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지난달 18일부터 소극적인 방식의 풀필먼트 연동을 시작했다.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에게 네이버가 투자한 물류업체를 소개하는 방식이다. 네이버가 5월 18일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대상으로 올린 공지사항에는 FSS, 두손컴퍼니, 위킵의 홈페이지와 간단한 소개문구, 문의 이메일이 포함됐다. 이후 해당 문의처로 연락을 하여 풀필먼트 연동을 진행하는 것은 판매자의 자유다.

이렇게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관리자 페이지 메인 베너도 등장했다. 네이버가 이 풀필먼트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판매자를 혼내주지는 않는다.

네이버는 공지사항에서 자사가 투자한 물류업체 3사(위킵, 두손컴퍼니, FSS)를 ‘4PL 풀필먼트 업체’라 소개했다. ‘신상마켓’ 빠져서 서운할 수 있는데, 여기도 나름 풀필먼트로 준비하는 게 있다. 이건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풀어본다.

돌아와서 네이버가 정의한 4PL이란 “기존 외주 창고 보관 형태 3PL(Third Party Logistics)에 IT기술을 접목하여 여러 온라인 판매 채널에서 발생한 주문을 수집하고, 주문확인/ 상품포장 및 발송처리/ 송장전송/ 배송정보 연동/ 반품교환/ 입고 및 재고관리까지 다 해주는 종합 물류 관리 솔루션”이다. 10년도 더 전에 유행했던 물류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4PL이라는 단어가 근래 풀필먼트로 가장 뜨거운 기업 네이버를 통해 부활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대상 공지사항. 네이버는 공지사항을 통해 “판매자분들의 물류 고민을 해결해주고 상품기획과 마케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제공 기업”이라며 네이버가 투자한 물류업체들을 소개했다.

여기서 네이버의 역할은 ‘연결’이다. 스마트스토어는 4PL 업체들과 API 연결을 통해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이 좀 더 쉽게 장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스마트스토어에서 결제된 주문 내용은 각 4PL 업체에 자동으로 등록돼 물류센터에서 주문을 확인하고 상품을 배송한다. 상품이 출고되면 송장번호가 스마트스토어에 자동 등록돼 주문/배송상태도 자동으로 변경된다.

그러니까 기존 3PL을 이용하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이 고객 주문 정보를 물류회사가 요구하는 엑셀 파일 양식에 맞춰서 제작, 전달해야 했던 번거로운 과정이 사라진다. 혹자는 그게 뭐 별거냐고 할 수 있겠는데, 주문량이 많은 판매자라면 이 단순한 일 때문에 직원 몇 명을 더 뽑아야 하는 일이다. 기자도 전직장에서 잡지 배송 때문에 여러 번 해봤는데 내가 이러려고 기자 됐나 자괴감에 빠진다.


소극적이라고 표현한 이유

네이버의 풀필먼트 연결은 아무래도 소극적이다. 소극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판매자들에게 풀필먼트 사용을 강제할 수 있는 어떤 형태의 벌점이나 혜택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네이버가 원래부터 판매자 관리에 사용하는 ‘패널티 부과 기준’은 있다. 일반적으로 결제완료일로부터 3영업일을 지체한 상품 발송건에 대해서는 1점의 벌점을 부과한다. 반품이나 고객응대가 늦어져도 벌점이 부가된다.

벌점이 누적되면 셀러 계정 정지까지 이어질 수 있다. 물론 네이버만 이런 게 있는 건 아니고 대부분의 중개형 마켓플레이스들이 취하는 형태다. 이베이코리아에도 있고 아마존에도 있다.

하지만 그 기준은 꽤나 넉넉한 편이다. 굳이 풀필먼트를 사용하지 않아도 맞출 수 있을 정도다. 만약 결제완료일 당일 혹은 내일 발송하지 않는 판매자들에게 벌점을 부과했다면 누구도 풀필먼트를 사용하지 않고는 못 배겼을 수 있겠지만 그건 아니다.

네이버가 주선해주는 풀필먼트 업체를 이용한다고 ‘상품 우선 노출’이나 ‘풀필먼트 서비스 비용 지원’, ‘전용 상품 검색 필터’ 같은 어떤 혜택을 주는 것도 아니다. 물론 네이버 상품노출 알고리즘에 따라 배송 속도가 빠른 판매자는 일종의 노출 혜택을 받는 것으로 셀러들 사이에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원래부터 하던 거다.

물론 네이버가 향후 아마존의 ‘프라임 필터(여기엔 아마존의 풀필먼트 FBA에 입점한 판매자의 상품들이 노출된다. 아마존이 직접 처리하는 물류로 전미 D+1, 늦어도 D+2일의 배송속도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처럼, 혹은 11번가가 최근 구축한 ‘빠른 발송’ 전용탭이나 이베이코리아의 ‘스마일배송 탭’처럼 배송 속도가 빠른 3자 판매자의 노출을 강화하는 어떤 수단을 강구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지난 6월 1일 시작한 유료 멤버십 네이버플러스에 이 풀필먼트를 기반으로 기존에 없던 ‘빠른 배송’ 혜택이 우겨 들어갈 수도 있겠다.

월 4900원짜리 유료 멤버십 네이버플러스에는 ‘물류’ 혜택이 붙어있지 않다. 네이버페이 이용시 높은 적립금과 음악, 웹툰 등 네이버 콘텐츠 사용 혜택이 주를 이룬다. 어떻게 보면 물류 중심의 혜택만 우겨넣은 쿠팡의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와는 정확히 다른 지점을 바라보고 있다. 만약 여기에 풀필먼트가 붙는다면 어떨까.


하지만 당장 시작할 수 있는 형태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첫 번째 이유는 당장 네이버가 투자한 풀필먼트 업체들의 ‘하루 처리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이 쓰고 싶어도 물류업체들의 한계 처리량이란 게 있기 때문에 모든 판매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겠다. 바꿔 말하면 네이버가 ‘빠른 배송’ 상품 구색을 본격적으로 확장할 만한 준비가 아직 덜 됐다고도 할 수 있겠다.

두 번째 이유는 잘못하면 알아서 물류를 잘 처리하고 있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의 분노를 몸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필요 없는 3자 판매자들까지 풀필먼트를 안 쓰고 못 배기게 만든다면 네이버가 가장 우려하는 상생과 배치되는 그림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네이버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일 거다.

왜 굳이 풀필먼트인가

그렇다면 네이버는 왜 굳이 돈도 안 받고 어떻게 보면 남만 좋은 것처럼 보이는 귀찮은 짓을 사서 할까. 네이버가 착한 기업이라서? 상생을 좋아해서? 사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네이버가 풀필먼트 연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 이익은 꽤나 많다.

그 이유에 대해서 네이버 풀필먼트 연결 공지사항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추론은 가능하다. 첫 번째로 ‘빠른 배송’ 상품 카테고리 확대다. 주문 마감시간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번에 연동 되는 세 개 물류업체는 모두 주문 시점 기준 ‘D+1일 배송’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물류업체 연결을 통해 네이버는 빠른 배송 상품 카테고리를 높은 고정비를 투하하는 ‘직접 물류’를 하지 않고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있었던 CJ대한통운의 네이버 브랜드스토어 LG생활건강 풀필먼트 수행건도 같은 맥에서 볼 수 있는 확장 방법이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그놈의 ‘쿠팡’을 견제할 수 있는 무기를 이 풀필먼트 연결을 통해 하위호환 상품이나마 만들 수 있다. 지금에야 하위호환이지만 네이버가 지속적인 풀필먼트 제휴 계획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나중엔 어떻게 될지 또 모른다.

두 번째로 빠른 물류를 통해 증가한 고객만족도가 각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의 반복구매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개별 입점 판매자의 매출이 높아지면 네이버의 매출 또한 자연히 늘어난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실결제금액의 1~3.85%, 네이버쇼핑에 노출된 상품의 주문, 판매가 이루어지면 건당 연동 수수료 2%를 받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실 결제금액 기준으로 판매자에게 받는 수수료. 여기에 2%의 네이버쇼핑 매출 연동 수수료를 더하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최대 수수료 5.85%의 마켓플레이스다.

마지막은 네이버가 투자한 물류업체의 성장이다. 이 업체들은 네이버 풀필먼트 연동을 통해 더 많은 신규 고객을 확보하게 된다. 실제로 네이버가 투자한 복수 풀필먼트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공지사항 업데이트 이후 신규 고객 유입은 적게는 3배, 많게는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투자자인 네이버의 기대이익도 높아지게 된다.

어차피 네이버측에 풀필먼트에 투자한 이유를 물어봐도 답은 매번 똑같다. 물류를 고민하고 있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와 중소 물류업체를 연결해줘서 ‘시너지’, ‘상생’을 만든다는 것.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네이버 역시 연결을 통해 충분한 이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풀필먼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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