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애플은 왜 충전기를 안 주려고 할까
애플에 이어 삼성도 충전기(AC 어댑터)를 스마트폰 패키지에서 제거하려고 고려 중이다.
우선 애플은 애플 제품을 주로 유출하는 애널리스트 밍치궈(Ming-chi Kuo)가 2020년 하반기에 공개될 모델부터 전원 어댑터와 이어팟을 포함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여러 매체에서 밝혔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리 역시 신형 아이폰에 이어폰과 충전기가 제공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밍치궈는 또한, 하반기에 등장할 10.8인치 아이패드에는 현재 제공되는 18W 충전기가 아닌 20W 고속 충전기가 동봉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고속 충전기는 별매로도 당연히 판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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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경우에도 충전기를 전체 패키징에서 제거를 고려한다는 주장이 전자신문을 통해 제기됐다.
제조원가의 문제
삼성과 애플은 각각 전 세계 1위와 3위의 출하량을 자랑하는 업체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 조사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2억9810만대의 폰을, 애플은 1억9810만대의 폰을 출하했다.
스마트폰 충전기의 원가를 2~3달러 수준으로 가정해보자. 2달러로 가정하면 삼성은 5억9620달러(약 5971억원), 애플은 3억9620달러(약3583억원)를 아낄 수 있다. 충전기 원가가 3달러가 된다면 삼성은 총 1조원 수준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애플은 그만큼의 원가를 이어팟에서 더 아낄 수 있다. 제품이 줄어들면 소소하게나마 포장의 크기와 포장재 원료의 원가도 줄어든다.
두 회사가 충전기를 주지 않으려는 이유는 이렇게 원가절감 면에서의 영향이 있다. 애플은 올해 5G 아이폰 출격을 준비하고 있으며, 밍치궈의 분석대로라면 아이폰 12 가격을 아이폰 11 수준으로 책정하기를 원한다. 애플은 현재 2024년까지 퀄컴의 5G 모뎀을 사용하기로 한 상태이며, 아이폰 12에는 퀄컴 X55 5G 모뎀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LTE 모뎀 대비 몇십달러의 제조원가 상향이 필요하며, 5G 채용 시 냉각시스템이 추가로 더 필요해진다. 따라서 애플은 단 몇 달러라도 제조원가에서 아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삼성은 이미 갤럭시 S10 5G, S20 전체에서 5G를 도입하며 가격 상승을 겪은 바 있다. 그런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AP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퀄컴 칩셋들의 가격은 수직상승 중이다. 내년 플래그십들의 주력 칩셋이 될 스냅드래곤 875의 가격은 장치당 250달러에 달하며, 이는 스냅드래곤 865의 150~160달러보다 100달러 정도 인상된 가격이다. 따라서 2021년 안드로이드 플래그십 스마트폰 대부분은 적게 잡아도 100달러 인상이 불가피하다. 엑시노스 개발을 포기한 삼성전자 역시 이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환경적 요인
국제통신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s Union)은 매년 어댑터가 100만톤 제조된다고 계산하고 있다. 이 어댑터들은 필연적으로 폐기하기 어려운 쓰레기로 돌변한다. 또한, 스마트폰을 자주 바꾸는 MZ세대는 대부분 환경에 예민하다. 만약 애플과 삼성이 어댑터를 주지 않기 시작하면, 명목상으로는 매년 6억대에 가까운 어댑터 생산이 사라진다.
소비자의 불편
충전기가 없어지는 것에는 소비자의 불편이 수반된다. 새로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충전기를 동시에 구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소비자들은 이 흐름을 달갑게 여기지 않겠지만, 삼성과 애플이 기프트카드 등으로 충전기 값에 대한 보상을 해준다면 소비자의 불만은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가 절감을 목적으로 한다면 기프트카드 제공의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다.
애플의 현실왜곡장이 또다시 등장할까
환경을 다루는 이슈는 중요하다. 현재 어떤 기업도 환경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삼성과 애플은 재생 소재 사용을 매년 신제품 발표 때마다 중요 화두로 다루고 있다. 애플은 자사 사이트에 환경 페이지 를 운영하고,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소재 사용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 역시 패키징 대부분을 재생 소재로 만드는 것을 뉴스룸에서 알리고 있다.
만약 충전기가 사라진다면, 애플은 새 아이폰 출시에서 친환경에 대한 키노트를 멋지게 해내며 충전기를 별도 구매해야 하는 불편함을 환경을 위한 노력으로 치환할 것이다. 삼성은 원래는 ‘이어폰 단자 우리는 있다’는 식으로 광고하기도 했으나, 애플이 친환경을 건드리면 기다렸다가 비슷한 메시지를 낼 것이다.
친환경은 전 세계인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하는 요소다. 그러나 거기서 따라오는 불편함을 두 회사는 어떻게 감수하도록 할 것인가.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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