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대표적인 유니콘 메이커로 평가 받는 실리콘밸리 밴처캐피탈 500스타트업(500 Startups)이 한국의 동대문 패션 플랫폼 스타트업 ‘동글’에 1억5000만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진행했다. 500스타트업은 동남아시아 모빌리티 플랫폼 그랩(GRAB), 인도네시아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 부칼라팍(Bukalapak) 등 유니콘 기업에 투자한 업체다. 500스타트업 포트폴리오 기업 중 18개가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 받았으며, 그 중 3개 기업은 상장에 성공했다.

일반인도 ‘도매가’에? – B2C 플랫폼

동글은 지난 4월 론칭한 B2C 소매 플랫폼이다. 링크샵스나 신상마켓처럼 동대문 도매상과 소매상을 연결해주는 B2B 플랫폼과는 다르다. 현재 70여개 도매상, 상품가짓수로 2500개 정도의 동대문 패션 상품을 동글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기자 같은 일반인도 동글에 들어가서 도매가에 동대문 패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거다.

동글 앱 구동화면. 남자옷과 여자옷을 전환해서 몰아볼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인상적이다.

관련 업자라면 동대문 도매상이 웬만해선 개인 소비자에게 상품을 잘 안 판다는 것을 알 거다. 도매상 입장에서 개인은 한 번 구매하고 안 올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까지 모두 응대하기에는 속된 말로 짜친다. 귀찮고, 돈이 안 된다.

물론 과거 동대문 도매상에 ‘사업자’인 척 방문하는 개인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잘 뒤져보면 개인이 ‘사업자’인 척 도매가에 동대문 패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공유돼 있는데 궁금하면 찾아보자. 이 때문에 도매상은 방문하는 이들의 사업자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사업자 등록증’을 요구하거나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를 물어보곤 한다.





그럼 동글은 어떻게 도매상들에게 짜치는 개인 판매를 하도록 설득했을까. 동글의 설득 노하우는 ‘규모의 경제’다. 동글은 수많은 개인 주문을 모아서 도매상의 상품을 한 번에 사입하는 하나의 사업자 역할을 한다. 그러니까 도매상 입장에선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가 아닌, ‘동글’이라는 소매 사업자 하나와만 거래하는 개념이 된다.

동글 창업 멤버들이 길게는 13년 동안 동대문 도매상을 운영하면서 형성한 네트워크와 경험도 도매상 설득에 도움이 됐다. 최영하 동글 대표는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의류 및 잡화 판매자이자 동대문 도매상 경영자,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공동창업자인 권경렬 동글 부사장도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동대문 도매상을 경영했다.

권경렬 동글 부사장(COO)은 “동대문 시장도 최근 몇 년 사이 많이 바뀌어서 사업자 대상으로 한정하긴 하지만 소량 주문도 대부분 판매하고 있다”며 “우리는 동글이라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여러 개인 고객들의 주문을 수집해옴으로 협상력을 만든 것”이라 설명했다.

뭐 먹고 살까 – 섭스크립션

동글은 도매상에서 받는 ‘도매가’에 10%를 추가하여 일반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여기서 10%엔 PG사에 나가는 결제 수수료와 동글이 제공하는 사입물류 서비스가 실비 수준으로 포함된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는 동대문 도매상에서 같은 상품을 떼서 네이버 등지에 파는 소매상보다 통상 40~60%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동글측 설명이다. 하지만 여기서 동글이 남기는 것은 거의 없다.

동글은 수익 모델을 ‘구독’에서 찾고 있다. 동글 플랫폼을 이용하기 위한 사용료로 월 5500원을 정기 구독 형태로 받는다. 동글은 구독 모델을 통해 ‘반복 구매자’를 확충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도매시장 활성화가 가능한 ‘수량’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현재는 이벤트 기간으로 ‘구독료’ 없이 동글을 무료 사용할 수 있다.

권 부사장은 “현재 동글은 두 가지 이유로 구독료를 받지 않고 있다”며 “첫 번째 이유는 코로나19로 동대문 경기가 좋지 않아서 더 많은 거래 규모를 만드는 데 집중하기 위해서다. 두 번째 이유는 아무래도 소비자들이 도매가 구매 경험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초기 소비자를 모으고 피드백을 받아서 우리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서”라 설명했다.

동글의 대표 수익모델인 구독료는 현시점 무료다. 6월까지 구독비 무료라고 공지돼있긴 하지만, 그 기간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선 동글에 마음에 드는 상품만 있다면, 굳이 소매 플랫폼에서 사는 것보다 이득이라는 이야기다.

정확한 구독료 모델 도입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올해 연말까지는 경험을 쌓는데 집중하고 이후 충분히 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할만한 수준이 됐다고 판단하면 비즈니스 모델을 본격화한다는 동글측 설명이다.

투자 받은 큰 그림 –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현재 버전의 동글은 소매상을 건너뛰고 동대문 도매상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동글은 소매상이 상품 판매에 책정하는 ‘소매 마진’을 받지 않기 때문에, 도매가 수준에 소비자에게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

동글이 500스타트업의 투자를 유치한 이유 중 하나는 ‘큰 그림’이다. 동글이 아직 실행하지 않은 비전이 있다. 그 비전이란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다. 케이패션 수요가 많은 동아시아 국가 소비자들이 동글 플랫폼에 접속해서 동대문 패션 상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서비스를 하려면 글로벌 현지 소비자까지 연계하는 물류망이 필요하기 때문에 동글은 해외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물류업체와 연계를 진행하고자 한다.

동글이 집중하고자 하는 타깃 글로벌 고객은 ‘동아시아’에 모여 있다. 동글은 케이패션 수요가 가장 높은 국가로 ‘중화권’으로 보고 있다. 그 외에도 일본과 동남아시아, 그 중에서도 베트남의 한국 패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부분을 주목했다. 동아시아 지역 소비자들의 체형 또한 한국과 유사한 경우가 많아서 적절하다는 평가를 했다.

권 부사장은 “아직 동글에 입점한 도매상 중에는 중국 물건을 떼오는 중도매 형태의 사업자가 많다”며 “글로벌로 넘어간다면 메이드인코리아의 한국 제품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방법을 고려할 것”이라 밝혔다.

물류도 진화한다? – 풀필먼트

동글이 현재 내세우는 강점 중 하나는 ‘사입 물류’ 기반 합포장이다. 동글은 여러 동대문 도매상에서 발생한 주문을 새벽시장에서 사입하고 혜화에 위치한 동글 사무실에서 분류하여 각각의 소비자에게 배송한다. 이렇기 때문에 소매상은 동글에서 구매한 여러 개의 상품을 하나의 포장으로, 한 번의 택배비만 내고 배송 받을 수 있다. 동글은 이 구조를 ‘풀필먼트’라 부른다.

물론 동글이 재고를 구비하지 않는 물류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한계는 있다. 소비자는 동글에서 상품을 구매한 시점에서 최소 2일 이후에야 상품을 받을 수 있다. 동글이 전날 주문 건에 대해서 D+1일 동대문 새벽시장에서 사입한 상품을 D+1일 오후에 택배 출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비자는 빨라도 D+2일에 상품을 받을 수 있다.

더군다나 동대문 도매상에 흔히 있는 ‘재고 결품’ 문제까지 겹치면, 소비자들이 실제로 받는 수령까지의 기간은 더 길어진다. 그래서 동글 상품상세 페이지에서는 상품 수령까지 ‘최장 10영업일까지’ 걸릴 수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동글 상품상세에 명기된 ‘배송정보’. 10영업일 이내 배송준비가 완료 되는대로 최대한 빠르게 배송해드린다고 써있다. 도매상에 현물이 없거나 생산 입고가 늦어져 10일 이상의 시간이 걸리면 주문이 자동 취소 후 발송된다고 표기돼있다. 동글이 ‘재고’를 보유하지 않고 서비스를 운영하기 때문에 생기는 이슈다.

권 부사장은 “급하게 한두장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들에게 동글 플랫폼은 잘 맞지 않을 수 있다”며 “대부분은 우리 플랫폼 장바구니에 원하는 상품들을 넣어놓고 직구 하는 느낌으로 한 번에 많이 구매하더라. 고객들의 평균 구매수량이 6~8장”이라 설명했다.

그래서 동글 또한 빠른 배송을 고민한다. 방법은 동대문 패션 상품의 직매입 및 재고 선입고다. 동글은 수요가 많은 상품을 중심으로 도매상으로부터 상품을 매입하여 물류센터에 구비해두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이론적으로 택배를 이용한다면 소비자 구매 시점에서 D+1일 배송, 퀵서비스를 이용한다면 D+0일 배송이 가능해진다.

권 부사장은 “오늘출발이나 실시간 퀵출발이 동대문 시장의 최근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며 “그래서 올해 안에 전 상품은 안 되겠지만, 고객 수요가 많은 상품 중심으로 직매입을 하여 재고를 구비해 소비자의 배송 관련 불편을 해소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미의 세계로 – 잉, 드랍쉬핑?

마지막으로 재밌는 건 동글을 ‘드랍쉬핑 플랫폼’처럼 이용하는 구매대행 판매자가 있다는 사실이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나 쿠팡 아이템마켓과 같은 곳에 ‘재고 없이’ 동글의 상품을 올려놓고 판매하는 거다. 이 사업자들은 소비자 구매가 발생하면 그때 동글에서 상품을 구매한다. 이 때 동글에 입력하는 상품 수령지는 사업자의 주소가 아닌, 소비자의 주소다. 소매상을 거치지 않고 공급자가 바로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드랍쉬핑의 구조가 여기서 보인다.

동글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왜냐하면 동글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가격은 ‘동대문 기반 B2B 패션 플랫폼’과 비교하자면 다소 비싸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최근 늘어나고 있는 부업 형태의 개인 판매자들이 이용하는 것 같다는 동글측 예측이다. B2B 플랫폼의 경우 ‘사업자 인증’ 절차가 까다로운 편이라 사업자 등록증조차 없는 개인 판매자라면 동글 상품 소싱이 더 편하게 소싱처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재고 위험도 지지 않는다.

권 부사장은 “예상했던 것은 아니지만, 업자라고 굳이 동글에서 구매하는 것을 막지는 않는다”며 “전문 사업자가 아닌 부업을 하는 개인 판매자들에게는 B2B 도매 플랫폼보다 동글을 이용하는 것이 더 편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기자가 운영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헬개미마켓의 상품 소싱처가 또 하나 늘어날 것 같다. 물론, 이 경우 굳이 헬개미마켓에서 상품을 사는 것보다 동글에서 사는 게 무조건 이득이다. 독자 여러분도 살 수 있는 동글의 판매가에 마진을 소량이라도 붙여야 개미 판매자도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