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인터넷 업계의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국회가 인터넷 산업계에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는 법안을 세 개나 통과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n번방 방지법’ ‘데이터센터 규제법’ ‘넷플릭스법’이 주인공이다.

자, 먼저 ‘n번방 방지법’을 보자. 이 법은 인터넷 서비스에 불법촬영물이 올라오면 서비스 업체가 이를 삭제해야 하는 의무를 지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불법 촬영물을 막을 기술적 조치도 의무화 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불법촬영물이 유통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이 법은 ‘n번방 방지법’이 될 수 없다. 이 법으로 n번방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n번방 사건은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불법촬영물과 아동성착취물 영상을 공유한 것이다. 대한민국이 이 n번방 방지법을 통과시켰다고 한국에 지사도 서버도 없는 텔레그램이 이 법을 따를 리 만무하다. 결국 이 규제는 한국 기업만 옥죌 것이 분명하고, 범죄자들은 유유히 해외 서버에서 범죄를 계속 저지를 것이다. 어떤 멍청한 범죄자가 잡히기 쉬운 네이버나 카카오에 불법촬영물을 올릴까.

국내기업만이라도 불법촬영물 유통을 방지하는 법이 있어서 나쁠 게 뭐가 있느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실효성이 전혀 없는 규제를 따르기 위해 국내 업체는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게 되고, 경쟁력이 떨어진다. 결국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해외 기업을 돕는 규제가 되는 것이다.

이 법의 또다른 문제는 인터넷 기업이 시민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여지를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이 법이 통과된 이후에 누군가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불법촬영물을 공유했다고 가정하자.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되면 카카오톡은 과징금을 받게 될 우려가 있다. 불법촬영물을 삭제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이 의무를 이행하려면 회원들의 카카오톡 대화를 감시해야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와 같은 우려에 정부와 여권은 ‘사적인 대화’는 대상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법에는 “사적인 대화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없다. 시행령이 어떻게 만들어질지는 현재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한발 양보해서 카카오톡 대화는 포함되지 않는 게 맞다고 하자. 그럼 회원들만 볼 수 있는 네이버 카페에 불법촬영물이 올라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네이버는 회원만 볼 수 있는 카페에 불법촬영물이 있는지 없는지 감시해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공개된 네이버 카페지만 특정 등급의 회원만 볼 수 있는 게시판에 불법촬영물이 올라왔다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네이버는 이 게시물을 검열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는 아동청소년법 위반으로 기소된 적이 있다. 카카오그룹에 음란물이 올라왔는데, 카카오가 이에 대한 기술적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이 대표가 기소됐던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게시판에 누군가 음란물을 올렸다고 이해찬 대표가 기소된다면 어떨까?

사실 네이버나 카카오는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돈도 사람도 많다. 법이 정해지면 기술을 사거나 만들어서 조치를 취하고, 인력을 고용해서 상시 모니터링도 할 수 있다. 이들은 어떤 규제가 등장해도 따를 수 있는 여건이 된다.

하지만 작은 스타트업은 사정이 다르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자사 서비스 안에서 이용자들이 올리는 모든 콘텐츠를 모니터링 하려면, 서비스 운영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법은 결국 새로운 스타트업의 진입장벽을 높여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대기업의 기득권만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인터넷 업계가 우려하는 두번째 법은 데이터센터 규제법이다. 국가 재난 사태가 발생할 경우 민간 데이터센터(IDC)의 데이터가 소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IDC를 다른 방송·통신 시설처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에 따라 IDC에 재난이나 서비스 장애가 발생할 경우 사업자는 정부에 관련 보고를 제출해야 하고, 위반 시 매출의 최대 3%에 해당하는 과징금 또는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는 인터넷 산업을 마치 방송이나 통신처럼 규제산업화 하는 내용이다. 방송이나 통신은 전파라는 공공재를 이용하는 허가 산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규제의 명분이 있다. 허가산업은 정부가 경쟁자의 등장을 막아준다. 그러나 사기업의 IDC는 공공재도 아니고 허가를 받아야 할 산업도 아니다.

IDC에는 그 기업의 중요한 기술 노하우가 담겨 있다. 정부가 IDC 운용실태를 보고하라는 것은 마음대로 사기업의 영업기밀을 보겠다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애플과 같은 기업은 IDC의 위치조차 극비로 취급하기도 했었다.

이 법 역시 역차별을 가져온다. 이 법이 통과되면 한국에 IDC가 없는 회사가 유리하다. 넷플릭스나 유튜브는 한국에 IDC가 없다. 이들은 적용받지 않는 규제를 한국에 IDC를 설치한 회사들은 받게 된다. 결국 해외 기업이 한국에 IDC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법이기도 하다.

IDC 장애로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으면 그 기업은 더 큰 피해를 입는다. IDC 기업들이 SLA(서비스 수준 보장) 99.9%니 99.99%니 하면서 자신들의 서비스가 더 안전하다고 경쟁을 벌이거나 재해가 일어나도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재해복구센터를 별도로 만들기도 하는 이유다.

마지막은 ‘넷플릭스법’이다. 이 법은 인터넷 업체(CP)도 망품질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적으로는 통신사가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CP에 망 이용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정부가 이 법을 만들려고 했던 이유는 국내 CP와 해외 CP의 역차별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국내 CP는 망 이용료를 내는데 해외 CP는 망 이용료를 안내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을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이들이 바로 국내 CP다.

사실 한국에 서버가 없는 해외 CP는 한국 통신사에 돈을 낼 이유가 별로 없다. 망 이용료는 일반적으로 인터넷 접속료(인터넷 전용선 포함)와 IDC 이용료를 말하는데, 이들은 한국 통신사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 통신사의 IDC를 이용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망 품질에 대한 책임도 한국 CP만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인터넷 업계의 우려다.

현재 위의 법들은 국회의 해당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20대 국회의원들이 마지막 열정을 불사른다면 아마 5월 국회에서 통과될 것이다. 그러니 바란다.

20대 국회의원 여러분, 남은 임기 그냥 하던 대로 해주세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