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왜 대출까지 하려는 걸까?

네이버가 소상공인을 겨냥한 대출 프로그램을 공개한다. 오프라인 매장이 없고 매출이 크지 않은 온라인 사업자들의 대출 구멍이 막혀 있으니, 자신들이 보유한 스마트스토어의 운영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업자의 신용을 평가해 ‘한달치 운영비용’ 을 빠르게 대출해주는 방식이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가 28일 서울 역삼에 위치한 네이버파트너스퀘어에서 향후 출시할 새 서비스 두 가지를 공개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소상공인(SME)을 타깃한 금융서비스인데 하나는 ‘대출’이고 다른 하나는 ‘빠른 정산’이다. 최인혁 대표는 새 서비스 출시의 의의를 두고 “한성숙 대표가 (지난 14일 열린) 한국형 디지털 뉴딜 보고대회에서 데이터 기반으로 SME와 사회 초년생을 위한 혁신적 금융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게 네이버파이낸셜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라고 설명했다. 한성숙 대표 체제 아래에서 네이버는 꾸준히 ‘소상공인’을 타깃으로 한 경영 정책을 내놨었는데, 이번 금융 상품 역시 그 연장선 안에 있다는 설명이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네이버파이낸셜은 어떤 회사?

지난해 7월, 네이버로부터 물적분할된 네이버의 자회사다. 네이퍼쇼핑과 연결된 네이버페이 서비스를 바탕으로 여러 금융사업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기존의 은행이나 카드사들과는 타깃이 다르다. 주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가게를 낸 소상공인(SME)이나 씬파일러에 맞춤한 금융상품을 만들어내는데 집중한다. 씬파일러란, 금융과 관련한 파일이 얇은(Thin) 사람을 뜻한다. 금융 거래 기록이 별로 없으니 은행도 관련 정보가 없어서 대출을 꺼린다. 최근의 기술 기업들은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이 씬파이러를 금융권 안으로 포섭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는데, 네이버도 여기 적극 합류하는 모습이다.

“스마트스토어 국내사업자 중 SME가 73%고, 2030연령대가 43%를 차지한다. 이들은 이제 (사업을) 시작해 매출은 있지만 (규모가) 적고, 금융 이력이 없어 씬파일러로 분류된다. 자금 융통에 어려움이 많다.” 최인혁 대표

사업자 입장에서는 어디서든 낮은 금리로 높은 한도의 사업자금을 융통할 수 있길 바란다. 여기에 판매한 물건 값 정산이 빨리 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이번에 네이버파이낸셜이 선보이는 대출 상품과 정산 서비스는 이 요구에 맞춘 것이다. 무기는 네이버가 보유한 인공지능 기술이다. 어차피 온라인 쇼핑에서 네이버만한 영향력을 가진 곳이 드물다. 씬파일러에 대한 정교한 대출 상환 능력 예측이 가능하다면, 상인들이 굳이 귀찮게 오프라인 영업장을 찾아 대출을 받을 이유가 없다. 네이버 쇼핑의 영향력이 더욱 공고해질 수 있는 전략인 것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뭘 하려고 하나? 대출

첫 번째, 대출이다. 가칭으로는 ‘스마트스토어 온라인 SME 위한 대출 서비스’인데, 은행권 수준의 대출금리로 매장이 없는 온라인 소상공인에게 대출하겠다는 이야기다. 현재 금융권 사업자들은 점포가 있는 사업자에만 대출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네이버파이낸셜은 “스마트스토어에서 일정기간 이상 사업을 했고, 또 일정 금액 이상의 매출을 발생시킨다면 대출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전략을 잡았다. 게다가 “모바일에서 사업자가 1분 이내에 금리와 한도를 확인한 후 온라인으로 서류를 제출하면 그 금액 그대로 대출하는 수준”으로 편의성을 강조했다. 네이버파이낸셜 측은 현재 이 대출 프로그램의 1차 테스트를 마친 상태로, 코로나19 이후 변화한 상황을 반영해 상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문제는, 이 씬파일러의 신용을 어떻게 평가해서 대출을 해주느냐는 것이다. 일단 네이버는 네이버의 돈을 가져다가 대출하는 것이 아니다. 금융법상 네이버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로, 여신을 취급하지 않아 직접 돈을 빌려줄 순 없다. 당연히 파트너가 필요하다. 네이버의 파트너는 미래에셋 캐피탈이다. 미래에셋이 바보가 아닌 이상 손해볼 일을 하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누가 돈을 빌려줘도 될 사람인지” 여부를 네이버가 결정해 가이드를 준다. 만약 네이버의 가이드가 틀린다면? 최 대표는 “네이버파이낸셜의 대출 프로그램 초기에 ACSS가 안정화되기 전까지  (미래에셋이) 역마진을 낸다면 이 부분은 네이버파이낸셜이 떠안아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최인혁 대표는 이와 관련해 네이버파이낸셜이 ACSS(Alternative Credit Scoring System: 대안신용평가시스템)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ACSS는 기존의 신용평가시스템(CSS)의 대안적(Alternative) 성격을 지닌 것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CSS에 포함되지 않는 씬파일러들의 정보를 더해 대출 상환 능력에 대한 평가를 고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금융권은 매출, 세금, 매장 크기 등을 기준으로 대출 여부를 판단했는데, 네이버파이낸셜은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의 매출 흐름과 판매자 신뢰도 등을 실시간으로 ACSS에 적용하기 때문에 전년도 매출이나 매장 등이 없는 판매자들도 금융 서비스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최 대표에 따르면 ACSS를 적용했을 때 1등급 신용으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사업자의 수가 기존 대비 1.8배 늘어난다.

많이 궁금해 할 대출규모에 대해서는 “최대 5000만원 수준에서 각 매장별 한 달 매출 규모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상공인이 필요로 하는 대출의 규모가 빠른 배송을 위한 재고 확보에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빠르게 배송하기 위해서는 재고를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한 달 정도의 사업자금 융통이 필요하니 이 금액만큼 네이버가 대출을 하겠다는 이야기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뭘 하려고 하나? 빠른 정산

가칭 ‘빠른 현금 회전 위한 빠른 정산 서비스’다. 통상 판매자가 상품을 발송하고 구매자가 구매를 확정하고 난 이후 정산이 이뤄지는데, 네이버파이낸셜 측에 따르면 이 기간이 현재 평균 9.4일이 걸린다. 네이버N페이 일반 정산의 경우이고, 시장 평균으로는 10.2일에서 11.6일이 걸린다는 것이 네이버 측의 설명이다. 네이버 측은 지난해 4월 ‘퀵에스크로’ 시스템을 도입, 상품이 발송되고 나면 매출채권 담보대출이라는 제도를 통해 정산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공개해 시행해왔다.

그러나 이 방식의 단점은 판매자가 당연히 받아야 할 정산을 조금 더 빨리 받기 위해 대출을 해야 하고, 적은 금액이라도 이자를 내야 했다는 것이다. 당장 현금 유동성이 중요한 소상공인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제안이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새 서비스를 도입해 결제완료 후 평균 5.4일내 정산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네이버의 정산 기간을 절반으로 줄여버린다는 목표다.

여기에는 이상금융거래탐지(FDS) 기술이 들어간다. 상품 구매확정 전에 사업자와 구매자의 신뢰도를 바탕으로 이 결제가 실제로 이뤄질 것인지를 예측한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위험을 탐지하고 블랙리스트를 차단해 정산을 빨리 하는 이 방식을 네이버파이낸셜은 연내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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