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자다는 어떻게 한국 판매자를 모으고 있나

텐센트가 투자한 쇼피(Shopee)와 함께 동남아시아 최강 이커머스 플랫폼 자리를 다투고 있는 알리바바그룹의 마켓플레이스 라자다(LAZADA)가 본격적인 한국 판매자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라자다가 한국 판매자와 상품에 관심을 가진 것은 비단 최근 일이 아니다. 한참 전인 2015년 한국 사무소를 열고 한국 판매자를 라자다로 끌어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2018년 한국 판매자를 위한 지원 프로세스 준비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한국 사무소를 철수하고 한국 판매자의 라자다 셀러 가입을 막았다.

라자다는 2019년 2월 한국 판매자의 라자다 셀러 가입을 재개하면서 돌아왔다. 2019년 하반기에는 종전 부족했던 한국에서 동남아시아까지의 물류 프로세스를 준비하여 오픈했다. 라자다가 한국 사무소를 다시 연 것은 아니다. 라자다 싱가포르 소속 한국인 직원이 한국 판매자의 글로벌 판매 및 동남아시아 로컬 판매를 지원한다. 닥터자르트(Dr.Jart), 그라펜(GRAFEN) 같은 한국 뷰티 브랜드 업체가 각각 지난해 12월, 올해 2월부터 라자다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하여 판매하고 있다.

달라진 것은 라자다의 적극성이다. 그간 소극적으로 한국 판매자를 모았던 라자다가 29일 복수 한국 판매자를 대상으로 입점 제안서를 발송했다. 라자다가 라자다코리아(LazadaKorea) 이름으로 발송한 이메일에는 한국 시장에 대한 큰 관심이 녹았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한국 판매자에게 보내는 러브콜이다.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온라인 시장에 한국 브랜드 업체, 셀러가 적극 진출하길 추천한다는 것이다.

라자다 입점 제안 이메일 전문.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헬개미마켓 주인장인 기자도 라자다의 입점 제안 이메일을 받았다. 라자다는 6월 기준 20만원의 매출을 낸 슈퍼 개미 업체에도 입점 제안을 해주는 대륙의 기상을 보여줬다.

라자다 관계자는 입점 제안 이메일을 통해 “우리 라자다는 한국 브랜드사를 지원하기 위한 팀과 프로젝트를 새로이 구축하여 한국 셀러의 안정적인 온보딩을 지원해 드리고 있으며, 한국어 가이드 및 교육 자료를 제공함으로 판매자들이 더욱 쉽게 라자다에서 판매를 시작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라자다 내부적으로 매달 한국 셀러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마케팅적인 측면 역시 지속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자다에서 먹히는 한국 상품

라자다는 한국 판매자가 한 번의 글로벌 셀러 계정 가입으로 라자다가 진출한 동남아시아 6개국(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의 모든 고객 대상의 판매가 가능한 ‘6 in 1 컨셉’을 강조한다. 판매자는 라자다 글로벌 셀러 관리자 페이지를 통해 등록한 상품의 특정 국가 노출을 선택할 수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일반적인 COD(Cash On Delivery, 현장 현금결제) 방식도 6개국 마켓플레이스에서 모두 사용 가능하다.

판매자 입장에서 중요한 건 라자다가 아니다. 여기서 뭘 팔아야 잘 팔리냐다. 라자다는 최근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카테고리로 ‘뷰티’와 ‘패션’을 꼽았다. 라자다가 전자제품 카테고리를 기반으로 성장한 플랫폼이어서 전통적으로 남성 소비자 비중이 높았지만, 최근 여성 고객이 지속 유입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라자다는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에 유리하고 잘 팔리는 한국 상품 카테고리로 ‘뷰티’를 꼽았다. 반면, 한국 패션 상품의 경우 저가 상품을 보유한 중국 셀러들이 가장 큰 경쟁자가 되기에 위험 요소가 있다는 맥락을 전했다. 라자다가 구매력이 높은 고객을 유치하려고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은 품질보다 가격이 더 저렴한 상품을 선호한다는 게 라자다측 설명이다.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시장이 가격에 예민한 만큼 지속적으로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라자다는 글로벌 판매자의 가격 설정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입점 판매자가 라자다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상품가격의 3~6% 상당(고객 결제 수수료 2%, 판매 카테고리 수수료 1~4%)이다. 판매자는 이 외에도 항공운송 특성상 상품 부피에 따라 증가하는 국제물류비와 상품 카테고리 및 판매 국가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세금을 지불해야 한다. 한국 판매와 다르게 추가되는 부가 비용을 고려한 적절한 가격과 카테고리 설정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물류 방법론 두 가지

한국 판매자가 라자다를 통해 동남아시아 현지 고객까지 상품을 배송하는 물류 방법론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라자다가 지난해 6월 한국 재진출 소식을 알리면서 강조한 ‘크로스보더 직매입’이다. 라자다가 현지에 구축한 물류센터망에 한국 판매자의 상품을 직매입하여 현지 판매자와 동일한 고객 배송 속도를 만든다는 것이다. [참고 콘텐츠 : 한국 돌아온 라자다, ‘크로스보더 직매입’ 준비한다]

물론 직매입은 아무 판매자나 할 수 없다. 직매입에 적합한 상품은 판매자가 아닌 라자다가 선정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라자다는 잘 팔릴 법한 상품을 매입하려고 한다. 때문에 어느 정도 라자다 마켓플레이스 매출이 쌓인 글로벌 판매자만 직매입 방식을 이용할 수 있다.

라자다가 입점 제안서를 통해 한국 판매자에게 권장하는 물류 방식은 라자다의 크로스보더 물류망 LGS(Lazada Global Shipping Solution)를 이용하는 것이다. LGS란 라자다가 100개 이상의 물류업체와 협업하여 판매자의 상품 픽업부터 간선운송, 국제물류와 통관, 현지 라스트마일 배송까지 완결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라자다가 한국 판매자를 위해 구축한 LGS 개념도. 한국 판매자는 베트남을 제외한 라자다 진출 5개 동남아시아 국가 소비자에게 상품을 팔 수 있다. 베트남의 경우 통관, 정산 등의 어려움으로 아직 LGS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라자다측 설명이다.(자료: 라자다 입점 제안서 발췌)

한국 판매자는 동남아시아 현지 고객으로부터 상품 주문이 발생하면 라자다 인천 물류센터(한국 물류업체 판토스 운영)에 송장을 부착한 상품을 발송한다. 물류센터 도착 이후 현지 고객까지 항공운송, 통관, 동남아시아 현지 고객까지 배송은 라자다의 제휴 물류 네트워크가 알아서 처리한다.

LGS는 라자다가 진출한 동남아시아 국가 주요 도시까지 8~9일 영업일내 배송 SLA(Service Level Agreement)를 제공한다.

라자다는 반품 물류 또한 일부 처리한다. USD(미국 달러) 10 이상 가격의 상품은 라자다 홍콩 물류센터에서 일괄 취합해서 라자다 인천 물류센터까지 2주에 한 번 배송된다. 이렇게 배송된 상품을 판매자가 알아서 물류센터 픽업, 혹은 착불 배송을 받으면 된다. USD 10 미만 가격의 상품은 현지에서 폐기된다.

물론 LGS가 공짜는 아니다. 라자다 물류센터까지의 입고 물류비와 한국 물류센터에서 동남아시아 현지까지 국제물류비용은 판매자가 부담한다. 동남아시아 현지 배송비의 경우 판매자가 고객에게 받아 상쇄할 수 있다는 라자다측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라자다가 동남아시아 현지 판매자들에게 제공하는 풀필먼트 서비스 ‘FBL(Fulfillment By LAZADA)’은 한국 판매자들이 이용할 수 없다. 다만, 한국 판매자들이 알아서 B2B 물류 파트너를 찾아서 라자다 물류센터까지 정식 수입신고를 통해 상품을 입고시킨다면 FBL 사용이 가능하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라자다 물류센터가 보세구역으로 지정돼 있는데 해당 창고에 재고를 입고하여 싱가포르에 한정한 판매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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