행장은 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행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선 자리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행장이 가장 많이 언급한 것이 ‘주주사’와 ‘협력’이다. 영업 정상화를 이룬 케이뱅크의 일성이다.
지난 달 28일 BC카드와 우리은행, NH투자증권은 케이뱅크 주식 보통주 2392억원, 전환주 1547억원의 주금납입을 완료하며 유상증자를 마무리했다. 보통주와 전환주를 포함한 합산 지분율은 BC카드가 34%, 우리은행이 36.3%, NH투자증권이 10%로 3대 주주체재를 완성했다.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된 지난 4월 이후, 사실상 케이뱅크의 영업 또한 멈췄다. 우여곡절 끝에 KT의 자회사 BC카드가 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 사이 카카오뱅크가 시장에서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지면서 몸집의 차이는 더욱 커졌다. 이 간격을 좁히기 위해 케이뱅크가 선택한 전략이 주요 주주사들과의 협력이다.
이 행장은 “주주사들과 시너지를 내는 것이 케이뱅크가 시장에 접근하는 방식”이라며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만들고 시장의 반응을 보면서 시정해나갈 것이며, 관련해 내부 조직도 재정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케이뱅크는 주요 주주사인 BC카드, KT 등의 고객들을 포섭할 전략이다. 이 행장은 “돈을 많이 써서 마케팅을 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가장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것이 지주사들의 고객을 모으고, 그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KT 대리점을 오프라인 홍보창구로
케이뱅크는 이달 중으로 KT와 연계한 프로모션을 선보인다. 케이뱅크 계좌나 체크카드로 KT 통신 요금을 납부하는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한다.
또 전국 2500여개 KT 대리점을 케이뱅크 오프라인 홍보 창구로 활용한다. 고객들은 대리점에서 QR코드로 케이뱅크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대리점에는 계좌 개설을 위한 홍보물이 비치되어 있으며, 필요할 경우 직원들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케이뱅크는 1대 주주인 BC카드와 디지털 지점 활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BC카드 앱 내에서 케이뱅크 계좌개설 등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과는 외화 적금 상품, 우리카드와는 제휴 적금 상품을 출시한다. NH투자증권과도 계좌 연계 등 여러 상품을 기획 중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출 시장은 아직 블루오션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과 빅테크 기업의 등장에 대해 케이뱅크는 긍정적으로 봤다. 이 행장은 “은행 입장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대출이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전체 대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은 2%밖에 안 된다”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와 함께 시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케이뱅크는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이하 아담대) 상품을 선보였다. 지난달 새로운 대출상품 3종을 선보인데 이은 행보다. 비대면 아담대는 대출신청부터 대출금 입금까지 모든 과정을 비대면으로 할 수 있다.
소득정보 스크래핑 기술이 적용되어 서류 발급을 하지 않고도 예상 한도와 금리를 조회할 수 있다. 대출 실행 시 필요한 서류도 두 가지로 줄었다. 대출 신청부터 승인까지 걸리는 시간도 이틀로 단축됐다. 금리는 연 1.64%로 은행권 최저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제부터 성장 시작
최근 한 차례 유상증자를 마친 케이뱅크는 추가 증자의 필요성에 대해 절감했다. 현재 총 자본금 9017억원에서 최소한 1조4000억원으로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사인 카카오뱅크의 자본금은 1조8000억원 정도다.
이 행장은 “추가 유상증자 시기는 내년 중반 이후 이뤄질 전망”이라며 “추가 증자에 관심 있는 곳들이 있다”고 전했다.
흑자전환 시기는 2~3년 후로 전망했다. 이 행장은 “2022년이나 2023년에는 흑자전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한다. 더 잘하면 빠르면 이때쯤에 할 수 있을 것”며 “상장은 그 이후에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영업정상화가 시작된 지난 7월 케이뱅크의 수신 잔액은 전월 대비 약 4800억원 늘었다. 여신 잔액 또한 상품 출시 약 보름 만에 1700억원 증가했다. 케이뱅크는 하반기 영업을 본격화해 주요 지표를 두 배 이상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문환 은행장은 “아파트 담보대출을 시작으로 비대면 금융의 영역 확장을 위한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며 “주주사와의 시너지를 가속화해 지난 3년 여간 이뤄온 주요 성과를 연말까지 두 배 이상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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