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틱톡을 인수하면 할 수 있는 것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블로그에 9월 15일까지 틱톡 미국 법인 인수 협상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서비스인 틱톡이 미국 법인을 판매해야만 하는 이유는 미국 정부가 틱톡 퇴출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올 7월 틱톡 사용 시 미국 사용자 데이터가 중국 정부로 흘러간다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것이 안보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는 아예 틱톡 서비스를 미국에서 추방하겠다는 의미의 발언도 여러 번 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 퇴출로 인해 미국에서 판매를 할 수 없게 된 화웨이에 빗대어 ‘제2의 화웨이’로 불리기도 한다.

틱톡은 미국뿐 아니라 인도, 호주 등에서도 비슷한 추방 명령이 도입됐거나 도입 준비 중이었다. 각국 정부의 이유는 다르지만 기술적 이슈보다는 정치적 이슈에 가깝다는 평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 시각 7월 31일,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에서 틱톡을 금지하겠다고 끝내 발표했으며, 틱톡 미국 법인을 MS에 매각하는 협상 기한을 45일 부여했다. 이후 MS가 미국 사업 부문을 인수 협상 중이라는 소식이 MS 블로그를 통해 공식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 성사에 대한 수익금을 정부에 내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틱톡은 MS로서도 꼭 인수하고 싶은 대상일 것이다. MS는 최근 10년간 훌륭한 인수작업을 해왔지만 대부분 생산성에 치우친 것들이었다. 비생산성 앱 인수 성공 사례는 모장의 마인크래프트뿐이다.

물론 마인크래프트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마인크래프트는 화려한 그래픽을 포기한 대신 게임 내에서 다양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이다. 즉, 일종의 게임 프로그래밍 언어라고도 볼 수 있다. 초기 게임 유튜버들이 마인크래프트에서 다양한 게임을 만들어 성장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MS는 마인크래프트를 그대로 게임으로 유지하면서도 저연령들이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툴로도 사용하고, 홀로렌즈를 통한 AR 툴이나 모바일 AR 앱 등 알차게 사용하고 있다.

코딩 교육 툴로도 쓰이는 마인크래프트

이외의 성공한 인수는 대부분 생산성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것이다. 링크드인을 구입해 오피스와 일부 통합했으며, 깃헙 인수를 통해 오픈 소스 생태계에 뛰어들었다. 스카이프 인수 후 화상통화에 대한 다양한 옵션을 갖게 되기도 했다. 그러나 틱톡은 위 사례들과 조금 다르다.

틱톡 인수는 단순한 동영상 앱 인수가 아니다

MS가 인수한 사례들은 항상 어느 정도 성공한 것들이었다. 링크드인, 깃헙, 스카이프는 모두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각 분야에서 성공적인 서비스를 하고 있기도 했다. 현재의 틱톡도 비슷한 의미로 볼 수 있지만 조금 다른 점이라면, 틱톡은 미래에 더 잘 될 서비스라는 것이다. 주 사용자층이 Z세대기 때문이다.

과거 유튜브가 한창 성장하던 시절, 모두가 유튜브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 어떤 글로벌 플랫폼도 유튜브를 막을 수 없었다. 유튜브는 한창 성장 중이던 2006년 이미 구글에게 인수됐다. 비슷한 사례로 넷플릭스가 코드 커팅(사용자들이 케이블TV를 해지하는 것을 말한다)을 활발하게 하고 있을 때도 앞으로 넷플릭스가 TV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많은 분석가들이 알고 있었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의 방송사들이 이를 막을 수는 없었다. 다만 유튜브는 모든 사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업로드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 넷플릭스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의미는 조금 다르다.

인스타그램 역시 마찬가지인데, 인스타그램 초창기 이미지 위주의 소셜 미디어가 폭발적으로 출시됐지만 그 어떤 앱도 인스타그램처럼 쿨하지 못했고, 아예 기능 범주가 다르지 않다면 인스타그램을 이길 수 있는 소셜 미디어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았다. 이에 페이스북은 빠르게 인스타그램을 인수해버린 것이다.

현재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은 틱톡이다. 물론 틱톡은 일반 사용자 수로도 다른 서비스들과 비견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틱톡의 주 사용 연령층이 1020이라는 점에서 미래의 가치를 높게 점칠 수 있다.

틱톡은 동영상 플랫폼이기도, 소셜 미디어기도 하다. 긴 영상을 보는 흐름이 TV에서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넘어왔다면, 그 흐름은 또다시 틱톡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자사 앱에 짧은 세로 영상 기능을 넣으려고 혈안이 돼 있다.

인스타그램 내 세로 영상 서비스 릴(Reels)

또한, 시청자-관객(댓글 사용자)의 경향이 강한 유튜브보다 틱톡의 소셜 미디어 성향은 더 강하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웹인덱스에 따르면, 틱톡 사용자의 절반 이상인 55%가 틱톡에 영상을 업로드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용자 콘텐츠 제작 비율은 TV는 물론 유튜브에서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 간 교류가 많은 편이다. 천하를 호령하는 유튜브마저 틱톡의 성장세를 주의해야 할 이유다. 유튜브가 스토리나 추천 기능 등을 열심히 제공하는 이유도 틱톡의 성장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MS는 과거 시대의 유산인 윈도우, 오피스를 제외하면 게임 콘솔 Xbox 외 대부분의 컨슈머 프로젝트들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따라서 MS 주 사용층에는 10대와 20대가 비어 있다. 그 공간을 채우기에 틱톡은 매우 매력적인 서비스다.

틱톡은 이외의 많은 장점도 있다. 틱톡은 동영상 업로더의 얼굴을 파악하기 위한 비전 AI 기술도 보유하고 있으며, 이 AI를 통해 인기 있는 피드를 노출하는 알고리즘 역시 보유하고 있다. 또한, 사용자의 다양한 환경을 인식하는 AR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틱톡 미국 법인이 인수된다면 MS가 별개의 틱톡을 유지할지 원래의 틱톡과 연결된 서비스를 시행할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미국 사용자의 데이터 주권은 미국으로 넘어온다. 만약 MS가 서비스를 분리한다면, 틱톡을 틱톡 자체로 유지하면서도 마인크래프트처럼 홀로렌즈, 윈도우(교육용이 될 가능성이 높다), XboX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틱톡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은 오리지널 틱톡 대 미국 틱톡의 전쟁이 될 것이다(이미 다른 적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데이터 교환의 가능성 때문에 각 틱톡은 다른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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