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라자다(LAZADA)를 처음 만난 것은 2017년 11월이다. 당시 라자다는 기자 간담회를 통해, “국내 브랜드 업체와 중소규모 셀러들이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시장에서 라자다를 통해 성장 기회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이 분이 2017년 당시 기자간담회장에서 만난 윌 로스(Will Rose) 라자다 크로스보더 대표다. 당시 발표의 핵심주제 중 하나는 2017년 11월부터 말레이시아 자유무역지대의 보세창고에 한국 셀러의 상품을 미리 재고로 보관하는 방식을 통해, 현지 셀러에게 이틀 안에 배송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이었다. 이랬던 라자다가 불과 몇 개월 뒤 한국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사업을 전면 철수한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라자다는 ‘알리바바’ 자본을 수혈(2016년 지분 투자로 51%, 2017년 추가 투자로 83% 이상의 지분을 알리바바가 보유) 받은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를 다투는 이커머스 업체다.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를 포함하여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까지 6개국에서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한다.

아마존이 한국 셀러의 경쟁력 있는 상품을 전 세계 마켓플레이스에 입점 시키기 위해 한국에서 ‘AGS(Amazon Global Selling)’을 운영하듯, 라자다도 한국 사무소를 운영했다.(과거형 주의) 라자다와 동남아시아에서 경쟁하고 있는 텐센트(Tencent) 자본을 수혈한 마켓플레이스 ‘쇼피(Shopee)’ 역시 같은 목적으로 80여명 규모의 한국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니,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들이 한국 소비자에게는 별 관심 없을지 몰라도, 한국 공급자를 끌어당기기 위한 전쟁은 이미 시작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던 라자다가 2018년 중순부터 한국 셀러들의 라자다 입점을 막고, 한국 셀러들의 입점을 지원하던 한국 사무소를 폐쇄했다. 사실상 한국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한 것이다.

돌아온 라자다, 새로운 무기 ‘직매입’

라자다가 ‘한국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판으로 돌아온다. 서종윤 라자다싱가포르 VP(Vice President)는 22일 케이샵2019에서 “라자다가 한국 사무소를 닫고 철수한 이유는 우리가 아직 한국 판매자의 동남아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판매를 위한 제대로 된 구조를 만들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다음 주부터 한국에서 싱가폴로 배송하는 시스템이 다시 준비된다. 한국 사업자들이 라자다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성공하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라자다가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무기는 ‘크로스보더 직매입’이다. 한국 상품을 동남아시아 라자다 물류센터에 ‘직매입’한다는 것이다. 라자다는 이를 통해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의 명확한 한계였던 ‘상품 가격이 비싸고’, ‘배송 속도가 오래 걸리고’, ‘환불이 복잡하다’는 문제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서 VP는 “라자다는 압도적인 풀필먼트센터 인프라를 기반으로 고객의 상품을 매입하고자 한다”며 “매입의 조건은 특별히 정의되지 않으며, 우리가 봤을 때 좋은 상품은 매입해서 크로스보더가 가진 약점을 극복하고 이 상품이 좋은지 아닌지만 고객에게 제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라자다 물류센터 전경. 라자다가 경쟁업체 대비 무기로 강조하는 것은 단연 물류다. 2017년 기준 라자다는 동남아시아 전역에 130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가지고 있었다. 동남아시아의 물류와 한국의 물류에 차이가 있다면, 사륜차가 기본인 한국과는 달리 라스트마일 배송수단으로 수많은 오토바이가 활용된다는 것이다.

크로스보더 직매입의 의미

라자다의 ‘직매입’은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방법론으로는 이례적이다. 통상 한국발 크로스보더 물류 방법론은 현지 마켓플레이스에서 고객 주문이 발생하면 한국에 있는 집하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픽업해서 항공 운송과 현지 라스트마일 물류 서비스를 연계해서 배송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라자다의 동남아시아 시장 경쟁 마켓플레이스인 쇼피도, 큐텐도 이 방식을 쓴다.

물론 아마존의 FBA(Fulfillment By Amazon)나 라자다가 원래 하고 있는 FBL(Fulfillment By LAZADA)처럼 현지 물류센터에 셀러가 상품을 미리 재고로 보내두고 ‘속도’를 만드는 방식은 있었다. 마켓플레이스는 재고로 보관된 상품을 포장하고 현지고객까지 배송해주는데, 당연히 풀필먼트 서비스 이용에 대한 별도 비용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재고에 대한 소유권을 셀러가 가져간다. 이게 셀러 입장에서 무슨 의미냐면 편하게 물류를 처리할 수 있고 현지 셀러와 같은 배송 속도로 경쟁할 수는 있지만, 조금 쫄린다. 상품이 잘 팔리면 모르겠는데, 안 팔리고 악성재고로 남아버리면 처리할 방법이 막막하다. 한국으로 다시 가지고 오자니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특성상 상품가격 이상으로 물류비가 튀어 오르기도 한다. 예컨대 아마존의 경우는 재고로 보관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늘어나는 ‘보관비용’도 걱정인데, 이것을 폐기하기 위해서는 또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니까 잘 팔리면 모르겠는데, 안 팔리는 셀러에게 ‘크로스보더 풀필먼트’는 독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라자다가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는 ‘크로스보더 직매입’은 셀러들의 상품을 구매하여 그 위에 마진을 올려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한국의 쿠팡이 ‘로켓배송’ 판매 셀러에게 과금하는 방식과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셀러 입장에선 라자다와 판매 가격을 협의해서 상품을 판매해놓으면 끝이다. 기존 재고관리 부담이 ‘셀러’에게 있었다면, 직매입의 경우 재고관리 부담은 ‘마켓플레이스’, 그러니까 라자다에게로 넘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자다는 ‘특별한 수량이나 카테고리 제한 없이’ 크로스보더 직매입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라자다는 직매입 상품을 4개의 등급으로 분류한다. 잘 팔리는 상품은 ‘추가매입’하고, 기대에 못 미치지만 계속 팔리는 상품은 ‘추가매입’과 ‘프로모션’을 병행할 계획이다. 잘 안 팔리는 상품은 고객혜택 증진 차원에서 ‘경품’으로 활용하고 다시는 추가 매입을 하지 않는다는 전략이다. 초기 재고관리 및 처리 비용은 라자다가 부담하겠지만 매입과 판매가 반복될수록, 결국 라자다의 크로스보더 직매입 사업에는 ‘잘 팔리는’ 상품만 남을 수 있겠다.

‘물류’를 위한 큰 투자

라자다가 공격적인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전략을 전개할 수 있는 이유는 ‘물류’에서 찾을 수 있다. 라자다가 동남아시아의 경쟁 마켓플레이스 대비 그들의 강점으로 내세우는 영역도 ‘물류’에 있다.

예컨대 라자다는 LGS(Lazada Global Shipping Solution)를 위해 100개 이상의 물류업체와 협력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물류라기 보다는 공급망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에 가깝다. 상품을 픽업하는 단계(Collection)부터 간선운송(Line-haul), 국가에서 국가로 옮기는 국제물류와 통관, 현지 라스트마일 배송까지. 크로스보더 풀필먼트 가치사슬을 만들기 위해선 많은 물류 사업자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게 라자다측 설명이다.

특히 라자다는 동남아시아 전역에 구축한 ‘물류센터’ 인프라를 강조하고 있다. 2017년 기준 동남아시아 전역에 총 면적 16만 평방미터(4만8400평)의 130개가 넘는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당장 다음 달부터 싱가포르에 새로운 물류센터를 가동한다고 한다. 이런 물류센터가 있기 때문에 라자다는 동남아시아 전역에 ‘익일배송’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익일배송뿐만 아니라 당일배송, 시간지정배송이 가능하다. 물론 아직까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전체 유통시장 대비 이커머스 전환율은 그렇게 크지 않지만, 시간은 라자다의 편이 될 수 있다.

서 VP는 “라자다는 싱가포르의 온라인 신선식품 배송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쿠팡이 하고 있는 새벽배송과 비슷한데 쿠팡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을 해준다면, 라자다는 고객이 배송 수령을 원하는 시간을 2시간 단위로 설정해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라자다는 경쟁 마켓플레이스들이 하고 있는 쿠폰 제공이나 배송비 지원을 지양한다. 우리는 물류를 기반으로 고객들이 상품을 원활히 잘 제공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투자한다”며 “그것이 궁극적으로 동남아시아에 영향력 있는 이커머스 기업이 되는 방향이며, 알리바바와 라자다가 가고 싶은 길”이라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