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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입덕을 위한 완벽한 앱 ‘블립’

멀쩡한 친구 하나가 갑자기 덕질을 시작했다. 그 친구는 음악적 식견이 뛰어나고 모르는 장르가 없으며, 타인 취향을 고려해 음악을 추천할 줄 아는 친구였다. 그러니까 음악 큐레이션 면에서는 인공지능보다 뛰어났다. 그러던 그 친구는 갑자기 덕질을 시작하더니 아이즈원무새가 되었다. 이제 그 친구는 아이돌 음악밖에 모른다. 무엇이 한 인간의 성향을 통째로 바꿔놓았을까.

이런 식이다

어떤 아이돌에게 급작스럽게 푹 빠지는 것을 ‘덕통사고’로 부른다. 갑자기 치였다는 의미다. 과연 대단한 표현이다. 그러나 모든 사고를 피해 가는 덕질 성향 0%의 사람이 있었는데 하필 그게 나였다. 이런 친구에게 그 친구는 이영상 저영상 보라며 사진을 보내는데 그때의 나는 “와 정말 좋네” “대단하네”라고 대답하면서 표정은 아래와 같다.

가끔 어떤 아이돌이나 배우에 대한 관심이 생기긴 한다. 그러나 이것이 덕질까지 이어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 게으르기 때문이다. 입금이 되지 않는 어떤 일에도 게으른 사람에게 덕질은 험난한 산이다. 등산을 하고 나면 성취감과 근육을 얻을 수 있다. 근육이 생기면 평소 생활에서 힘들지 않다고 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기자와 같은 사람은 평소에 이렇게 생각한다. “운동할 때 힘들면 운동 안 하고 평소에 힘든 게 나은 거 아니야?”

뭘하든 일단 잘하고 보는 스페이스오디티가 이번에 이 산을 넘는 앱을 만들었다. 이름은 블립이며, 지난해 출시한 케이팝 레이더의 B2C 버전이다. 케이팝 레이더는 유튜브를 데이터로 분석하는 차트다.

블립 앱은 연구소의 이름(블립)을 그대로 딴 앱으로, 좋아하는 아티스트(아이돌)를 지정하고 각종 덕질에 필요한 소식을 보는 앱이다. 큰 항목은 홈, 레이더, 토픽, 컬렉션으로 구성돼 있다. 각 항목은 다음의 특성을 가진다

홈 – 전체 소식

레이더 – 각종 커뮤니티와 팬 커뮤니티, 공식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에서 크롤링해오는 소식

토픽 – 사용자가 직접 올리는 투표 기능

컬렉션 – 인기가 많은 사진이나 소식 등을 큐레이션해 보여주는 서비스, 음원 서비스로 치면 ‘발견’이나 ‘추천’ 항목에 해당하지만 AI가 아닌 사용자 인기 항목이 노출된다

블립은 현재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아이유, 엑소, 트와이스, 강다니엘, 몬스타엑스, 아이즈원의 덕메이트를 자처하며 서비스하고 있다. 신규 아티스트는 요청이 많은 순서로 주 1팀 정도 업데이트된다고 한다. 저 팀들이 선정된 이유는 현재 팬덤 규모가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레드벨벳이 빠져있는 것이 의아하다.

리뷰를 위해 일단 음악이라도 자주 듣는 블랙핑크와 아이유를 선택했다. 현재 8개팀 중 총 2팀만 선택할 수 있다. 이유는 팬이 아닌 사람이 들어와 어뷰징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룹의 경우 멤버 중에서도 몇 명만 선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블립 제작사 측은 어떤 멤버가 인기인지, 어떤 멤버가 그렇지 않은지를 모두 알고 있다고 한다.

아이유를 선택하고 레이더 항목을 선택하면 요즘 아이유가 공식적으로 뭘 하고 다니는지를 아주 쉽게 알 수 있다. 아이유는 이슬요정 화보를 찍었고 박시한 티셔츠를 입었으며 빅히트와 무언가를 하고 있고 바나나맛 우유를 마셨나보다.

아티스트 보드는 가수가 달성한 성과를 뱃지로 보여주는 기능이다. 블립 측은 “라이벌 팬끼리의 경쟁을 방지하고 팬끼리 노는 문화를 위해서” 이 기능과 투표 기능 등을 만들었다고 한다. 투표의 경우 팬들이 만들어서 노는 항목이다.

흥미로운 기능은 스케줄, 컬렉션이다.

스케줄은 방청 스케줄이나 기타 아티스트와 관련된 스케줄을 보여준다. 6월 6일에 아이유가 출연한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전시회가 열렸음을 알 수 있다. 이 스케줄은 사용자가 직접 제보하는 항목도 있어 ‘데뷔 1주년’, ‘데뷔 1000일’ 등의 기념일도 챙길 수 있다고.

컬렉션은 이 앱의 젖과 꿀이요 빛과 소금이다. 앞서 밝힌 모든 항목을 나중에 다시 보도록 저장하는 기능이다. 게다가 사진 등은 원본 화질로 저장된다고 한다. 앱을 둘러보며 스크랩해두었다가 모아보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블립 앱은 클로즈드 베타 때부터 디씨인사이드 등 각 커뮤니티에서 화제몰이를 한 바 있다(그 아티스트는 아쉽게도 아직 지원되지 못했다). 이 앱을 보다보면, ‘덕질’이 무엇이 의미하는지를 조금씩 알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귀찮아서 앱을 껐다.

블립은 오늘(6월 11일) 출시했으며 iOS(클릭)안드로이드(클릭)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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