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커머스의 가까운 미래, 키워드로 요약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과거 롯데가 오프라인에서 거둔 성적을 모두 잊어버리고 주력할 것이라고 했던 큰 그림 ‘롯데온’의 윤곽이 27일 드러났다. 롯데온은 28일 공개되는 롯데 유통 계열사 7개 쇼핑몰(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 롯데닷컴,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의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한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롯데쇼핑은 ‘롯데온’을 유통사업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아 2023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온은 롯데쇼핑이 2018년 이커머스 사업본부를 신설한 이례로 약 2년 동안 준비한 사업, 아니 숙원이다. 그 정도로 롯데는 절실했다. 2년이라는 짧다면 짧은 시간, 온라인 유통 사업자들은 오프라인 유통과의 격차를 더욱 좁혔다. 그 와중 오프라인의 상황은 악화일로다. 굳이 코로나19 이슈를 꺼내지 않더라도 롯데뿐만 아닌 오프라인 유통 사업자들의 실적엔 적신호가 떴고, 성과가 안 나오는 매장에는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었다. 오프라인의 위기감은 더욱 팽배해졌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의 헤게모니를 뒤집고 있는 시대이기에 더더욱 ‘롯데온’에 시장의 관심과 기대는 모인다. 오프라인 유통판의 대표 공룡 ‘롯데’라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무너지고 있는 오프라인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막막하기만 한 상황에서 무엇인가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지 않을까.

요약하자면 롯데는 롯데이기에 할 수 있는 온라인 전략을 준비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오프라인’이다. 롯데가 오프라인이기 때문에 잘할 수 있는 강점은 유지하면서 롯데에게 부족했던 온라인의 강점은 취하는 것이 롯데의 이커머스가 나아갈 방향이다. 어찌 보면 예부터 롯데가 이야기해왔던, O2O에서 O4O로 진화한 그 개념이 롯데 이커머스 전략 전체를 관통한다. ‘개인화 추천’, ‘관리형 오픈마켓’, ‘경계 없는 쇼핑’, ‘온디맨드 물류’까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하나씩 살펴본다.

키워드1 개인화 추천

롯데온은 핵심 경쟁력으로 ‘개인화 솔루션’을 꼽는다. 롯데온에 방문하는 고객 하나하나의 취향을 기반으로 서로 다른 상품을 추천해준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평소 롯데백화점에서 시계를 자주 구매하던 고객이 롯데온에 접속한다면 취향에 맞는 시계를 추천해주고, 행사 쿠폰이 있다면 함께 노출해준다.

롯데온 구동 화면 데모. 평소 명품과 정장 쇼핑을 좋아하고 롭스 매장에 자주 방문하는 A씨(화면 왼쪽)와 시계를 좋아하고 롯데마트, 롯데백화점에 자주 방문하는 B씨(화문 오른쪽)의 앱 구동 메인 화면은 서로 다르다. 첫 화면은 A씨와 B씨가 각각 자주 방문하는 롭스 잠실캐슬점, 롯데백화점 본점 정보가 우선 노출됐다. 연계해서 각 지점의 할인 행사 정보가 함께 전달됐다. A씨에게는 브랜드 패션 상품 카테고리를 추천해주는 반면, B씨에게는 시계 브랜드를 추천해준다. 사용자 각각에게 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롯데온이 강조하는 제 1 경쟁력이다.

고객의 취향을 잘 알기 위해선 무엇보다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롯데온은 개인화 상품 추천을 위한 기반 데이터로 롯데쇼핑 각 유통계열사에서 확보한 고객 행동과 상품 데이터를 활용한다. 롯데쇼핑은 데이터를 약 400여 가지의 개인 속성값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을 2019년부터 구축했다. 고객 구매와 후기, 상품뿐만 아니라 SNS 데이터까지 취합하여 고객별 맞춤 쇼핑으로 초개인화를 하겠다는 것이 롯데 이커머스의 방향이다.

궁극적으로 롯데온은 검색창이 없는 쇼핑몰을 만든다고 한다. 고객이 어떤 상품을 사고 싶을지 고객보다 먼저 알고 추천해주고 싶다는 의지를 담은 표현이다.

롯데온의 개인화 솔루션만의 특색이 있다면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데이터까지 취합한다는 점이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온은 이미 롯데멤버스와 협업해 국내 인구수의 75%에 달하는 3900만명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그래서 단 한 번도 롯데온에서 온라인 쇼핑을 하지 않은 사용자도 ‘개인화 추천’을 받을 수 있다. 과거 롯데계열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하여 상품을 구매한 데이터 이력이 있고,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했다면 말이다.

조영제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 대표는 “롯데온은 모두를 위한 서비스가 아닌 단 한 사람을 위한 서비스가 될 것”이라며 “고객이 롯데온을 더 많이 이용할수록 추천 서비스의 정확도는 더 올라갈 것”이라 설명했다. 첨언하자면 조 대표가 롯데온을 구축하는 데 가장 많은 참고를 한 국내외 경쟁사는 이커머스 업체가 아닌 ‘넷플릭스’라고 한다. 그만큼 롯데온이 핵심 경쟁력으로 ‘데이터 기반 개인화 추천’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이야기다.

키워드2 관리형 오픈마켓

과거 롯데닷컴이 종합몰(통신판매사업자)이었다면, 새롭게 오픈하는 롯데온은 오픈마켓(통신판매중개사업자) 영역까지 포괄한다. 롯데쇼핑이 오픈마켓에 진출한 이유는 더 많은 상품구색(Stock Keeping Units)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조 대표는 “종합몰일 때는 일일이 입점을 관리하다보니 아무래도 판매자 모집과 SKU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며 “이제 오픈마켓이니 누구나 들어올 수 있게 됐다. 종전 방식 대비 엄청나게 많은 판매자가 유입될 것”이라 밝혔다.

이 때 생기는 우려가 있으니 ‘상품 품질’이다. 기존 까다로운 입점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종합몰과 달리 오픈마켓은 불특정 다수의 판매자가 누구나 인입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종합몰 시절 롯데에 대해 갖고 있던 고객 신뢰가 흔들릴 수 있을 것이라 본 게 롯데쇼핑측의 우려였다.

그래서 롯데쇼핑이 도입한 방법론이 ‘관리형 e마켓플레이스’다. 누구나 자유롭게 판매하고 싶은 상품을 등록할 수 있는 오픈마켓의 시스템은 취하되, 소비자 관점에서 부족한 응대가 보이는, 예컨대 가품을 판매하거나 교환이나 환불조차 안 되는 판매자의 노출은 시스템을 통해 제한 한다는 것이다.

롯데온은 입점 판매자를 자체 개발한 ‘온픽(On Pick) 지수’로 관리한다. 온픽 지수는 판매자가 적정 가격에 상품을 팔고 있는지, 배송은 빠른지, 고객 불만은 없었는지, 댓글 평점은 어떤지를 분석하여 가장 질 좋은 상품 하나만을 고객 검색결과 최상단에 먼저 노출하는 구조다.

조 대표는 “온픽 지수 개발에 큰 방점을 둔 것이 ‘일물일코드’라는 개념이다. 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자가 여러 명이라면 고객이 선택할 상품 하나만 노출하는 것”이라며 “광고는 강제적으로 고객에게 상품을 노출하는 것이라고 하면 온픽은 고객이 선택한 상품을 가장 먼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판매자 입장에서 롯데온 입점의 장점은 ‘맞춤형 데이터’ 공유라고 한다. 판매자들은 롯데가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취합한 데이터를 통해 수요예측 및 결품, 폐기 관리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키워드3 경계 없는 쇼핑

롯데온의 또 다른 전략 키워드는 O4O(Online for Offline)다. 롯데그룹이 보유한 전국 1만5000여개의 오프라인 매장과 연동해 온오프라인 경계가 없는 쇼핑 환경을 구현한다는 것이 O4O 전략의 맥이다. 조 대표는 “롯데는 국내 최대의 오프라인 자산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고 그것들을 온라인과 연계하며 O4O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기존 오프라인 공간은 체험의 장이자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것”이라 말했다.

예컨대 롯데마트 잠실점에 방문한 고객이 행사 중인 신발을 QR코드로 스캔하면 앱을 통해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인기 있는 상품 카테고리가 무엇인지 확인 가능하다. 이 때 기존 오프라인 구매에서는 알기 어려웠던 ‘상품 구매 후기’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상품이 마음에 들면 오프라인에서 구매해도 되고, 온라인 전용 쿠폰이 있다면 더욱 저렴한 가격에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매해도 된다.

어떤 고객은 매장에는 없지만 온라인에서 잘 팔리는 상품을 구매하고 싶을 수 있다. 이 때 롯데온은 온라인에서 느낄 수 없는 ‘경험’을 라이브 방송을 통해 구현했다. 롯데계열 오프라인 매장 매니저들이 실시간으로 상품을 소개하는 라이브 영상을 송출하고 온라인 고객과 소통하며 상품을 판매하는 개념이다. 매장 매니저들의 설명을 듣고 마음에 든다면 고객은 바로 해당 상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실시간 라이브 커머스 ‘온티비’ 진행 화면 데모. 매장 직원이 온라인 구매 고객과 소통하며 상품을 소개한다.

여기서 혹자는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롯데마트에 방문한 어떤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을 전시장으로만 사용하고,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한다면 어떨까. 롯데마트 직원은 온라인에 실적을 뺏겼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쁘지는 않을까. 이에 대한 롯데쇼핑의 답변은 실적은 두 군데 모두 잡힌다는 것이다. 예컨대 롯데백화점에 방문한 고객이 롯데온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롯데백화점에서는 상품 판매 매출이, 롯데온에서는 수수료 매출이 계상된다.

조 대표는 “O4O 전략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유통뿐만 아니라 롯데 계열의 호텔이나 식품, 서비스사까지 연계하여 롯데온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예를 들어서 롯데건설이 만드는 ‘롯데캐슬아파트’에는 음성으로 생수를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함께 들어가는 형태의 쇼핑 경험 연계를 추진할 것”이라 설명했다.

키워드4 : 온디맨드 물류

롯데온 O4O 전략의 핵심 축 중 하나는 ‘물류’다. 오프라인 매장의 유휴 공간은 배송 거점으로 변신한다. 종전 3000평의 대형마트가 있었다면 1000평 정도의 공간은 임대를 주거나 자동차를 판매하는 용도로 활용했는데, 이를 소비자 행동 패턴 변화에 맞춰서 온라인 물류를 위한 풀필먼트센터로 활용한다는 게 롯데온의 계획이다.

조 대표는 “매장 안에 풀필먼트센터를 둔다면 시간이 많이 소요 되는 DC(유통 물류센터, Distribution Center) 배송 방식 대비 반경 5km 이내 빠른 배송을 만들 수 있다”며 “온라인 배송 건수가 워낙 늘어나서 과거와 동일한 배송기사 숫자를 유지하더라도 효율성이 높아진 것도 고무적”이라 평했다.

롯데온이 강조하는 물류 키워드는 속도 보다는 ‘정시성’이다. 롯데온은 고객이 원하는 시간, 고객의 선택에 따라 크게 4가지 배송옵션을 제공한다. 하나는 주문하면 최대 2시간 이내 도착하는 ‘바로배송’, 두 번째는 출근 전에 받을 수 있는 ‘새벽배송’, 세 번째는 특별한 사람을 위한 ‘선물배송’, 마지막은 퇴근 시간에 직접 매장에 방문하여 픽업하는 ‘스마트픽’이다. 이 중 고객의 필요에 따라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롯데온은 고객이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맞춘 ‘적시배송’을 배송 전략의 키워드로 언급했다.

조 대표는 빠른 배송이 아닌 정시 배송을 택한 이유로 “설문 조사를 통해 알아보니 고객들은 원하는 날짜에 배송 받는 것을 가장 선호했다. 특히 당일보다 익일배송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많은 고객들이 자택에 없을 때보다 수령 가능한 시간에 상품을 받길 원했기에 나타난 결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현시점 롯데온 물류의 다음 과제로 꼽히는 것은 ‘통합 물류’다. 롯데온의 백오피스 통합은 진행되고 있지만, 물류는 기존 롯데쇼핑 유통 계열사별로 알아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롯데쇼핑측은 ‘물류 통합은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전했다. 당장은 단일화된 통합 배송 서비스보다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롯데쇼핑측의 설명이다.

조 대표는 “지금 각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물류를 하나로 연결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롯데온이 내일(28일) 탄생하는 만큼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나면 올해 안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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