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는 2000년 초반부터 화두가 된 주제입니다. 하지만 그 논의가 본격화되고 실행에 옮기는 기업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입니다. 코로나19가 변화를 촉발했습니다. 공공기관이 앞서서 재택근무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여타 기업들도 재택근무를 도입하여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많은 이들의 의문이 나올 겁니다. 과연 재택근무는 코로나19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어질까요? 성공적인 재택근무를 위해 선행돼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왜 확산되지 않는가

재택근무는 아직까지 우리에게 생소합니다. 일부 기업은 코로나19 이전부터 특수 직군의 재택근무를 도입하여 비용 절감과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했지만, 일반화된 것은 아닙니다. 실상 2000년대 초반 ‘화상 회의’가 촉발한 기업들의 재택근무 시범시행은 대부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19년 3월 13일 진행된 오픈서베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일부나마 도입하고 있는 기업은 16.1%로 그렇게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회사 중 52%는 코로나19 이후 해당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재택근무 준수율 역시 73%로 타 근무제도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자료: 오픈서베이)

오픈서베이의 2020년 2월 조사를 통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은 52%의 응답자가 재택근무의 단점으로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 그리고 ‘일과 생활 분리의 어려움’을 꼽았습니다. 이를 통해 아직 우리는 대면 소통을 더 편하게 느끼고 있음을, 생활 거주 공간에서 업무 수행은 집중도가 떨어진다고 느끼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재택근무를 시행하지 않는 기업들의 이유도 분명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비대면 업무’를 위한 도구의 부재입니다. 오픈서베이 발표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비대면 업무 특성에 맞는 재택근무 지원 도구(Tool)의 부재를 재택근무 시행이 어려운 근본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재택근무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기업도 여전히 많습니다.

강점은 있다!

하지만 재택근무의 강점 또한 비교적 명확합니다.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을 가장 큰 재택근무의 강점으로 꼽았습니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질병 감염으로부터 회피할 수 있는 점도 강점입니다. 요컨대 재택근무는 근로자의 불필요한 이동시간을 줄여줄 수 있고, 원하는 시간에 업무를 할 수 있게 만듭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19년 3월 직장인 13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근로자들의 평균 출퇴근 시간은 100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경기도민의 출근시간은 평균 134분이 소요됩니다. 이 숫자는 한국을 제외한 OEC 가입국의 평균 출퇴근 시간 50분의 168%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의 출퇴근 통계. 출퇴근에 고통 받는 한국 근로자가 참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자료: 잡코리아, 알바몬)

같은 조사에 따르면 출퇴근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근로자는 전체의 31%로 높게 나타납니다. 이른 출근으로 인한 수면 부족과 만원 버스, 지하철의 인파에 치임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주원인으로 조사됐습니다. 실제 출퇴근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은 큽니다. 권명진 대전대 간호학과 교수의 2020년 논문(행복, 피로 및 자기 효능감이 근로자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출퇴근 시간이 30분 이하인 경우 삶의 질이 높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특히 출퇴근 시간 교통 혼잡도가 큰 사람일수록 삶의 질은 낮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오픈서베이의 2020년 3월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직장인들은 통상 왕복 75분을 소요하여 출퇴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오픈서베이)

깃랩에서 배우는 노하우

저는 재택근무가 향후 근로환경 변화의 큰 축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분명하게 존재하는 재택근무의 한계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이 확산의 관건이라 봅니다.

2014년 창업한 웹기반 데브옵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깃랩(GitLab)의 사례를 통해 재택근무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2018년 기준 깃랩 소속 250여명의 직원들은 전 세계 39개국에 흩어져 일합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깃랩 사무실에는 공동 창업자인 시드 시스란스(Sid Sijbrandij) 단 한 명만이 출근합니다. 깃랩은 어떻게 미국 굴지의 IT기업 IBM조차 포기한 재택근무를 통해 ‘비용 절감’과 ‘기업 가치 증대’의 시너지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① 매뉴얼화

깃랩은 재택근무 상황에서 완벽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매뉴얼 구축에 힘썼습니다. 이를 위해 1000페이지가 넘는 핸드북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핸드북에는 회사의 철학, 감사, 인사법까지 모든 것이 수록됐습니다. 누가 오더라도 곧바로 일할 수 있을 정도로 상세하게 기술돼 있다고 합니다. 종전 재택근무의 한계로 거론됐던 것 중 하나는 업무 처리 중 막히는 부분에 있어 물어볼 대상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를 깃랩은 핸드북으로 극복했습니다.

예컨대 깃랩의 핸드북에는 이메일을 보낼 때는 ‘소문자’만 쓰는 것을 원칙으로 명기돼 있습니다. ‘오늘’이나 ‘아침’, ‘오늘밤’과 같은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규칙도 있습니다. 깃랩의 근로자는 전 세계에 흩어져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일하기 때문입니다.

업무는 이메일을 주로 이용하는데, 이메일의 제목은 본문 첫 문장을 복사해서 활용합니다. 이메일에 대한 답장은 ‘즉각’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세 번 이상 이메일을 통해 문제에 대해 논의했음에도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화상통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만약 업무에 있어 고마움을 표할 일이 있다면 대상이 되는 사람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 또한 원칙입니다. CEO와 임원에 대해서는 감사할 필요가 없다는 것 또한 원칙이라는 것이 재밌습니다.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② 잡담 장려

깃랩은 업무 중의 잡담을 장려하는 문화를 만듭니다. 오히려 잡담은 ‘의무’라는 정책을 운영합니다. 챗봇이 하루 30분씩 무작위로 잡담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법을 씁니다. 팀콜 또한 하루 30분씩 진행합니다. 업무 진척 상황 공유뿐만 아니라 업무와 상관없는 주제 또한 이야기해야 합니다.

깃랩이 굳이 잡담을 권장하는 이유는 재택근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소통의 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함입니다. 한국의 일반적인 기업에서 실천하기 어렵겠지만 깃랩은 1년에 두 번은 모든 직원이 휴양지에 모여 휴가 겸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③ 전사적 대응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깃랩은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많은 실수에 대해 ‘개인’의 탓을 하지 않고자 노력합니다. 그보다 전사적으로 문제에 대응하고자 합니다. 기존 재택근무의 큰 한계로 거론됐던 ‘소속감’을 높이기 위한 방안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

그럼 우리는 어떻게 경쟁력 있는 재택근무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요?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하는 것은 직무에 대한 명확한 R&R과 성과 측정 체계 구축입니다. 당연히 직무에 따라 그 정도는 달라집니다. 어떤 직무는 재택근무를 하지 않을 수도, 어떤 직무는 풀타임 재택근무를 할 수 있습니다. 성과 측정 또한 근무 형태에 맞는 방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직무 기술서’ 마련입니다. 개개인의 업무수행 능력 편차를 극복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때 ‘챗봇’ 기술이 활약할 여지가 보입니다. 직무 기술서를 정독하지 않고도 업무를 수행할 때 막히는 부분이 나온다면 바로 질문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함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의사소통 지원 시스템과 상호 정기적인 소통을 위한 내부 정책 또한 마련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래야 경쟁력 있는 재택근무를 현실화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재택근무의 현실화를 위한 환경 구축입니다. 재택근무를 지원하는 IT 시스템 도입은 그야말로 첫 번째로 할 입니다. 재택근무시 활용하는 인터넷 환경은 ‘보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데이터 보안을 위한 전사적 VPN 도입 또한 필요합니다. 이 뿐만 아니라 재택근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해야 합니다. 특히나 생활과 일을 분리하기 어려운 근로자가 많은 상황에서 재택근무에 적합한 주거 환경까지 동시에 마련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재택근무 확산이 몰고 올 산업 변화

재택근무가 확산이 될 경우에 예상되는 많은 변화들이 있습니다. 먼저 홈오피스를 위한 개인 사무 공간 니즈가 급증할 것이라 봅니다. 업무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홈오피스 인테리어, 가구, 조명 등 파생산업이 동반 성장할 것입니다. 특히나 ‘생활’과 ‘사무공간’을 구분할 수 있는 공간 활용 산업의 큰 발전을 기대합니다.

반면, ‘공유 오피스’와 같은 타인과 공유하는 사무공간의 니즈는 줄어들 것으로 예측됩니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글로벌 공유 오피스 대표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 그 현상을 방증합니다.

두 번째로 재택근무자를 위한 HMR(Home Meal Replacement)과 도시락 산업이 발전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존 HMR 상품은 주로 ‘가족’이 함께 먹을 수 있는 상품으로 개발 됐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개인이 즐길 수 있는 소포장 HMR 상품이 더욱 다양하게 등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에 따라 개인의 식성을 감안한 1인 케이터링 산업이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종전의 도시락 시장은 사전기획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개인의 기호’를 배제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량 생산과 대량 판매를 목적으로 기획한 상품입니다. 하지만 재택근무가 확산됨에 따라 골라서 담는 온디맨드 형태의 프리미엄 도시락이 고객을 사로잡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가격은 비교적 비싸지만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즐거움을 주는 도시락 산업이 발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 번째로 IT 인프라와 시스템의 성장입니다. 상호 소통과 근태 관리, 업무 성과 관리를 지원할 수 있는 기반 솔루션들이 성장할 것입니다. 특히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연계한 재택근무 지원 서비스가 많은 곳에서 등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네트워크 보안 관련 서비스도 고도화될 것으로 판단합니다. 특히나 클라우드를 통한 업무 환경 조성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네 번째로 ‘공간 살균기’가 각 가정과 일반 공공기업에 필수 생활가전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많은 가정에 ‘공기 청정기’가 도입됐던 것 처럼요.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반 방역뿐만 아니라 가정 단위로 진행되는 예방 방역이 생활 속에 자리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첨언하자면, 비대면 사회 확산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심리 상담’ 서비스가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모든 산업군에 재택근무가 확산되는 것은 아직까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제2, 제3의 국가 방역 비상사태가 오지 않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때마다 사회 혼란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는 없습니다. 최소한의 방역 체계와 일반/공공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근무 형태의 변화 역시 시대적 흐름입니다. 우리에겐 다음 시대를 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글. 조용석 컨설턴트 <bigman35@naver.com>

WHO? 조용석

(전) (미국) AT&T 통신엔지니어,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CJ올리브네트웍스 유통계열사 담당, 한솔로지스틱스 국제물류 기획담당, 신세계I&C 전략컨설팅 담당, 삼성 S-Core 유통 전략 컨설팅 담당이사, (캐나다) Datametrix SNS 분석 담당 부사장

(현) 프리랜서 컨설턴트(신사업 추진 및 온오프라인 유통 컨설팅 자문), 프리오 수석 고문

New Jersey State University Computer Science 학사, 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 Information System (AI) 석사

20년 이상 유통업계에서 일했습니다. 관련된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단지 시대가 변해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유통의 모습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추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 다른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싶어 기고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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